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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문학] 단편소설. 나와 이즈님-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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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링크:https://www.op.gg/forum/view/214345

2화 링크:https://www.op.gg/forum/view/231667

 

 

***주의***

 

브론즈와 이즈리얼에 대해 과장된 표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아래의 이야기는 픽션이지만, 그들이 하는 트롤 플레이와 대사는 모두 직접 경험한 일을 토대로 작성하였습니다.

 

수 십 판중에 한 판 일어날 일을 꽁꽁 뭉쳐 놓으니, 그야말로 막장이 되어버렸군요. 실제로 브론즈가 이러진 않으니 그 점 유념해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이즈리얼.

 

드디어 브론즈에서의 첫 게임이 시작되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소환사의 협곡이었지만, 오늘은 뭔가 달랐다.

 

그들은 내가 ‘이즈리얼’이라고 욕하지 않았으며, 노랑머리 고아 새기라고 부르지도 않았고, 우리 엄마를 찾지도 않았다.

 

-퍼스트 블러드-

 

-아군이 당했습니다-

 

그때였다. 소환사의 협곡에 해설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우리 팀의 죽음을 친절하게 알려주는 소리였다.

 

“아나. 우리 정글 뭐함? 적 정글은 탑에서 사는데?”

 

우리 팀 마이가 말했다. 그는 너무나도 화가 나서 뿔이 난 나머지 그만 ‘바이’가 되어 있었다. 그러자 티모도 소리쳤다.

 

“아니. 뭔 소리야? 방금 적 정글한테 카정 당해서 죽었는데. 너야말로 백업 안 오냐?”

 

그 말을 듣고, 제드는 적 챔피언 목록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이내 그의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 제드가 당황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잠깐. 적 정글이 두 명이야!”

 

그렇다. 제드의 말 대로였다. 적 정글은 샤코와 피들스틱. 둘이었다. 카정을 통해 티모의 뚝배기를 깨뜨린 쪽은 피들스틱이었고, 참고로 뚝배기는 머리였다.

 

“이 ** 개백정 정글러. ** *** 엄마 만수무강해라.”

 

“** 너네 부모님이나 백년해로 ** ***”

 

이내 분노를 참지 못한 티모와 마스터이가 채팅창에 별을 띄우기 시작했다. 아름답게 수 놓인 별의 향연은 마치 몽환적인 밤을 그려내는 것 같았다. 심지어 중간중간 서로 부모님의 안부를 물어 우정이 더욱 돈독해지는 과정. 이 얼마나 보기 좋은가.

 

“이즈님. 잘 해봐요. 헤헤.”

 

그때였다. 내 서포터. 룰루가 말했다. 나는 문득 그녀의 손에 눈길이 갔다. 룰루는 도란의 반지를 끼고 있었다.

 

“...”

 

나는 아무 말 없이 그녀에게 미소를 지어 주었다.

 

“그런데 적 원딜이 보이지 않는데요?”

 

문득 룰루가 물었다. 라인전이 시작한 지 조금 시간이 지났지만, 적 원딜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물론 적 정글이 두 명이고, 서포터가 없는 만큼 탈주해도 이상할 일은 아니다.

 

나는 일단은 미니언을 먹으며 성장하기로 마음먹었다. 항상 생각하는 것이지만, 미니언들은 걸어 다니는 지갑 같은 아주 좋은 친구들이다.

 

잠시 시간이 흘렀다.

 

“삐릴리. 개굴개굴. 삐릴릴리.”

 

갑자기 어디선가 의미심장한 피리 소리가 들려왔다. 구슬프고도 과학적인 곡조였다.

 

나와 룰루는 소리의 발생지를 찾기 위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때 룰루가 적 타워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저기예요! 저쪽에 적 원딜이?”

 

나는 적 포탑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나는 ‘그’와 눈을 마주칠 수 있었다. 날렵하게 생긴 외모에 해진 옷을 입고, 긴 검을 든 무사. 그가 말했다.

 

"죽음은, 바람과 같지. 늘 내곁에 있으니."

 

그의 정체는 바로. 우리들의 영원한 과학자. ‘야스오’였다. 내가 소리쳤다.

 

“애초에 원거리 딜러도 아니잖아!”

 

그렇다. 야스오는 검을 든 근접 딜러로 원거리 딜러와는 관계가 멀었다. 혹시 적 야스오는 원딜의 의미를 알고 있을까? 나는 시험해 보기로 하였다.

 

“[전체] : 저기 야스오님. 원딜 뜻이 뭔지 아세요?”

 

내가 물었다. 그러자 야스오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내 그는 뭔가 떠올랐다는 듯 주먹을 손바닥 위에 가볍게 툭 올렸다. 그가 말했다.

