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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딜 이야기 핫하길래 직접 원딜 가서 체험해본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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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늘 핫게에서 핫게에서 원딜 관련 이야기가 많이 나오더라고. 대체로 못하는 원딜은 어떤 특징이 있다든지, 원딜이 어떤 식으로 팀빨을 많이 받는다든지 하는 이야기 위주였음. 이에 대해 게시글마다 포지션별로 갑론을박 펼쳐지면서 핫게 많이 가드라.

그런데 공교롭게도 내가 요즘 원딜 연습하고 있는 타 라인 유저야. 그래서 타 라이너가 원딜 입장을 직접 체험해본 후기를 하나 남겨보는 것도 어떨까 해서 글 좀 써보려고.

본캐.png 일단 나는 최근 플래티넘4에 주차 성공한 정글러야. 위 스샷이 내 본계정 모스트7 전적.

원딜 연습을 시작한 계기는 정말 게임에서 원딜 입장이 궁금해서였어. 즐겨보는 트위치 스트리머 한 명이 있는데, 롤 할때의 주포지션이 원딜이야. 그런데 롤 할 때 보면 맨날 바텀은 고통만 받다 끝난다, 롤은 결국 상체게임이다 라는 식으로 한탄을 많이 하더라고. 보다보니 살짝 짜증이 났어. 너무 불평불만이 많아보이기도 했고, 간혹 망했을 때 그대로 체념하고선 그저 게임이 끝나기까지 시간 떼우기 하는 태도로 게임하는 경우도 보였거든.

근데 생각해보니까 그 스트리머만 그런게 아니더라고. 커뮤니티에서도 결국 바텀은 상체 싸움이 다 결정한다는 식의 푸념글 한 두번 본 게 아니고, 경험상 실제 솔랭에서도 게임 의욕 제일 빠르게 잃는 라인은 원딜이야. 그래서 진지하게 원딜 입장이 궁금해짐.

원딜.png 차마 주포지션 잡고 빡겜해야만 본전 건지는 본캐 솔랭에서는 못하겠고, 일반에서 하자니 솔랭에서의 관점을 다 담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었음. 대신 mmr 관리 잘 된 실1 부계정 준비해서 원딜을 해봤어.


물론 이전에 친구랑 봇듀오할 목적이나 자동선택 때문에 걸려서, 혹은 자랭이나 일반에서 포지션 조율하려고 원딜을 가본 적도 많았기 때문에 판수로만 보면 고작 9판은 아무런 영향이 없을 것처럼 보일 수 있어. 그런데, 그렇게 일회성으로 원딜을 많이 해보는 것보다, 적은 판수라도 솔랭에서 혼자 원딜로 티어를 올려보자는 마인드로 해보는게 훨씬 느껴지는게 많더라.

여기까지가 긴 서론이었고, 원딜 직접하면서 느낀거 정리하자면 이러함.


1. 서폿에 비해 정치 당하기 쉬움 최근에 했던 이즈리얼 두 게임을 통해 느낀게 원딜이 서폿에 비해 정치의 타겟이 되기가 상대적으로 쉬워. 보통 바텀이 일방적으로 터졌다면 그건 원딜과 서폿 둘 다 상대보다 실력이 밀렸기 때문일거야. 그런데 그 상태에서 서폿이 원딜을 버리고 발언권 센 잘하고 있는 다른 팀원을 몇 번 케어해주면 어느새 서폿은 정상인데 원딜이 병신이라 바텀이 터진 것처럼 여론이 형성되더라고.

물론 저 이즈 두 판 모두 내가 정말 못한 것은 맞아. 하지만 문제는 그게 정말 서폿은 잘했는데 순수 원딜 때문에 바텀이 터졌냐는거지.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간략하게 말해보면 1. 옵지 통계상 유미와 말파 승률은 42%, 45%로 서폿으로만 한정했을 때 뒤에서 1위, 3위. 픽 자체가 이미 썩 좋지 않다는 뜻. 2. 두 사람 모두 게임 내내 제어와드를 단 한 개도 사지 않음. 3. 망했는데 딜템 꾸역꾸역 올림. 4. 유미는 22분 게임에서 와드 설치 개수 4개, 와드 제거 개수 0개 (시야점수 꼴찌였음)

