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끝에 "장"들어가는 사람과 엮이기 싫다 특히 "장"앞에 그럴듯한 명칭이 올수록.
그러나 아무리 피하고 피해도 어쩔 수 없이 엮일 때가 있는데 바로 그 "장"이 바뀔 때이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잘 보이겠다고 옘병 쓸개고 간이고 다 빼서 전시하는데 왜 내 신장이랑 폐까지 떼가는 건지...
우리 부대 관할에 흡연장 하나가 있는데 새로 온 대장이 보고 "갑갑해서 여기서 피겠나?" 라고 한마디 했다고 바닥을 들어내기 시작했다
시벌 할거면 보수대에서 장비라도 빌려오던가 야전삽 하나씩 들고 일병들이 쫙 깔리는데 아무리 군대라지만 퍼포먼스에 너무 미쳤었다 심지어 7월이라 ㅈㄴ 더웠는데 말이야
저 멀리 대장이 나타나면 그 쌩쇼를 하다가 또 일어나서는 경례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대장은 아빠미소로 웃으며 아들들아 힘내라했고 나는 야전삽을 꽉 쥔채 석시딩유를 되뇌였다
그러다 문제가 생긴거다... 잔디를 깔기 위해 땅을 파던 거라 대충 일구기만 하면 되는 거를 후임 몇이 ㅈㄴ 깊게 파놨다
뭐 거기까지는 상관없었다 메꾸면 되지 근데 거기에 썩은 나무 밑둥 위쪽이 보였다 무슨 옛날 동화에 보면 그런 이야기가 있댄다 뿌리 밑에 이상한게 있어서 나무가 못자란다고
후임을 ㅈㄴ 패고 싶었지만 부조리없는 병영 행복한 병영을 위해 웃으면서 묻으라고 했다
그러나 이 개새끼는 행보관의 의견이 궁금했고 부조리 없는 병영과 나의 영창 중 어느게 더 나의 정신에 이로울까 고민하는 사이에 주임원사가 내 뒤에 와있었다.
주임원사는 무엇이 문제냐고 물었고 너무 깊게 판거 같아 조정 중이었다고 수습했지만 시발놈들이 파놓은 구멍은 블랙홀보다 더 강한 중력으로 주임원사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10분도 안 되서 행보관이 와서 구멍 속을 보았고 우리는 이 흡연장의 발치수술을 준비하게되었다 내 야전삽에 흑염룡이 날뛰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그런게 있지 않은가 남들이 다 내 의견에 반대하더라도 결국에 내 의견이 맞고 ㅈ됐음을 감지하는 순간
그 나무밑둥은 파내려갈수록 더 굵어져갔고 마침내 그것들의 굵고 아름다운 뿌리가 나왔다 무슨 촉수물마냥 여기저기 처박힌 모습이란 진정으로 공포를 느끼게 하는 순간이었다
야전삽으로 뿌리를 쳐내려고 시도했지만 썩은 부분은 나무의 윗부분이고 아랫부분은 무슨 화석마냥 단단해져서 오히려 야전삽 날이 휘어져 버렸다
그럼에도 행보관은 포기하지 않았다 물론 노동은 병사들이 했지만...
발치 수술 3일째가 되는 날에서야 행보관도 발등에 불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흡연장 보수를 하는 동안 거기서 흡연을 못 하니 다른 간부들이 압박을 주기 시작했나 보다
그 화살은 주임원사 수습을 못 했던 나한테 왔고 나는 앞으로 영창을 가도록 노력해야겠다 싶었다 그 후임나부랭이들은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았다
반나절을 더 고생시키더니만 결국 보수대에서 지게차가 삐까뻔적하면서 왔다. 나는 지게차로 저 나무괴물을 어떻게 할까 상당히 의문스러웠다
왜냐하면 아직도 그것은 밑이 보이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의외로 기계의힘은 대단했다 그냥 와서 포크로 푹찍하더니 두두둑하면서 그대로 땅 위로 올라왔다.
그 순간 내가 느낀 감정은 정말 많았다 공포 희열 허망 분노 존경 슬픔
도대체 지게차 하나가 20초도 안걸리는 일을 왜 며칠동안 개고생을 시켰는지 말이다.
그리하여 흡연장은 잔디가 깔리고 색깔 있는 유리덮개로 통풍벽까지 세운 실망한 중대장도 히히거리는 모습이 되었다
이렇게 멋진 흡연장을 만들기 위해 그 고생을 했는데 한대 빨아야하지 않나? 그러나 나는 그것도 할 수 없었다
나는 비흡연자였으니까 시발
아까 집오다가 포크레인 봐서 생각났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