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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자하는 라이엇이 증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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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언제부터 올라온 거지.' 말자하가 조용히 생각을 곱씹었다.


언제부턴가 카사딘이 2티어 근처에서 얼굴을 비추기 시작했다. 분명 이번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저 밑바닥에서 허우적대고 있었을 터인데. 어느새 저렇게 다시 올라온 거지. 증오스러운 저 놈이 5티어 근방에서 올라오지 못하는 것을 위에서 바라보는 것은 분명히 흥미로웠지만, 시간이 지나자 흥미는 곧 안쓰러움으로 바뀌었다. 처음 카사딘의 승률을 보았을때 느낀 감정은 희열도, 흥미도 아니었다. 38%라는 숫자를 보자마자 느껴진 것은 다름아닌 당혹감이었다. 저 자가 진정 힘의 균형은 유지되어야 한다며 협곡을 뒤흔들던 자가 맞는가. 나 뿐만이 아닌, 다른 자들도 그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나 또한 저 놈이 증오스럽고, 저 어리석은 방랑자 또한 내가 증오스럽겠지만, 카사딘 또한 라이엇의 패치에 희생된 사람일 뿐이었다.


그럼에도 유저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픽률이 2%로 떨어져도, 코어 아이템이 너프를 먹어도, 그들은 계속해서 협곡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고, 기어이 거듭된 연구를 통해 카사딘은 살아남았다. 왜 저들은 포기하지 않는가, 그것은 말자하에게 있어서 크나큰 의문이었다. 챔피언은 많다. 충분히 다른 챔피언으로 갈아탈 수 있는데도 그들은 단순한 '애정' 하나로 벼랑 끝에 선 자를 필사적으로 붙잡는다. 그런 생각을 하자, 머릿속에 누군가가 떠올랐다. 이민호였다. 나를 제일 사랑했던 유저라고 하면, 절대 그의 이름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카사딘은 결국 2티어로 올라왔다. 이렇게 빠르게 올라올 줄을 몰랐는데. 연달아 받은 아이템의 버프가 상당히 컸던 모양이다. 그래, 내가 알던 공허의 방랑자는 이런 사나이었다. 저 깊은 곳에 잠들어 있어야 할 자가 아니지. 거리는 좁아졌지만, 괜찮다. 전 시즌이 그랬듯, 나는 이번 시즌도 무난히 넘어갈 것이다. 라이엇은 나를 잊었으니까.


아니, 라이엇은 나를 잊지 않았다. 이번 패치노트에 내 이름이 같이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드디어 나를 기억했군. 그동안 얼마나 많은 너프를 먹었던가. 나는 황족에서 심지어는 도구로까지 쓰였다. 무슨 패치일까. 설마 궁극기 쿨타임을 줄여주려는 걸까, 아니면 Q일지도 모르지. 애초에 믿음을 가지니 배신당하는 것이라는 말을 누가 했더라, 상관 없다. 나는 믿음을 가졌음에도 배신당하지 않았다. 기대감에 부풀어 패치노트를 열었다.


"씨발."

그 뒤로, 말자하는 라이엇에게 희망을 가지는 것을 그만두었다.


말자하 너프먹은거 계속 곱씹어도 좆같아서 글쌈 ▶◀ 참고로 말자하는 6.10패치부터 11.14패치까지 너프만 연달아 12번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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