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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문학] 단편소설. 나와 이즈님-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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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브론즈와 이즈리얼에 대한 과장된 표현이 있을 수 있어요. 좀 억지스러울 수도 있고요. 소설이니 그러려니 해주세요.

*주의* 트위스티드 페이트가 개찌질하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어제 랭겜돌리다가 만난 새기가 모티브예요 젠장.

 

 

***

 

이즈리얼과 룰루는 실버로 향하기 위한 듀오를 결성했다. 그러나 한 가지 문제가 발생했는데, 바로 룰루의 스킬을 지원해주는 친구. 픽스의 부재였다.

 

“픽스 대신 포로를 써 보는 건 어때?”

 

라는 티모의 조언대로, 룰루와 이즈리얼은 포로를 하나 데려왔다.

 

포로는 손바닥만 한 크기에 북실북실한 하얀 털과 까맣고 동그란 눈을 지녔고, 분홍 혓바닥을 앙증맞게 내밀고 있는 귀여운 친구였다.

 

처음부터 포로가 말을 잘 들은 것은 아니었지만, 원기회복의 완전한 비스킷을 하나 먹이니까 금세 고분고분해졌다.

 

“까드득. 까득. 푸우.”

 

‘으아악. 살려줘.’

 

-----

 

트위스티드 페이트.

 

사람들이 나를 보통 유희왕 카드쟁이라고 부른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카드를 뽑아 무기로 사용한다. 각각의 카드들은 저마다 다른 효과가 있다. 그중에서도 금색 카드의 효과는 그야말로 사기.

 

나의 금색 카드는 상대방을 확정적으로 기절시킨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강력하지만, 나에겐 순간이동이라는 또 다른 능력이 있다.

 

이 능력이 얼마나 사기적인지 감이 오질 않는다면, 한 가지 가정을 해보자.

 

상대 탑이나 봇 라이너는 아무것도 모른 채 라인전에 집중하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상대방의 뒤로 튀어나와서 금색 카드로 기절시킨다면?

 

상대방은 거의 죽거나, 스펠에 손실을 입을 것이다.

 

기절한 상대방이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그 쾌감이란. 아마 곧 상대 라이너의 채팅이 올라오지 않을까?

 

“전체: 진짜 카드쟁이 ** 뒤졌냐?”

 

어쨌든 이렇듯 사기적인 스킬을 보유하고 있는 나다. 오늘도 기분 좋게 랭크 게임을 돌리려는데, 불쾌하게도 상대팀 목록에 ‘고인’ 챔프가 보인다.

 

“내 솜씨를 제대로 보여줄 시간이군.”

 

고인. 이즈리얼이 말했다. 나는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온갖 강력한 스킬로 무장한 챔피언을 해도 날 상대하기 모자랄 판이다.

 

그런데, 웬 노랑머리 고아 새기가 튀어나왔다? 그야말로 멍청함의 극치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나는 이즈리얼을 향해 말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노랑머리 고아 새기 ㅎㅇ? 꽁승 감사요. ㅋㅋㅋㅋ”

 

“...”

 

내심 대답을 기대했으나, 이즈리얼은 그저 묵묵히 게임을 진행할 뿐이었다.

 

하지만 나는 도발을 멈출 생각이 없다. 쓸모없는 노랑머리는 완전히 밟아버려 두 번 다시 게임을 하지 못하게 만들 작정이었다.

 

다음에 우리 팀으로 나온다면 곤란한 상황이 될 테니까.

 

“너나 잘 하세요. 카드쟁이야!”

 

한마디 더 해주려는 찰나, 적팀의 룰루가 내 대답을 받아쳤다. 나는 조금 의아해했다.

 

보통 팀에 이즈리얼이 나오면 온갖 욕설과 질책이 난무해야 정상이다. 그런데 룰루는 왜 이즈리얼을 감싸는 것일까?

 

그 순간 나는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잠깐 ‘op.gg’에서 전적을 찾아보니 아니나 다를까. 룰루는 이즈리얼과 듀오인 모양이었다.

