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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챔스 결승전 1세트 밴픽 분석(3줄 요약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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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4월 25일에는 2020 롤챔스 스프링 결승전이 있었다.

결과는 3대0, T1의 우승

하지만 필자는 어제 젠지의 밴픽과 플레이에 하자가 아주 많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런 일반인인 나조차도 알 수 있는 밴픽, 분석해보도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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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T1은 1세트에서 밴카드 '2개'를 빼앗기고 시작한다. 밴카드 2개면 뭐 얼마나 되겠냐 싶기도 하지만 프로 경기에서는 상당한 변수다

즉, 젠지가 유리하게 시작하는 상황이고 젠지는 레드 진영을 선택했다.

레드 진영은 막픽을 가져올 수 있는 조합, 즉 자신들이 무언가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을 때 선택하는 진영이다.

젠지가 선택한 1페이즈 밴은 커즈의 주력 정글 3밴 T1은 2개 줄어든 밴픽 때문에 멀티 포지션이 가능한 세트를 밴하고 시작한다.

주력 정글 3밴 여기에서 T1의 선택은 그레이브즈 그레이브즈 DRX는 커즈의 그브를 밴하기도 했고, 커즈는 솔랭에서 그브를 엄청 많이 했다. 지금 메타에서 그브를 이기는 픽이 얼마 없으니 T1은 정글 3밴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정글의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차라리 젠지에서는 기왕 정글 3밴을 때릴 거면 그라가스 트런들에 그레이브즈를 밴하고 올라프를 내준 다음 올라프의 카운터인 자르반을 가져오는 것이 나았다고 본다.


이 다음 젠지는 아펠리오스 오른 아펠과 오른을 차례로 픽한다. 아펠리오스, 대놓고 캐리력 높은 원딜이다. 라스칼의 7승 오른, 괜찮은 픽이다.

하지만 젠지는 이 부분에서 밴픽에 대해 준비를 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이미 시즌 중에 칸나는 오른을 비롯해서 오른의 카운터로 루시안과 사일러스 등을 사용한 전적이 있다. 즉 카운터로 사일러스가 나와서 사이드에서 이기고 오른 궁을 뺏는 변수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젠지는 그걸 무시하고 일단 오른을 뽑았다.

사일러스 바루스

결국 탑은 사일러스로 카운터를 당하고, T1의 원딜은 바루스를 뽑는다.

현재 솔랭은 물론 LCK에서 바루스의 티어는 독보적이다. 방관 바루스의 Q 한 방에 딜러진은 반피가 날아가는 모습이 대회에서도 자주 나왔으니까. 의문이 드는 건 왜 젠지는 아펠리오스를 선픽을 했냐, 라는 것이다.

아펠리오스 좋은 챔피언은 맞다, 원딜의 기량에 따라 하드캐리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다. 하지만 아펠리오스는 전통적인 치명타 원딜이다. 요우무, 그림자 검, 드락사르등 방관 템으로 떡칠을 하는 바루스의 전성기가 지나가고 나서야 아펠리오스의 전성기가 찾아온다.

문제는 상대는 '약팀'이 아니다라는 것.

젠지는 한화와는 다르게 약강강약의 모습을 보여 왔다. 한화는 T1, DRX, 젠지라는 최강 3팀을 상대로 모두 1승을 거두었지만 그런 한화와는 다르게 젠지는 T1에게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즉 T1은 바루스의 전성기가 지나가기 전에 게임을 끝낼 수 있는 팀이라는 것이다.

렉사이 그 다음 젠지는 렉사이를 뽑는다.

결국 그브에게 렉사이 역시 지는 픽은 마찬가지고, 어떻게든 초반 주도권을 가져 오고자 하는 의도가 보인다.

필자가 아쉬운 것은 여기서 렉사이가 아니라 자르반을 뽑으면 어땠을까, 하는 것이다.

상대는 바루스고, 요즘 유행하는 바루스는 팔이 긴 포킹 바루스다.

팔이 긴 조합을 상대할 때는 강제로 한타를 열 수 있는 챔피언이 둘은 필요하다. 이미 오른을 뽑았으니 자르반으로 차라리 이니시를 강화를 하는 것이 나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레드 진영 2페이즈 밴 이후 선픽은 젠지가 해야 되기 때문에.


여기에서 젠지는 두 가지 기로에 놓인다.

남은 포지션은 미드와 서폿, 이 중에서 어디를 먼저 뽑느냐.

미드 AP 라인전 약한 챔프 뽑으면 미드 정글 주도권 못가져 올 것 같은데? 그렇다고 서폿 먼저 뽑으면 카운터 당해서 룰러 캐리 안나오는데?

미드를 먼저 뽑자니 미드 정글 주도권이 뺏길 것 같고 서폿을 먼저 뽑자니 바텀 캐리가 안나올 것 같고.


그래서 젠지는 여기서 역대급 악수를 둔다.


페이커는 조이를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T1의 밴은 조이. 그 다음은 비디디가 잘 쓰는 야스오를 밴했다.

젠지는 왜인지

르블랑을 밴했다.

비디디가 르블랑을 못쓰는 선수인가? 아니다 비디디는 르블랑으로 페이커를 솔킬 낸 적도 있다. 르블랑이 미드 정글 싸움이 약한가? 절대 아니다.

현 메타 대회 기준 미드의 양대 OP는 조이와 르블랑이다. 그리고 젠지는 레드 진영, 따라서 젠지는 르블랑을 뺏기지도 않고 자신들이 가져올 수도 있었다. 그런데 비디디의 선택은 아지르였다. 아지르

그런데 왜 아지르를 픽했는가.

