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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지] 라는 단어를 쓰면 안되는 이유 (진지긴글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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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옵붕이들아 새벽에 롤하다 혜지소리 듣고 눈물 찔끔거리다가 글 쓰게 됐다. 내 나름대로 논리적으로 정리한다고 했는데 글이 허접할 수도 있다. 중간 까지만 읽어도 되니 한번쯤 읽어보고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줘봤으면 좋겟다.

- [혜지] 라는 말의 기원 원딜이 "탱서폿은 안되냐"고 했는데, 서폿이 "탱은 안해봐서 ㅠㅠ" 라고 했고, 듀오인 유저가 "싫대요 혜지야 그냥 해" 라고 한데서 유래함. 여기서 서폿유저는 여자고, 듀오는 남자인 것으로 추정되어 [못하는 여자 유틸폿 버스충] 의 뜻으로 쓰이게 되었음

- 써서는 안되는 이유 가장 중요한 이유는 성차별 단어라는 것이다. 기원부터가 여성유저를 비꼬기 위해 탄생한 말이다. <혜지> 라는 단어는 <여자> 와 <유틸폿, 버스충, 못함> 을 서로 계속해서 엮이며 성차별적인 편견을 심어주고, 심화시키는 단어다. 실제로 혜지라는 말을 쓸 때에, 사람들은 여자라는 이미지를 계속 해서 엮게 된다. ( ex. 혜지야 너 여자야?, 저 혜지라서 고자에요, 유틸폿만 하는 애(남자임)가 닉넴을 강다니엘여자친구 라고 지었다 ) 때문에 "여자라서 유틸폿만 하네", "혜지야 오빠 잘 만났네" 에서 그치지 않고 "여자가 끼면 진다", "여자라서 못하네" 라는 더욱 확대된 성차별적인 편견을 심어주고, 그러한 사회 분위기를 만들며, 나아가 성희롱 등으로 심화되며 게임사회에서의 여성의 인권을 떨어트린다.

- 보르시와 혜지, 여성들 또한 <혜지>라는 말을 쓰는 이유

혜지의 기원을 살펴보면 옆집 오버워치의 <보르시> 와 똑같은 의미의 단어이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보르시> 라는 단어는 성차별적임을 인정하면서, 혜지는 아니라고 그럴까? 단지 보르시처럼 단어에 <녀> 나 <보> 가 들어가지 않아 단어 자체의 혐오감은 적기 때문이다. 심지어 <혜지> 는 귀염성까지 느껴진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남성뿐 아니라 여성들또한) 은 잘못된 점을 느끼지 못하고 남용하고 있다.

- 요즘은 성차별적으로 안쓴다? 요즘은 그저 유틸폿만 해도 혜지, 버스충만 봐도 혜지라고 한다. 그럼 단어의 성차별적인 의미가 사라졌느냐?? 아니다. 처음의 뜻으로 계속해서 그 단어를 쓰는 사람들도 아직까지 매우 많으며, 요즘은 그냥 여성 유저만 봐도 혜지냐? 라고 하기도 한다. 이는 혜지라는 단어와 여성의 이미지는 계속해서 연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장문충 싫어하면 여기까지만 읽어도 됨 ///////////////////////////////////////////////////////////