 

하지만 하필 듀오를 해도 왜 저런 분리수거도 안 되는 폐기물이랑 했을지 아직도 의문이 남았다.

 

“룰루님. 왜 그딴 고아 새기랑 듀오 했음? 진짜 이해가 안 가네.”

 

내가 물었다. 그러자 적 팀의 미드 라이너. 자이라가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내 말이. 진짜 노랑머리 고아 새기나, 같이 듀오 하는 사람이나 다를 게 없다니까?”

 

그 말을 들은 나는 슬며시 미소 지었다. 역시 이즈리얼은 듀오인 룰루만 옹호해 줄 뿐. 적 팀에서도 욕을 먹고 있는 모양이었다.

 

정말 기대되는 게임이다. 팀한테 온갖 욕설을 먹으며 쓸쓸하게 퇴장할 그의 뒷모습을 보고 싶다.

 

 

=====

 

라인전은 성공적으로 끝마쳤다. 상대 자이라는 라인전 내내 나에게 솔킬을 따였고, 적팀 탑 또한 계속되는 나의 로밍에 붕괴되었다. 탑과 미드의 1차타워는 모두 밀어버린 상황.

 

이제 남은 것은 이즈리얼과 룰루가 지키고 있는 봇 타워 뿐 이었다.

 

나는 게임 상황을 확인했다. 우리 팀의 시비르와 브라움은 미니언도 못 먹게 견제를 당하고 있었다. 데스도 꽤 쌓여 있는 상태였다.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설마 우리 팀 봇이 노랑머리 고아 새기를 상대로 지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하지만 아직 저 정도면 충분히 로밍으로 풀어줄 수 있다.

 

내가 말했다.

 

“시비르랑 브라움. 이 쓰레기들아. 지금 로밍 갈 테니까 갱호응이나 똑바로 해라. 도대체 지금까지 이즈리얼을 상대로 왜 지고 있던 거야?”

 

말을 마치고 상대 이즈리얼 앞에 궁극기를 쓴 찰나, 나의 머리 위로 여러 개의 위험 핑이 떨어졌다.

 

삑- 삑-

 

시비르와 브라움이었다. 그들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무언가를 소리치고 있었다. 하지만 궁극기를 멈추기엔 이미 너무 늦은 상태다.

 

게다가 설마 이즈리얼을 상대로 질 리가 없다.

 

촤라락-

 

나는 카드 더미 속. 이즈리얼의 앞에서 튀어나왔다. 팔랑이며 여러 장의 카드가 눈앞에서 흩날렸다. 나는 손을 뻗어 황금빛 카드를 낚아챘다.

 

“체크메이트.”

 

짧게 내뱉으며, 들고 있던 황금빛 카드를 이즈리얼을 향해 노련하게 던진다. 핑, 소리와 함께 기절하는 이즈리얼. 이것이 딱 내가 원하던 그림이었다.

 

“신비한 마법 화살.”

 

그러나, 이즈리얼은 기절하지 않았다. 이즈리얼의 손이 빛나자 날카로운 화살이 나의 배를 관통했다.

 

나는 깜짝 놀랐다. 기절이 통하지 않은 것도 않은 거지만, 이즈리얼의 q를 맞고 순식간에 체력이 확 줄어버렸다.

 

나는 입가를 타고 흐르는 피를 닦으며 물었다.

 

“크윽. 뭐야. 이 정신 나간 딜은?”

 

난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촤악- 소리를 내며 흙먼지가 흩날린다.

 

적 팀 이즈리얼은 벌레 보듯 덤덤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스륵.

 

이즈리얼이 머리에 둘러매고 있던 띠를 풀었다. 나는 그것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바로 수은 장식 띠. 자신에게 걸린 해로운 효과를 제거시켜주는 아이템이었다.

 

하지만 수은 장식 띠는 방어형 아이템. 수은 장식 띠를 먼저 올린 원딜의 데미지가 잘 나올 리 없다. 그러나 이즈리얼은 나의 상식을 파괴해버릴 정도로 강했다.