자기들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니시를 걸 챔피언이 하나는 더 있어야 한다는 걸. 그래서 아지르는 넥서스가 터질 때까지 궁을 가지고 있었다. 탱커가 없는 T1의 챔피언들을 한 번에 아지르의 궁으로 토스를 하기 위해서

하지만 T1은 각을 내주지 않았고 젠지는 게임 내내 포킹만 맞다가 게임을 졌다.

이후 T1은 ap, ad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그리고 포킹 조합의 컨셉을 맞추기 위해

코르키 쓰레쉬 코르키를, 그리고 현메타 OP서폿이자 상대의 이니시를 흘릴 수 있는 쓰레쉬를 픽한다.

레드 진영, 젠지의 마지막 픽

젠지는 여기에서 의아하게도 유미 유미를 뽑는다. 왜 마지막 픽으로 유미를 뽑았는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 유미로 인해서 조합이 완전히 망가졌는데 이건 후술 하겠다.


사일러스 그레이브즈 코르키 바루스 쓰레쉬 T1의 밴픽은 훌륭했다. 코르키-바루스라는 2원딜겸 2포킹 조합을 완성했다. 미드 정글의 주도권을 확실히 잡을 수 있는 그레이브즈를 픽했다. 아지르와 오른,  유미의 궁을 빼앗아 이니시를 걸 수 있는 사일러스를 픽했다.

탱커가 없는게 단점이지만 그 탱커가 없어서 생길 수 있는 아지르 궁의 변수를 각을 내어주지 않음으로서 커버했다.


오른 렉사이 아지르 아펠리오스 유미

반대로 젠지의 픽은 최악 그 자체였다.

그브를 상대로 렉사이라는 픽을 꺼내서 되지도 않는 미드 정글 주도권 승부를 걸었다. 그런 주제에 오른과 아펠리오스라는 후반 캐리 챔피언들을 뽑았다. 어떻게든 원딜 캐리를 완성하려고 유미라는 픽을 꺼냈다. 한 마디로 말하면 욕심, 그 자체였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니시도 좋으면서 미드 정글 주도권도 가지고 후반 원딜 캐리까지 만들거야.

분명히 좋은 픽을 완성할 가능성이 그들에겐 있었다.

렉사이-아지르가 아닌 자르반-르블랑으로 미드 정글 싸움에서 완전 이기지는 못해도 밀리진 않는 구도로 유미 대신 바드나 블리츠크랭크로 미드 정글 싸움에 개입하거나 이니시를 강화하는 걸로 조합을 완성할 수 있었다.



LCK에서 젠지처럼 원딜에 의존을 많이 하는 팀을 꼽으라면 APK가 있다. 하지만 APK는 확실한 팀 컬러가 있다. 교전을 지향하고, 그 교전으로 어떻게든 원딜을 성장시킨다. 그 원딜을 위해서라면 팀원 전부가 죽어도 좋다.

그렇기에 APK는 미드 정글 주도권을 내어주어서 끌려 다니더라도 화끈한 한타를 통해서 게임을 뒤집는다.


하지만 젠지는 APK가 아니다.

정규 시즌 1위가 맞기는 한 건지 한타력은 최악 그 자체다.

특히 탑 라이너인 라스칼은 무색 무취 그 자체고, 룰러의 캐리력은 1위 팀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낮다. APK의 익수처럼 사파 픽을 꺼낼 수도 있는 것도 아니고 테디, 데프트, 에이밍, 하이브리드처럼 대장군 포스를 뽐내는 원딜도 아니다.


젠지의 승리 패턴은 단순하다. 미드 정글 주도권 잡고 운영하면서 원딜 캐리.

일종의 강박증이라도 있는 건지 그놈의 미드-정글 주도권은 꾸역꾸역 잡으려고 하면서도 원딜 캐리는 유지하려고 한다.


삼성시절 부터 이어져온 운영이라고 하면, 젠지는 그 운영 방식에서 탈출해야한다. 그 운영을 만든 것은 앰비션이다. 한때 미드의 절대자라 불렸고, 세계에서 유일하게 포지션 변경을 하고 롤드컵을 우승한 사람이다.

그리고 삼성 갤럭시의 운영은 앰비션이었기에, 크라운이었기에, 큐베였기에 가능한 운영이었다. 큐베가 1대1은 죄다 패버리고 상대 정글 불러서 2대1 구도로 라인전을 하니까 미드 정글이 편했다. 다른 건 몰라도 크라운의 후반 캐리력 하나는 확실했다. 앰비션의 성장과 운영, 오더는 세계 제일의 정글러였다.

단순히 17롤드컵 결승 3세트 바루스 플궁으로 우승했다고 룰러가 롤드컵 전체를 캐리했냐는 질문에, 나는 아니라고 하겠다.

그 우승까지 삼성을 끌어올리는 과정에서는 큐베의 솔킬이 있었고 앰비션의 1깃 2창이 있었고 크라운의 빅토르가 있었으니까.

미드 정글 주도권을 내어주면서도 이기는 방법을 위해 한타력을 끌어올리던가 원딜 중심의 게임에서 벗어나던가 해야한다.




3줄 요약

1. 젠지는 레드 진영을 선택하고도 자신들이 원하는 픽을 맞출 생각보단 상대의 픽에 맞출 생각을 했다.

2. 그놈의 미드 정글 주도권 때문에 스스로 선택지를 줄여버렸다, 그러면서 서폿은 미드 정글 개입이 되는 챔프가 아닌 유틸 챔피언을 뽑았다.

3. 감독과 코치진이 상대 팀 선수, 우리 팀 선수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안 되어 있다. 일 안하냐?



P.S. 이대로 가도 젠지는 롤드컵에 나갈 텐데 차라리 한화나 APK가 나가는게 훨씬 재밌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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