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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문학] 단편소설. 나와 이즈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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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링크 : https://www.op.gg/forum/view/214345

 

 

*주의*주의*주의*

 

브론즈나 이즈리얼에 관련하여 과장된 표현이 있을 수 있어요. 그런 부분은 그냥 재미로만 봐주세요. 부탁해요 ㅠㅠ

 

그리고 정글 티모나 탑 마이 같은 경우에는 제가 브론즈에서 실제로 봤기 때문에 써봤어요. 내 티어에선 저런거 본 적 없는데요? 라고 말하실지도 모르겠네요. 미안해요 ㅠㅠ

 

*********

 

“푸흐. 푸하하하!”

 

모르가나는 배꼽을 잡고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이내 그녀는 바닥에 엎어지듯 쓰러져, 주먹으로 땅을 내리쳤다. 그 모습을 본 오리아나는 갸우뚱 고개를 기울이며 물었다.

 

“모르가나. 왜 그렇게 즐겁게 웃는 거죠.”

 

모르가나는 손을 들어 올렸다. 그녀는 너무 웃어서 생긴 눈물을 슥 닦으며 대답했다.

 

“아니 그렇지만, 웃기잖아. 이미 다이아를 달은 녀석이 시즌 보상도 포기하고, 브론즈로 강등당하고 싶다는데, 넌 안 웃겨? 푸하하.”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오리아나의 대답에 모르가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너도 참 인간미 없는 녀석이네. 뭐 어쨌든. 재밌었어.”

 

모르가나의 보랏빛 눈동자가 반짝 빛났다. 그녀는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

 

‘자. 그럼. 탐 켄치가 어떻게 나올지 보자고.’

 

 

***

 

이즈리얼.

 

똑. 물 한 방울이 떨어졌다. 떨어진 물방울은 수면에 잔잔한 파문을 그려 나갔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음산한 곳이었다. 빛은 이미 오래전에 자취를 감추어 어두웠고, 강물엔 썩은 나무토막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나는 강물에서 올라오는 악취에 코를 막았다. 마치 썩은 달걀 같은 냄새였다.

 

“손님이 찾아오셨군.”

 

그때, 내 앞으로 무언가가 불쑥 튀어나왔다. 나는 깜짝 놀라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그것의 생김새는 묘했다. 더듬이같이 긴 수염과 메기를 닮은 외모의 뚱뚱한 남자.

 

나는 그가 단박에 탐 켄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모르가나가 설명해준 외모 그대로였기 때문이었다.

 

“크흠. 커험. 으음.”

 

탐 켄치는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그는 붉은 정장의 옷매무새를 정돈하며 물었다.

 

“그래. 탐험가 꼬맹이. 무슨 일로 이 몸을 찾아왔지?”

 

내가 대답했다.

 

“브론즈로 가고 싶어요.”

 

“뭐?”

 

웃옷 단추를 잠그던 탐 켄치의 손이 문득 멈췄다. 그는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내가 잘 못 들은 건가? 더 상위 티어로 올라가고 싶다면. 얼마든지 대리해 줄 수 있다. 나는 어느 곳이든 자유롭게 갈 수 있으니까. 그런데 브론즈로 가고 싶다고?”

 

탐 켄치가 물었다.

 

상위 티어. 얼핏 들으면 꿈만 같은 이야기였지만, 그곳에도 ‘이즈리얼’은 낄 자리가 없다. 브론즈로 가기로 한 나의 결심은 확고했다.

 

“네. 제가 가고 싶은 곳은 브론즈입니다.”

 

내가 대답했다. 그러자 탐 켄치의 입고리가 씰룩 올라갔다.

 

“큭.”

 

탐 켄치는 이내 배꼽을 잡고 웃어대기 시작했다. 그가 물었다.

 

“푸하하. 꼬맹이. 너 탐험 정신이 너무 충만한 것 아냐? 왜 그곳으로 가고 싶다는 거지?”

 

“혹시 불가능한가요?”

 

“아니. 내가 가지 못하는 곳은 없어. 브론즈도 ‘패작’이라는 것을 이용하면 충분히 갈 수 있지. 다만 너무 의외라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할 뿐이야.”

 

“...”

 

나는 탐 켄치에게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설명해 주었다. 내가 단지 이즈리얼이기 때문에 받아온 온갖 멸시와 천대. 그리고 오랜 듀오였던 나미가 떠난 이야기. 어떠한 챔피언을 픽해도 욕을 먹지 않는다는 ‘브론즈’라는 곳을 우연히 듣게 된 것까지.