잘하는 서폿이 이런 플레이를 하진 않았겠지? 그런데 문제는 서폿 역시 저런식으로 나쁜 플레이를 했음에도 정치에서 쉽게 빠져나간다는거였어. 라인전을 망한 뒤 서폿이 원딜을 버리고 잘 큰 애들만 졸졸 따라다니고, 한타에서도 걔네 옆에 꼭 붙어서 어시 한 두개 주워먹는 식으로 하다보면 어느새 서폿은 이렇게 기여하고 있는데 원딜은 하는게 없는게 되고, 바텀 터진 이유를 알겠다는 식으로 분위기가 형성되더라. 서폿은 성장이 말려도 팀에 기여할 방법이 있는데다, 잘 큰 애만 케어해주면 어차피 잘 큰 애가 쎄고 잘해주는게 있기 때문에 서폿이 잘 못하는 부분이 티가 덜 나. 반면 성장도 말리고 아군의 케어도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원딜은 할 수 있는게 정말 없더라고. 이 부분은 정말 서러웠음.

2. 초반부터 후반까지 상대 상체에게 괴롭힘 당함 시비르와 케틀 하면서 느낌. 이 두 판은 모두 킹각선의 법칙 적용되는 판이었는데, 우리 정글은 탑, 상대 정글은 봇 쪽에 힘을 빡 줬어. 특히 미드 르블랑이 엄청 잘 커서 궁극기를 씹어도 순삭당해야 할 때와 문도, 노틸이 타워 딜 받아주는 동안 진, 제라스가 타워 밖에서 날 죽여버릴 때는 정말 힘들더라. 문제는 그렇게 성장에 견제를 많이 받은 상황에서 한타 때 나 죽이려고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적 앞라인 상대하는게 너무 힘들더라. 게다가 원래 원딜 유저도 아닌터라 카이팅을 잘 하는 것도 아니었음. 초반부터 후반까지 계속 노려지니까 원딜유저들 신경쇠약 걸릴만 한 것 같더라. 죽기 전에 최대한 딜 우겨넣고 회색화면으로 아군 잘 큰 팀원이 나 잡겠다고 무리하게 진입한 상대팀 마무리해주는거 보면서 위안 얻는게 할 수 있는 전부였음.

3. 서폿(팀)이 잘하면 진짜 게임 편함. 그런데 서폿(팀)이 못해도 내 실력으로 버티는건 가능 가장 최근에 했던 시비르판. 노틸이 정신나간 닻줄 적중률로 바텀 폭파시켜준 덕에 행복롤 함. 바텀라인전에서 원딜이 잘하는 것도 중요하긴 하지만 결국 폭파급 엔딩은 서폿차이에서 나오는게 맞는듯. 반대로 서폿이 실수를 많이 했지만 내 실력으로 버텨낸건 케틀 판이었는데, 몰가가 블실을 계속 늦게 써서 그랩당하는 바람에 진이 잘 컸어. 그런데 사거리 이용해 조금이라도 상대 견제하고 cs 주워먹어 템 뽑으니 결국 미드보다 딜량 높더라. 서폿이 못할 때 거기 휩쓸리면 같이 망하는거고, 꾸역꾸역 버티면 뒤를 볼 수 있는거고... 애쉬판도 상체가 터져서 많이 힘들었는데 순수 바텀 힘만으로 게임 기운거에 비해 나름 잘 버텨졌음.


결론 1. 서폿과 같이 망했을 때 혼자 덤터기 쓰기 좋다는 점에서 스트레스. 2. 적이 시도때도 없이 괴롭히려 드니 힘듦. 3. 게다가 아군 상체가 못하면 그 괴롭힘 당하는 정도가 점점 심해짐. 4. 성장이 중요하다보니 전략적으로 희생해야할 때 가장 존재감이 지워지는 포지션. 5. 팀차이로 지는 정글 미드가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느낌이라면, 팀 차이로 지는 원딜은 분명 다른 애가 못했는데 어째서 데미지는 내가 입고 있는지 의문이라 힘든 느낌. 4. 그러다보니 원딜챔 결과물 자체는 팀빨 진짜 많이 받는거 맞는거 같아. 5. 그런 의미에서 원딜들 정말 고통받을 여지 많더라. 못알아줘서 미안. 6. 하지만 그래도 원딜 힘으로 버티는게 마냥 불가능은 아닌 것 같았어. 7. 그러니까 조금만 인내심 가지고 버티면 결국 자기 게임 된다는 마음으로 게임 해주라. 팀이 후반을 바라보게 해주는 데에 의의가 있는 포지션이 그렇게 포기가 빨라서 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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