 

“[전체] : 원심력 딜러?”

 

“[전체] : 아이고 세상에.”

 

“[전체]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샤코와 티모가 한 마디씩 거들었다. 게임을 하는 도중 조금씩 느낀 건데, 이곳의 사람들은 모두 즐거워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문득 예전에 다이아몬드에서 진행했던 게임 한 판이 떠올랐다.

 

“이즈님. q 각도를 1.175도만 더 왼쪽으로 틀었어도 적 트위치를 잡았어요. 알아요?”

 

내가 트위치를 놓쳤을 때, 우리 정글러가 나에게 한 말이었다. 나는 연거푸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항상 날이 서 있었고, 승리를. 리그 포인트를 갈망하고 있었다.

 

즐거움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들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있었고, 누구라도 건드리면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팽팽하고 긴장된 분위기였다.

 

*실제 다이아가 이런지는 필자도 모릅니다. 유언비어를 퍼뜨려서 미안합니다.*

 

“이즈님. 적 블루 먹으러 가요. 헤헤.”

 

그때, 룰루의 말에 내 회상이 깨졌다. 그녀는 내 팔목을 잡고 적 블루 쪽으로 이끌었다.

 

나는 룰루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승리나 포인트 따위는 전혀 관심 없다는, 그야말로 즐겁게 게임하는 사람의 표정이었다. 그 모습을 보자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블루는 룰루님 드세요.”

 

“와 정말요? 에헤헤. 고마워요.”

 

그 말을 들은 룰루는 어린아이처럼 좋아했다. 우리는 사이좋게 적 블루를 먹기 시작했다.

 

 

***

 

마이와 티모가 합쳐서. 도합 20뎃을 하고 있었지만, 게임은 유리하게 흘러갔다. 적 팀 야스오는 화장실에 들락거리느라 게임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적 샤코는 적 피들스틱과 레드 싸움을 하다가 뺏기는 바람에 탈주했다.

 

“[Q]신비한 마법 화살!”

 

반짝. 빛을 머금은 화살이 빠르게 쏘아져 적 피들스틱을 꿰뚫었다. 불쌍한 허수아비는 그대로 팔다리가 분리되어 바닥에 쓰러졌다. 룰루는 피들스틱의 시체 위에서 미친 듯이 웃고 있었다.

 

“아하! 이히오헤오헤오! 에헤! 아헤헤이오이아!”

 

“오. 이즈님 좀 하는데요?”

 

티모가 말했다. 나는 오랜만에 듣는 칭찬에 조금 쑥스러워졌다. 그동안 팀원들은 이기고 있을 때는 자신들이 잘했기 때문에. 반대로 지고 있을 때는 노랑머리 고아새기 때문이라고 윽박질러 왔었다.

 

위이이이잉. 콰광.

 

[승리]

 

여러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유령 무희를 두 개 장착한 마스터 이가 백도어로 넥서스를 부수었다. 브론즈에서 맛본 첫 승리였다

 

“캐리요.”

 

티모가 말했다. 마스터이도 지지 않고 소리쳤다.

 

“내 캐리지. 넥서스 부순 거 안 보임?”

 

도합 30뎃의 마이와 티모가 자신의 캐리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휙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이즈님. 누구 캐리예요?”

 

“제 캐리죠?”

 

“둘 다 잘하셨어요.”

 

내가 대답했다. 참고로 그때 나의 전적은 20킬 0데스 10어시스트였다. 그래도, 이렇게 대답해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가볼게요. 수고들 하세요.”

 

경기를 마치고 내가 소환사의 협곡에서 퇴장하려는 찰나였다.

 

"잠깐!"

 

그때, 티모가 날 붙잡았다. 그가 물었다.

 

“잠깐 이즈님. 우리 다 같이 듀오 할래요? 게임은 여럿이 하는 게 재밌잖아요.”

 

나는 고개를 돌려, 함께 게임을 마친 팀원들을 죽 훑어보았다. 20데스를 한 티모. 유령무희 두 개의 마스터 이. 탈주한 제드에, 주문력 600을 달성한 룰루까지.

 

이상한 조합이었지만, 나는 그 여느 때보다 즐거운 게임을 했다. 이들과 함께라면 앞으로도 즐거운 일들만 생길 것 같았다.

 

나는 싱긋 미소 지었다. 그리고 대답했다.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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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수호자 노랑 머리 고아 새기가 출시된다면서요? 밴 할래요.

 

그나저나 이야기도 거의 후반부에 들어섰네요. 이즈리얼은 또 다시 팀원들에게 욕 쳐먹고 자살하게 될까요? 아니면 다시 한 번 다이아를 달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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