 

내 말은 들은 탐 켄치는 기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가 말했다.

 

“마음에 들었다.”

 

탐 켄치는 입을 쩍 벌렸다. 나는 흠칫 놀랐다.

 

탐 켄치의 입은 얼마나 큰지 사람 하나 정도는 가뿐히 통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또한 그의 입 안은 어느 미지의 공간으로 연결된 것처럼 어두컴컴하고 공허했다.

 

“브론즈로 안내해주지. 자 입 안으로 들어와라.”

 

탐 켄치가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꺼림칙했지만, 브론즈로 가기 위해서는 그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마른침을 삼켰다. 이내 눈을 감고 그의 입속으로 발걸음을 내디딘다.

 

“조금 어지러울 거야.”

 

탐 켄치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웅웅 울려 퍼졌다.

 

세상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정신이 아득히 멀어졌다.

 

***

 

눈을 떠 보았을 때는 소환사의 협곡이었다. 정말 브론즈로 온 게 맞는 걸까. 별로 달라진 점은 없어 보였다.

 

툭. 챙그랑.

 

그때, 내 발밑에 무언가가 떨어졌다. 동으로 된 훈장이었다. 나는 그것을 집어 들었다. 그러자 탐 켄치가 말했다.

 

“후후. 내 역할은 여기까지. 꽤 즐거웠으니까 따로 보답을 바라진 않겠어. 그럼 무운을 빌지.”

 

탐 켄치는 첨벙 소리 내며 다시 강 속으로 사라졌다. 나는 내 손에 쥔 동색 훈장을 바라보았다.

 

“왔구나.”

 

그제야 내가 브론즈로 떨어졌다는 사실이 실감났다. 왠지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이즈리얼이라는 이유만으로 천대 당할지도 몰랐다. 긴장의 끈을 놓을 순 없었다.

 

“탑 갈게요.”

 

그때였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참 챔피언 픽 도중인 모양이었다. 우리 팀 1픽은 탑 마스터 이를 픽했다. 나는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마스터 이는 보통 정글로 많이 가는 챔피언이기 때문이었다. 보통 이 때라면 '?'라고 하거나, 욕설이 쏟아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팀원들은 묵묵히 자신의 할 일을 할 뿐이었다. 웹툰을 보거나, 혹은 op.gg에서 전적을 검색하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나와 이즈님’을 보고 있는 건지도 몰랐다.

 

“전 정글 갈래요.”

 

우리 팀 2픽은 티모 정글을 픽했다. 이번에도 팀원들은 별달리 반응이 없었다. 아마 트롤들을 상대하는 일에 익숙해진 탓일 것이다.

 

나는 내심 안도했다. 분명 이곳에서는 내가 ‘이즈리얼’이라도 별 욕을 먹지 않을 것 같았다.

 

“저는 원딜 갈게요.”

 

내가 말했다. 목소리가 조금 떨려왔다. 나는 조금씩 주위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런데.

 

“하아.”

 

갑자기 마스터 이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불안한 기분이 엄습했다.

 

“저기 이즈님;”

 

그때 티모가 입을 열었다. 그의 표정은 별로 좋지 않아 보였다. 그 모습을 본 나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설마 브론즈 까지 왔는데도 단지 '이즈리얼'이라는 이유로 욕을 먹게 되는걸까?

 

“이즈님. 왜 님만 정상적인 픽하세요?”

 

티모가 물었다. 나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까지 하던 걱정들이 한번에 싹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약간 황당하기도 했다.

 

“네?”

 

“아니, 님만 정상픽하면 우리가 이상한 사람처럼 보이잖아요. 다음부턴 그러지 마세요.”

 

내가 되묻자 마스터 이가 대답했다. 나는 푸핫 웃음을 터뜨렸다.

 

“하. 하하. 미안해요. 하하하.”

 

어쩐지 웃음이 멈추질 않았다. 나는 옷소매로 눈가를 훔쳤다. 역시. 브론즈로 온 것은 옳은 선택이었다. 이곳에선 더는 천대받지 않아도 된다. 누가 욕을 하지도 않는다. 또 여신의 눈물을 마음 놓고 구매할 수 있다.

 

"뭐. 잘 해보죠."

 

그때였다. 티모가 내 앞으로 손을 내밀었다. 나는 씩 웃으며 대답했다.

 

“네. 잘 부탁할게요.”

 

나는 그의 조그마하고 복실복실한 손을 잡았다.

 

 

이윽고 게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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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편에 달렸던 댓글 다 잘 읽어봤어요.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실 난 이즈리얼이 정말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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