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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돌에 걸려 넘어지면서 생각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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좆됐다. 지금 내가 강하게 느끼고 있는 감정이다. 나는 심하게 좆됐다.

어디부터 꼬이기 시작한걸까. 2020년에 밖에 나가 놀겠다고 한 때부터? 신발을 슬리퍼를 신겠다고 한 것부터? 아니면 나가지 말라는 어머니의 말을 무시한 때부터? 그냥 태어나질 말았어야 한걸까.

주변을 둘러본다. 아주머니 몇명이 나를 보며 천천히 놀라는 표정을 지어보이고 있다. 나만도 못한 꼬맹이 몇명은 사람 넘어지는 게 그렇게 웃긴건지 웃을 준비를 하고 있다. 불행중 다행인지 몇명은 아직 눈치채지도 못한 모양이다. 하지만 그 수많은 얼굴들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점점 가까워지는 땅과 서서히 기울어가는 세상이다.

왜 이 지랄맞은 돌맹이는 하필 내 발 앞에 터를 잡은걸까. 대체 어떻게 지나가는 모두의 발길질을 피하고 기어코 내 발을 걸리게 한 것인가. 혹시 신이 나를 가지고 장난 치는건 아닐까? 왜 나는 시간을 조절하는 능력이 없는걸까. 시간을 멈추는 능력이던 되돌리는 능력이던 지금은 정말 절실하다. 시간을 멈추는 능력이라도 있다면, 넘어지고 난 후에 어떻게 대처할 지에 대해 더 생각이라도 해볼 수 있을 텐데, 시간은 애석하게도 넘어진 내 모습을 조금이라도 빨리 보고 싶은 모양이다.

어떻게 착지해야 하지? 팔로 짚어서? 분명 무리가 가긴 가겠지만 자연스럽게 팔굽혀펴기 자세를 취한다면 나름 괜찮아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니아니 그럴리가 없잖아. 오히려 더 이상해보일걸? 발이 걸려 넘어진 것 만으로도 충분히 창피인데, 팔굽혀펴기를 하는 쌩쇼를 벌일 수는 없다. 어째됐든 최대한 내가 다치지 않는 방향으로 넘어져야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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