 

당황스럽고 어이없어진 내가 소리쳤다.

 

“뭐야! 너 왜 수은 장식 띠를 벌써 올렸어! 이 벌레 자식아!”

 

“시끄러.”

 

이즈리얼이 대답했다. 그는 팔을 들어 올렸다. 그의 손이 푸른 섬광에 휩싸여 반짝 빛났다. 그제야 나는 지금 내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무라마나.”

 

내가 중얼거렸다. 사용자가 스킬을 사용한 횟수에 비례해 진화하여 엄청난 딜량을 뿜어내는 공격형 아이템이다. 이 아이템은 보통 중반이 넘어서야 완성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17분 초반인 지금. 이즈리얼은 무라마나를 들고 있다. 내 눈으로 보고도 도저히 믿기지가 않는 상황이었다.

 

“커헉!”

 

그때 이즈리얼의 화살이 또다시 나를 관통했다. 큰 충격을 받아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이래선 로밍이 아니라 그냥 죽으러 온 것이나 다름없다. 빨리 도망쳐야 했다.

 

“젠장!”

 

나는 비틀거리며 브라움을 향해 달렸다. 어째서인지 이즈리얼은 움직이지 않았다. 쫓아오지 않으려는 생각인가?

 

퍼억-

 

틀렸다. 이즈리얼의 화살이 날아와 내 팔을 꿰뚫었다. 그는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처럼 가만히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무빙이라면 꽤 자신이 있는 나지만 이즈리얼의 공격을 도저히 피할 수 없었다. 도저히 절묘하게 날아오는 화살에 반응할 수가 없다.

 

그때 가만히 구경하고 있던 적 팀의 룰루가 지팡이를 들어 소리쳤다.

 

“픽스!... 아니, 포로!”

 

“포로!”

 

“크윽. 이거 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적 룰루의 포로(?)까지 나에게 매달렸다. 나는 룰루의 추격을 뿌리치며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즈리얼은 공격을 멈추고 천천히 나를 따라오고 있었다.

 

그러나, 조금. 조금만 더 있으면 브라움이 있는 곳까지 도망칠 수 있다. 그 후엔 브라움의 방패 뒤에서 침착하게 황금빛 카드를 던지면 다시 한 번 역전의 기회까지 노려볼 수 있을 것이다.

 

그 순간.

 

 “반짝반짝 창!”

 

내 뒤를 쫓아오던 포로가 날카로운 고드름 창을 발사했다. 창은 나를 꿰뚫었다. 그리고 그 뒤로 이즈리얼의 마법 화살이 또 한 번 날아든다.

 

퍽-

 

나는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풀썩 쓰러졌다. 더는 체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시야가 점점 어두워졌다.

 

“제기랄...”

 

눈을 감기 전, 나를 관통하고, 그대로 뻗어 나간 고드름 창에 의해 다리를 찔린 브라움의 모습이 보였다.

 

브라움은 당황한 표정으로 도망치려 했으나, 다리를 다친 탓에 움직임이 눈에 띄게 더뎠다. 시비르는 브라움을 돕기 위해 이즈리얼을 향해 부메랑을 던졌다.

 

그리고

 

적. 트리플 킬.

 

 

 

“푸하하. 카드쟁이님. 꼴좋다. 왜 와서 죽어주고 가세요? 푸헤헤헤헤헤.”

 

안 그래도 침울한 상황에 적 룰루의 도발이 쏟아졌다. 나는 부득 이를 갈았다.

 

 

---

 

봇 로밍이 실패한 이후로 게임은 완전히 박살.

 

이즈리얼의 q를 맞을 때마다 우리 팀이 죽어나갔다. 나의 자랑인 황금빛 카드도 이즈리얼의 수은 장식 띠에 의해 번번이 막혔다.

 

너무나도 일방적인 패배다. 고인에게 지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이것이 꿈이라고 생각했다. 우리팀 억제기 포탑이 밀릴 때도. 쌍둥이와 넥서스가 터질 때도. 도무지 실감이 나질 않았다.

