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온종일 편지를 바라본다 편지를 쓸 때도, 편지를 쓰지 않을 때도, 온종일 편지만을 생각하면서 살아간다
나의 모든 걸 편지에 담아
언제나 같은 주소로 보낸다
사람이 살고 있는지 아닌지조차 알 수 없는,
도시 외곽의 언덕 아래 오두막집으로
내가 무심코 편지에 담아버린 감정의 조각들이
받는 이에게 줄 상처들을 생각해본다
이미 상처투성이인 받는 이의 손목에
내 감정조각들이 피부를 찢고 새빨간 선들을 그린다
온종일 답장을 기다리는 나에게 돌아오는 건
반송 도장이 찍힌 채 돌아오는 빈 봉투뿐
언젠가 올 내 편지에 대한 답장만을 기다리며
나는 오늘도 편지를 써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