- <창렬>으로 미러링을 해보자 본인은 메갈이나 워마드가 아니다. 그런거 극혐한다. 원래 차별이라는 것이 당사자가 아닌 이상은 차별당했을 때의 그 엿같은 기분과 상황에 생생한 공감을 하기가 힘들다. 뭐 그런걸로 호들갑이냐 싶을 수도 있다. 그래서 남자의 입장에서 다른 상황을 예로 들어 비유 해볼려고 한다. <혜지> 라는 단어가 사람의 이름이다 보니 비슷한 단어인 <창렬> 으로 예시를 들어보겠다. 현재 <창렬하다> 는 단어는 "가격에 비해 양이 부실한 음식" 이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으며, 성차별적인 요소는 전혀 담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이것이 처음 탄생하게 된 배경을 바꿔보자. 요리라는 분야에서, 옛날부터 여성들의 종사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고, 남성들은 그 비율이 낮다고 해보자. 옛날부터 보통 음식점이나 음식 브랜드 창립은 대부분 여성들이 해왔다. 그런데 최근, 남성요리사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그 남성요리사들의 일부 몇몇이 가성비가 낮은 음식을 냈고, 그건은 SNS를 타고 퍼져 나갔다. 그 중 한명이 김창렬이었다. 이를 본 여자들은 <남자들이 만든 가성비 낮은 음식> 을 <창렬하다> 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단어가 찰져서 금방 유행을 타게 됐다. 음식점****에 들어갔는데 사장이 남자이기만 해도 "아 여기 창렬한거 아니야??" (= 여자네, 혜지냐?)라고 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되면서 "여기 가성비가 낮다 했더니 사장이 남자였네" (= 아 소나 개못한다했더니 여자였네), "아 이래서 요리는 여자들이 해야 되는데" (= 이래서 여자들은 게임 하면 안돼), "(여자에게) 야 너 김창렬도 아니면서 음식을 왜이렇게 못만들어" (= (남자에게) 야 여자도 아니면서 혜지폿을 왜해), "아 이거 창렬한거 봐 그냥 남자답게 공사판에서 노가다나 뛰지" (= 아 혜지년 하는 거 봐 그냥 여자답게 집에서 설거지나 하지) 등등으로 쓰이게 됐다. 현재 롤에서 아주 흔히 쓰이는 말들을 창렬에 비유해서 바꿔봤다. 무엇이 문제인지 이제는 느껴지는가?? 저렇게 차별과 편견을 부추기며 심화시키는 단어는 사라져야만 한다.

- 나의 경험 내 닉네임은 <(챔피언 이름)하는 여자> 이며, 현재 솔랭의 티어는 플2이며 미드라인을 선다. 의아해 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여자라는 것을 티내면, 혜지라는 말을 듣는 것은 물론이고 성희롱도 듣게 된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지었는가?  나는 혜지라는 말을 너무도 싫어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그 성차별적인 단어를 아무렇지도 않게 쓰는 이 편견에 찌든 게임사회 또한 싫어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고자 했다. 이 사회에 찌든 편견을 조금씩이라도 바꿔나가고 싶었다. 그렇기 때문에 솔랭을 할때에는 항상 매너채팅을 하도록 했고, 더 잘 할려고 노력했으며, 듀오를 돌리지 않고 혼자만의 힘으로 실버에서 올라왔다. <여자들은 서폿을 가며 유틸폿을 하는 버스충이다/여왕벌이다> 그런 편견을 깨버리고 싶었다. 어려움이 훨씬 많다.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혜지라는 말을 듣는 일도 있었으며, "여자라서 그런건 모르나?", "혜지치곤 잘하네", "혜지야 오빠가 살살해줄까?" 등등. 도대체 내가 게임을 하는데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왜 이런소리를 들어야하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고, 화가 나고, 억울했으며, 슬펐다. 오늘도 저런 소리를 듣고 눈물을 한바탕 흘렸다. 하지만 그 덕분에 이 사회에 찌든 편견이 얼마나 심한지를 알게 되었고, 닉네임을 계속해서 유지할 것이라는 다짐 또한 했다. 괜시리 내가 잘한 판은 여성유저에 대한 인식을 바꾼 것만 같아 기분이 좋았고, 내가 못한 판은 혹여 그 인식이 나빠지진 않았들까 노심초사했다. 그냥 그렇게 나홀로 자기만족을 하고 있었는데 얼마전 자랭을 처음 같이 하게 된 사람에게서 "여성 유저에 대한 안좋은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털털하시고 잘하셔서 그 편견이 깨졌다" 라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처음엔 매우 얼떨떨했다. 하지만 그 말은 곱씹을 수록 기분이 좋아졌고, 내 노력과 마음이 누구에게든 닿고는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어쨌든 갑자기 일기를 쓰는 것 처럼 되어버렸는데... 이런 여성 유저도 있다는 것을 알아 줬으면 좋겟다.

[혜지] 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 것은 게임 사회에서 여성유저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뿌리뽑기 위한 첫 단계라고 생각한다. 그 편견과 차별로 인해 많은 여성유저들은 고통받고 있다. 다들 이 글을 읽고 한번쯤은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고, 가능한 한 그 단어를 쓰지 않기를 바란다.

두서없는 글 읽어줘서 감사합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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