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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는 롤 밖에서 시작하고 롤 밖에서 끝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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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필자의 단편적인 경험을 토대로 쓰는 글임. 분명 예외도 넘쳐나고, 선례도 존재하겠지만, 이 글을 쓰는 이유는 기존에 나와 같거나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지, 또는 얼마나 공감을 할지 궁금해서임.

글을 시작하겠음.

여친에게 롤을 권유했을 당시.

여친을 사귀고 얼마 안돼서 여친이 매사에 무기력하고 불안한 증세를 가지고 있어서 뭔가 몰두할 것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지금와서 돌이켜보지만, 그때 난 좀더 건강한 취미를 추천했어야 했다.. 여튼 롤을 같이 하자고 권유하고 간단한 조작법이나 인터페이스를 가르치는 과정. 반발이 너무나도 심했다. 튜토리얼 과정에서 간단한 스킬 및 상점 개념, 튜토리얼 챔이 미스포츈이였기 때문에 해당 챔프가 사야 할 아이템을 간략히 얘기해주는 과정에서 과한 참견이라는 히스테리섞인 짜증을 들었다.

여친과 ai를 하던 당시

여친이 인터페이스에 익숙해지고 난 뒤, 같이 ai를 돌렸다. 롤은 아이템을 뽑고나서부터 재밌어지는 게임이라는걸 인지한 여친은 자신이 킬을 못먹으면 하루종일 나를 원망했다. 삐진 상태의 여친에게 내가 킬을 먹으라고 갖다 바쳐도 여친은 나에게 비아냥 거리며 너나 많이 먹고 캐리하라는 얘기를 하며 게임이 끝날때까지 옆에서 혼자 아주 재밌겠네~ 등의 말을 하며 비아냥댔다. 이걸로 참 많이 싸웠었다.

ai를 나와서 일반게임을 하던 당시.

슬슬 혼자 ai와 일반게임을 병행해가며 돌리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겜친들을 사귀기 시작했다. 뭐 내 눈에는 그저 다 보빨러들이지만. 남친 입장에서 절대 게임하면서 친구를 안사귀기를 딩부했고, 알았다는 대답까지 들었었지만.. 나와의 약속이 알게 뭐냐. 단순히 겜친이였으면 모를까 자기가 먼저 대놓고 연락처 교환을 하자고 했단다. 이때 나는 호구였다. 여친을 내가 안믿으면 누가 믿냐는 마인드로 단순히 톡친구라는 말에 그냥 유야무야 넘어갔다.

랭크.

여친은 원래부터 다른 게임에서 겜부심이 좀 있던 애였다. 슬슬 일겜도 익숙해질 무렵, 랭크게임을 시작했다. 나는 이 무렵에 여친과 게임을 할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아서 꽤나 예민해져있었고, 여친과 게임을 지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친은 당시 남친이였던 나와 게임을 하면서 같이 놀고싶다는 얘기를 자주 했고, 그때마다 어쩔 수 없이 승낙을 해야했다. 나는 게임을 못하기도 하고, 별로 안했었다. 타고난 재능이 일천한 수준이라 그저 조금 별나게, 가볍게 일주일에 일반 두세판 돌리는게 다였던 사람이다. 랭크를 올려보자는 목적의식도 없이 단순히 배치를 보고 간간이 돌리다 보니 시즌 3때부터 했었음에도 만년 브론즈다. 남들이 섬광메타, 향로메타 얘기할때 내가 겪었던 시절인데도 크게 공감을 못할 정도로 게임 이해도가 높지않았다.

무튼 브론즈가 롤린이에게 뭔가 제대로된 훈수를 얼마나 하겠는가. 문제는 여친과 마찰이 있을때마다 항상 여친의 입에서 거론되는 근거는 게임에서 친추하고 톡디까지 주고받은 골드따리. 나는 나날이 게임을 하면서 욕설은 늘어갔고, 여친에게 욕을 듣지 않을정도로 내가 뭐라도 해야한다는 강박이 심해졌다. 여친과 게임을 하다가 최초로 화면의 밖에서 화를 내게 되었다.

당시 여친은 내가 화를 내서 슬프다는 둥, 자기는 그저 나와 함께 있고 싶었을 뿐이라는 둥 말을 했지만.. 이제와서 그게 거짓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친이 나보다 티어가 높아지면서.

나는 게임에 흥미를 잃었음에도 의무적으로 여친과 수준을 맞춰야겠다는 의무감으로 피씨방을 가는 일이 많아졌다. 혼자서 승리에 목을 메며 하는 게임에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게임에 접속할때마다 여친은 그새 늘어난 게임에서 만난 다른 보빨러들과 함께 일반 게임을 돌리거나, 랭겜을 돌리기 시작했다. 대충 골플 부캐라고 들었다. 처음에는 랭겜이 생각만큼 잘 풀리지 않자, 자유랭크 4인으로 아이언을 달아보겠다며 미친듯이 패작을 했단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패작러들에 대한 얘기가 많아서 별로 좋게 보이진 않았다. 결국 1명은 피해를 보는거니깐. 계속 나름 골플들과 어울리면서 개인랭겜도 버스도 받고 배우기도 한듯 어느 순간 나보다 티어가 높아졌다. 아마 그때부터 나와 같이 게임을 할때마다, 내가 게임에서 실수를 할때마다 여친은 키보드를 두드리며 팀채팅, 전체채팅 할 것 없이 나를 매도하고 비난하기 시작했다.

헤어짐.

같은 문제들로 수 번을 싸우고 사과를 받고를 반복하면서 정신적으로 많이 피폐해진 나는 여친에게 이악물고 얘기했다. 다음에 또 같은 일로 우리가 싸우게 된다면 너와 사귀는 것을 다시 생각해봐야겠다고. 이렇게 말한지 이주일쯤인가 지났을 무렵, 여친이 졸라서 다시 일겜을 돌렸고, 어김없이 나는 게임을 못했고, 변함없이 여친은 전체채팅으로 나를 쓰레기 취급 했다. 여친이 나를 앞에두고선 타인들이 다 보게끔 게임 왜하냐, 접어라 라는 말을 했을때, 그게 정신이 많이 피폐해진 상태의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였어도 심히 충격을 받지 않았을까 싶다. 그 후, 여친에게 당분간 연락하지 말라고 카톡으로 통보를 했다. 이후 옵지에 자신이 차였다는 글이 하나 올라왔고, 거기서 나는 단순히 여친이 몇마디 훈수한 것에 빡쳐서 결별을 통보한 인성빻은 브딱이로 표현됐고, 나에 대한 수많은 비난 및 똥차에 빗대어 날 표현하고 깎아내리는 수많은 익명의 사람들을 봤다.

그 일이 있고 며칠동안 그 사이를 공략해 이젠 전여친인 걔에게 자기어필과 보빨을 해댄 어떤 골드따리 새끼와 사귀게 되었다고 한다.

어이없지만 가장 많이 사랑했기에 가장 개같이 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잊혀지질 않는다. 아마 사랑보다는 그동안의 통증인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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