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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식업하는 옵붕이 오늘 울었다(장문, 일기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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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전에다가 불금이라 그런가 오늘 유난히 사람이 많더라

코로나인지 아닌지 무색할 정도로..

그래도 오랜만에 바쁘다고 나름 텐션 올려가며 열심히 손님 받고 케어하고 했는데

바쁜 와중에도 나름 신경써드린것 같은 손님이 식사 다 하시고 나를 찾더라

'매니저님 좀 불러주실래요?'

'네 필요하신거 있으시면 저한테 말씀주시면 됩니다'

'매니저님이세요?'

'네 맞습니다'

'아니.. 저랑 여러번 통화하셨잖아요'

'네?'

'제가 분명히 예약을 드리면서 룸이 있는지 여쭤봐서 없다고 하셨고

그래서 조용한 자리 부탁드린다해서 2층으로 자리 준비해주신다고 했는데 왜 저런곳에 앉히신거죠?'

순간 아찔함을 느끼면서 아차싶더라

분명한건 지금 클레임을 거는 이 고객에 대해서 내가 아는 정보라는건

도착 1시간 전에 당일 예약 주신 고객님이라는거 말고 예약 시 요청사항 같은거 단 한개도 몰랐다는거다..

물론, 예약사항 파악 못하고 있는 내가 관리능력 부족이며 응대도 잘못한 거다.

오픈 전까지도 예약이 3개뿐이었는데 갑자기 워크인 손님까지 몰려서 전화응대며 모든게 컨트롤에서

벗어나버렸다.

'오늘 엄마 생신이시라 조용한 자리 좀 부탁드렸는데 어떻게 저런데에 앉히냐구요'

'아.. 죄송합니다'

'아니 죄송한게 아니고 제가 통화를 몇번을 했는데 제가 분명히 부탁도 드렸고 조용한 자리로 2층에 주신다고

말씀도 해놓으셨으면서 왜 저런데서 식사를 해야 되냐구요'

이 쯤 됐을 때는 정말 거짓말 없이 어머님 생신이시라는거에 진짜 마음 다해서 죄송함밖에 없었다

'옆에서 식사하는 분들이 계속 대화를 하면서 욕을 하셨는데 저는 그게 계속 들리는데

매니저님은 그게 안들리세요? 그런 부분은 좀 제지해야 되는거 아니요? 한번쯤은 해주실줄 알고

아무말 안했는데.. 어떻게 한번도 안해주실 수가 있어요?'

'네 저도 들렸습니다.. 금일 방문한 고객님들이 예약 외에 워크인 고객님들이 많아서 전체적으로

많이 시끄러웠던 부분에 대해서는 정말 죄송합니다'

'2층에 자리 주신다고 했는데 2층에 자리가 없었나요?'

'지금은 식사를 마무리하시고 퇴장하셔서 정리중이지만 방문하셨을 때엔 자리가 만석이었습니다'

'그래요? 2층에 자리 있는지 제가 볼까요? 올라가도 되요?'

'네 한번 올라가보시죠'

올라가더니 쓱 훑어보고는 말씀하시더라

'와.. 저는 솔직히 여기 2층이 있는지도 몰랐구요 2층 주신대서 아 그렇게 해달라 말씀드린거고

이렇게 조용한 자리가 있었다는게 저는 더 화가 나네요?'

'죄송합니다 현재는 고객님들이 퇴장하셔서 조용하지만 2층도 만석이었어서 매장 내에 조용한 자리는

별다른 공간이 없었습니다..'

'제가 지금 여기 올라온 것도 솔직히 부모님 보시기 그래서 여기 올라온거구요. 전화로 분명 룸 없냐 확인했고

조용한 자리 원한다 요청드렸더니 그쪽에서 2층으로 준비해준다고 했잖아요'

'네..저희가 신경을 못써드려서 죄송합니다..'

