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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점아저씨(장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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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내가 입학한 중학교엔 매점이 없었다. 다만 학교 구석 체육창고 뒷쪽 담장 밖에 딱 붙어 있던 가게가 있었다. 우리는 그 곳을 매점이라 불렀고, 그 가게를 운영하시던 노부부를 매점 아저씨와 매점 아주머니로 불렀다. 두 분 모두 약간의 언어장애를 겪고 계셨으며 직접 앞에서 그러진 않았지만 어린 시절 철없던 치기에 그 어눌한 어투를 따라하며 웃음거리 정도 삼았던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윤이 남나 싶던 가격이었다. 자주 먹던 빵은 500원 400원, 큰 컵라면도 천원이 안되는 가격에 팔았으니 말이다. (가격은 기억상 정확하지 않지만 아무튼 무척 저렴했던 것은 팩트다.) 심지어 두 노부부는 성실하기 그지없었다. 난 집이 학교와 멀어 아침 이른 버스를 타야만 했고 등교시간은 8시 10분이었지만 난 그보다 한 시간은 일찍 도착했다. (살았던 곳이 도시가 아니어서 배차 간격이 헬임) 그 시간의 노부부는 매일 아침 학교와 그 주변의 쓰레기를 모두 줍고 분리수거를 하고 있었다. 아침뿐만 아니라 모두 하교한 뒤에도 늘 쓰레기를 줍고 있었다. (지금 생각나서 다시 쓰지만 그 가게의 물건들은 늘 가지런히 정렬되어 있었으며 유통기한이 단 하루라도 지난 것을 본 기억이 없다.) 학교 측에서도 그를 알아서인지 사실상 불법에 가까운 케이스였지만 묵언하는 분위기였다. 늘 '또 와.'라는 말을 돌아 가는 학생들에게 해줬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고등학생을 지나 대학생이 되고 우리 중학교 매점과 노부부의 추억은 잊혀져갔다. 그리고 작년, 2019년 여름, 모처럼 만난 친구와 이른 저녁을 정말 물 한모금도 못 마실 것처럼 배부르게 먹고 마침 가까이에 내가 다녔던 중학교가 가까워 아직도 그 매점이 있을까 하는 호기심에 친구와 난 몇 년만에 찾아가 봤다. 아주머니는 계시지 않았지만 아저씨는 여전히 쓰레기를 열심히 줍고 계셨다.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죠?' '어어 너히 그그... 예..예날 아저씨가 이름 기어 잘 모해도 오.. 오래마이야.' 여전히 어눌했던 그 말투는 왠지 그 당시의 감정으론 반가우면서도 안타까웠다. 몇 마디쯤 나눴을까. 우리는 인사를 드리고 그 매점을 나오려는데 밀키스 두 캔을 후다닥 챙겨 나오시며 우리에게 내미셨다. 우린 극구 사양했으나 듬성 듬성 빠진 이를 환히 보이시며 웃으시는 얼굴에 차마 거절하기 어려워 감사하다는 말을 여러번 드리며 받았다. 당시의 감정이 무엇이었는지 잘은 모르겠다만 나와 내 친구는 물 한 모금도 집어넣지 못 할 것 같던 그 위장에 밀키스 한 캔을 말없이 밀어 넣었다.

---------------- 뒷이야기가 있지만 걍 안쓸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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