 

“저기, 이즈님. 승급전이었는데 캐리 정말 감사합니다. 욕했던 건 정말 죄송하고요.”

 

게임이 끝나고 퇴장하는 곳에서 이즈리얼을 욕하던 적 팀 자이라가 말했다. 그녀는 미안함과 고마움이 뒤섞인 표정을 띠고 있었다.

 

이즈리얼은 대답하는 대신 살짝 웃어 보였다. 그 모습을 보자 눈썹이 꿈틀 움직인다.

 

이제야 현실이 와 닿는다. 마음속에선 뜨거운 불처럼 분노가 끊이질 않았다.

 

나는 졌다. 고인 챔프에게 졌다. 아니, 내가 진 게 아니다. 우리 팀이 못 했기 때문에 진 것이다. 시비르와 브라움이 조금씩만 더 잘했어도. 이 게임은 우리의 승리. 아니, 내 승리였단 말이다.

 

“야. 시비르랑 브라움. 듀오냐? 진짜 쓰레기처럼 못하네. 어떻게 고인한테 질 수가 있냐고!”

 

퇴장하려는 시비르와 브라움을 향해 버럭 소리친다. 그러자 그들은 성난 표정으로 휙 뒤돌았다.

 

“뭐야? 말은 똑바로 하시지! 네가 로밍 실패하는 탓에 용 뺏기고 포탑 밀려서 진 거잖아!”

 

“맞다! 트위스티드 페이트가 룰루의 포로를 달고 나한테 왔다! 덕분에 브라움도 죽었다!”

 

모두 맞는 말이다. 나 또한 로밍을 실패한 내 잘못이 큰 것은 물론 알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시끄러워 이 멍청이들아! 내가 미드에서 얼마나 잘 컸는데. 내가 브론즈인 것도. 다 니들처럼 못하는... 어?”

 

그때였다. 한바탕 욕을 쏟아내려는 찰나 적 팀의 이즈리얼이 내 앞을 가로막았다.

 

“...”

 

그의 눈빛은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 마치 벌레를 쳐다볼 때의 경멸 섞인 그 눈초리.

 

이즈리얼은 그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가 입을 열었다.

 

“그만해. 이 똥쟁이야.”

 

 

 

********************

 

그렇게 게임은 끝났다. 하지만 나는 용납할 수가 없었다.

 

그 후로 나는 미친 듯이 이즈리얼의 행적을 캐기 시작했다. 그가 최근에 한 게임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그가 했던 게임들은 모두 리플레이를 돌려 보았다.

 

확실히 이상하다. 그의 움직임과 아이템을 가는 방식. 그리고 최근 전적과 승률까지.

 

도저히 브론즈에서 나올 수 없는 플레이였다. 라인전이 끝났을 때 분당 cs는 거의 10개를 유지했고, 게임이 끝났을 때는 대부분의 킬에 관여를 하고 있었다.

 

저 정도의 실력을 갖추려면 최소한 골드나 플래티넘. 아니, 그 이상이어야만 한다.

 

더 높은 경지. 나로선 상상할 수도 없는 티어.

 

 

그 순간 나의 머릿속으로 한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럼 그렇지. 저런 쓰레기같은 노랑머리 고아 새기가 정당한 방법으로 나를 이겼을 리 없다.

 

나는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탁자 위의 전화기를 집어 든다.

 

“거기 라이엇이죠? 게임 대리 플레이 신고를 좀 하려고 하는데요.”

 

******

 

전편을 올린게 2주 전이었나. 왜 이렇게 늦게 올렸냐고 물어보신다면 롤 하느라 못 올렸어요.

 

그럼 지금은 왜 올렸냐고 물어보신다면 롤 점검한다고 랭크 게임 막혀서 올렸어요.

 

사실은 어제 썼거든요. 한 번 쓰면 수정하기가 까다로워서 뭔가 더 말하고 싶은데 할 말이 없네요.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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