거의 반복에 반복이었다. 사실 말씀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어느정도 상황이 파악이 되긴 했는데

내가 어떻게 이 분 화를 풀어드려야 될까 하는건 전혀 감이 안잡히더라 그냥 앵무새였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됐구요 본사 번호 알려주세요. 여기 본사 있죠?'

우리 본사 없다.. 작은 사업체지 본사두고 하는 중소기업도 못된다..

'저희 매장은 본사가 별도로 있는 매장이 아닙니다.. 잠시 응대 내용이 어떻게 된건지 확인하고

이야기 드려도 괜찮을까요?'

나도 파악은 됐어도 이게 어떻게 된건지는 정확히 알아야겠어서 같이 근무하는 분한테 여쭤봤다.

'A번 테이블 손님들 자리 요청하신거 알고 계셨나요 혹시 어떻게 된건지 아시나요'

'무슨 일이냐'

~~해서 지금 이렇게 불만이 있으시다

'그 전화 내가 받았다' (동료직원)

'룸있는지 여쭤보시길래 없다고 대답드렸고, 상황이 허락하는 선에서 2층 안쪽으로 준비해드리기로 했다'

'아 그랬었나요 근데 왜 자리가 엇갈렸을까요'

'저분들 도착하시기 전에 사람들이 들이닥치다보니 입장하는대로 자리를 준비해드려서 엇갈린것 같다'

'입장하셨을 때 응대 누가 했는지 보셨나요'

'그건 모르겠다. 고객님이 원하는 건 어떻게 되시냐'

'저도 어떻게 말씀 드려야될지 모르겠다'

'내가 얘기드려도 되냐'

'저랑 같이 가시죠 그러면'

예약전화 받은 동료분하고 고객응대하러 고객한테 갔다

'여기 직원분이 예약전화를 받았었는데 내용을 좀 같이 이야기 나눠보셨으면 합니다'

결국은 고객님도 직원도 반복되는 대화뿐이었다

이 쯤 됐을 때 사장님이 개입해서 본인이 말씀들어보겠다며 일들 보세요 하면서 밀어내더라..

직원동료분은 밥 다 쳐먹고 저렇게까지 열올리는거는 밥값 쳐빼달란 소리다 하면서 화내는데

나는 내려와서 클레임 거는동안 덩그러니 남아서 직원들이며 우리 알바들 바라보는 그 노부부(부모분들)가

더 맘쓰이고 죄송스럽더라.. 따님분보다 그 어르신들한테 더 죄송했다 솔직히..

그냥 지나가는 헤프닝이리라 생각하고 혼자 열 식히면서 작업 좀 하려니

고객이 날 바라보던 그 눈빛이 너무도 강렬하더라.. 너무 화가나서 내가 어떤 사과를 드려도

마음이 녹을 틈이 보이지도 않고 분명히 말했는데도 내 말 무시하지 않았냐는듯한 경멸하는 태도의 눈빛..

작업하다가 눈물이 왈칵하더라..

솔직히 말해서 내가 잘한게 하나도 없었다

예약관리도 놓쳤고,

고객 응대도 잘못했고,

응어리를 풀어드릴 사과도 못한 셈이고..

내 멘탈이 약해지는 느낌들고 그 눈빛만 마음속에 맴돌더라

속으로 계속 금가는 멘탈만이라도 붙잡고 싶어서

'왜그러냐 잘못한거 없다 너무 바쁜 날 생길법한 일이 날 스쳐간거 뿐이다 억울하고 화날거 없다

해프닝이다. 잊자..'

속으로 되뇌이기만 되뇌일뿐 이미 주체가 안되더라

그냥 눈물은 계속 맺혀서 앞은 뿌옇고 마스크 속엔 콧물 줄줄흐르더라

일하다가 우는 세상 병신이 여깄더라..

난 서비스업하기에 너무 모자란 사람이더라..

남들 다 보는 옵지에 일기써서 미안하고.. 그냥 푸념이라도 하고 싶은데 너무 하고 싶은데

이 시간에 이 감정을 추스리기가 너무 힘들어서 글 남기고 간다..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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