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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글의 운수 좋은 날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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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침하게 느린 컴 게임이 시작 될 듯하더니 로딩이 아니 되고 심지어 게임에 늦게 접속하여 리쉬를 받지 못한, 그런 날이었다.

이날이야말로 소환사의 협곡 안에서 정글러 노릇을 하는 김정글에게는 오래간만에도 닥친 운수 좋은 날이었다. 블루에(거기도 와드는 없었지만) 카정온답시는 상대 정글러를 전광판으로 모셔다 드린 것을 비롯으로 상대의 버프까지 얻고 더 먹을 정글몹이 있을까 하며 레벨링을 하고 있다가 마침내 라인이 당겨진 듯한 탑라인에 3랩갱을 가 주기로 되었다.

첫 갱에 1어시, 둘째 번에 300원 - 게임 초반에 그리 흉치 않은 일이었다. 그야말로 재수가 옴붙어서 근 열판 동안 승리 구경도 못한 김정글은 30전짜리 핑크와드 서 푼, 또는 일반와드 열 푼이 찰깍 하고 손바닥에 떨어질 제 거의 눈물을 흘릴 만큼 기뻤었다. 더구나 이날 이때에 이 450 원이라는 돈이 그에게 얼마나 유용한지 몰랐다. 무거운 발걸음에 장화 한 짝도 신겨 줄 수 있거니와 그보다도 고통받는 원딜에게 핑크와드 한 그루도 사다 줄 수 있음이다.

그의 원딜이 똥을 싸며 고통받기를 벌써 오 분이 넘었다. 미니언도 굶기를 먹다시피 하는 형편이니 물론 어시 한 번 먹어 본 일이 없다. 갱을 가려면 못 갈 바도 아니로되 그는 똥이된 라인에 갱을 가주면 똥쟁이가 재미를 붙여서 더 똥을 싼다는 자기의 신조(信條)에 어디까지 충실하였다. 따라서 갱은 커녕 라인커버도 가준 적이 없으니 얼마나 망한지는 알 수 없으되 원딜이 포탑 안에 꼽사리 쳐박혀가지고는 나오지도 못하고 다이브당하는걸 보니 심각하긴 심각한 듯. 봇라인이 이대도록 망해가기는 상대에게 선취점 더블킬을 내어주고 체한 때문이다. 그때도 김정글이 오래간만에 상대 정글을 먹고서 용 앞에서 귀환을 탄다는 것이, 김정글에 말에 의지하면 그 오라질 원딜 년이 천방지축으로 갱오는 줄 알고 들어가 버렸다. 레벨도 밀리고 라인도 좋지 않은 것을 그 오라질년이 생각을 고만두고 눈이 돌아가서는  앞점멸로 들어가 개무리해서 죽더니만 그날 다음부터 정글이 못한다, 서폿이 못한다고 눈을 흡뜨고 지랄병을 하였다. 그때 김정글은 열화와 같이 성을 내며,

“에이, 오라질년, 혼자 뒤져 놓고, 못 먹어 병, 안 와서 병 ! 어쩌란 말이야 ! 상대 정글도 봇 안가는데, 왜 몸을 사리지를 못해!” 하고 백핑을 찍으며 채팅을 치었다. 패드립을 하며 차단을 한다기에 김정글도 원딜년을 무시하였다.

이 트롤이 그러고도 킬욕심을 물리지 않았다. 사분 전부터 갱을 와 달라고 정글을 졸랐다.

“이런 오라질 년! 미니언도 못 먹는 년이 킬욕심은. 또 처죽고 지랄병을 하게.”라고 야단을 쳐보았건만, 못 가주는 마음이 시원치는 않았다.

인제 바텀갱을 가줄 수도 있다. 망한 원딜 곁에서 같이 돈이 없어 보채는 개똥이 (서포터)에게 어시를 줄 수도 있다 - 사백오십원을 쥔 김정글의 마음은 푼푼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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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를 부르는 핑은 봇에서 멈추지 않았다. 방금 상대 정글러가 헌납한 붉고 푸른 버프를 두르고, 템을 뽑고 봇에 가려고 바론 앞부쉬에 와드를 놓고 귀환을 탈 때였다. 미드에서 “정글러어어어어어어어어!!” 하고 부르는 소리가 난다. 자기를 불러 멈춘 사람이 0/0/0 미드인 줄은 김정글은 한번 보고 짐작할 수 있었다. 그 미드는 다짜고짜로,

“갱오면 따는데 왜 안옴?”

이라고 물었다. 아마도 상대 미드와 본인이 둘 다 노스펠 딸피인 점을 이용해 정글러를 불러 이득을 챙기려는 참이었다. 솔킬 욕심을 버리고 귀환을 타려고 작정을 하였건만 미니언을 버리기는 아깝고, 근데 상대 정글이 올 것도 같고 해서 어찌할 줄 모르다가 마침 김정글을 보고 도움핑을 찍었으리라. 그렇지 않으면 왜 포션도 없고, 스펠도 없고, 템도 늙어빠진 반지 하나 있을망정 김정글을 그리 애타게 불렀으랴.

“지금 미드 갱 오라는 말씀입니까.”

하고 김정글은 잠깐 주저하였다. 그는 템을 뽑지 못한 상태에서 미드를 가기 싫었음일까? 정글몹 한두어 개 더 먹는 것보다 킬이 고만 만족스러웠을까? 아니다 결코 아니다.

이상하게도 꼬리를 맞물고 잘 풀리는 정글링 앞에 조금 겁이 났음이다. 그리고 탑갱을 갈 제 원딜의 부탁이 마음이 켕기었다 - 아군 탑라이너한테서 부르러 왔을 때 제 원딜년은 쥐꼬리 같은 칼 하나에 벌건 포션 한포만 들고서는 평소 성격과 다르게 유분한 말투로 애걸을 하며,

“이번엔 봇라인 와줘요. 제발 덕분에 봇에 한번만 와 줘요. 내가 이렇게 힘든데…”

라고, 라인이 많이 밀린 것과 상대 원딜이 너무 잘 성장했다는 것을 울먹였다. 그때에 김정글은 대수롭지 않은듯이,

“아따, 젠장맞을 년, 별 빌어먹을 소리를 다 하네. 그렇게 망한 라인에 맞붙들고 앉았으면 누가 캐리해서 니년을 먹여 살릴 줄 알아.”

하고 훌쩍 뛰어나오려니까 원딜은 미친 듯이 도움핑을 찍어대며,

“봇에좀 오라도 그래, 그려면 탑갔다가 바로 와줘.”

하고, 목메인 소리가 뒤를 따랐다.

 

정글의 제1 법칙 : 상대 정글 개입 없이 망한 라인은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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