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짧게 내 소개를 하자면 나는 만 17세, 고2, 이제 롤을 시작한지 5년 정도가 지나 프로게이머를 꿈꾸며 나름의 고인물 유저다.
사실 난 이 글을 쓰기가 정말 싫었다. 왜 그런게 있지 않은가? 너무나 환상적인 꿈을 꾸면 꿈에서 깨어나기 싫은 법이고 너무나 달콤한 영화를 보면 그 엔딩이 다가오는게 아쉽고 두렵기 마련인데 지금까지의 내 삶은 꿈처럼 환상적이였고 너무나 달콤한 영화와 같아서 절대로 깨고싶지 않았고 엔딩은 아주 나중에 해피엔딩이기를 바랬다. 그랬던 내가 최근 컨디션 난조, 실력적인 퇴화, 결정적으로 욕망이 사라지면서 게임을 그만둔 채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고 그 생각의 결론을 지금 행하고 있는 것 이다.
나는 꿈에서 깨야만 했고 씁쓸하지만 그 끝을 봐야만 했다.
글을 쓰는 사람이 글쓴 의도를 밝히는게 추한 것은 알지만 이 글을 읽은 나보다 더 뛰어난 사람이 남들보다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재능탓, 환경탓, 세상탓을 일삼는 나를 처절하게 짓밟아주기를 바라면서 이 글을 작성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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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저 까지의 여정. (많은 것을 담고 싶었지만 서론이 길어 글을 간략하게 줄여야 했고 편의상 내가 롤의 진정한 시작이라고 생각하는 지점인 다이아 5부터 중점으로 다뤄본다.)
- 롤을 시작했던 초6 [시즌4]
롤을 처음시작하여 첫 배치로 브론즈3을 받았다. 하지만 딱히 사교육이 없던 나에게 남는건 시간 뿐이였고 시즌말에 골드3으로 마무리 한다. 참고로 이 때 혼자 피방가면 중딩형들의 인기스타였다.
- 중1 [시즌5]
나는 원래 긍정적인 성격을 가졌는데 그게 티어를 올리는데 발목을 잡았었다. 예를 들면 남들은 컵에 든 물을 보고서 반밖에 없다며 불평할 때 나는 "반이나 남았잖아"라고 생각하며 만족하는 그런 아이였고 이는 나를 골드 티어에서 안주하게 만든 원인이였다.
- 본격적으로 도약했던 중 2 [시즌6]
기억에 남는건 그당시 가장 가까웠던 친구와 태권도를 마치고 롤 얘기를 하면서 귀가하는도중에 친구가 '솔직히 너 물골드 잖아 지금은 골드 실력도 아닌거 같에.' 이런 말을 했었고 애써 웃어 넘겼지만 이는 나를 분노하게 만들었고 그때 당시에 일상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롤에서 풀었었다. 언행도 거침이 없었고,상대방을 찢어발기는걸 좋아해서 그당시 나는 미드 무한갱을 가서 적 멘탈을 일차적으로 흔들고 이 떄 입을 털면서 이간질을 하는 악취미를 즐겼던 말 그대로 중2였다. 후에는 E선마 질리언을 하면서 적이 슬로우에 몸부림 치는걸 즐겼고 빠른 쿨감 잔나를 하면서 극혐 쉴드로 적을 절망하게 만드는 것도 좋아했다. 그렇게 다이아1 승급전까지 가고 최종티어는 다이아3으로 마무리 지었다.
- 중3 [시즌7]
이 때 서폿에서 미드로 포변을 결정하는데 그 이유가 참 중딩 다웠다. 프리시즌 기간 친구들끼리 내전을 하게 됐고 나를 상대하던 실버 친구가 2렙 떄 딜교를 이긴 뒤에 'ㅋㅋ 야 이 새끼 다이아 버스로 갔는데?? ㅈㄴ 다이아 똥꼬로 갔네?' 이런 말을 했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그 친구를 3연솔킬 내서 탈주하게 만들었고 당시 그 친구가 나를 상대로 피오라를 했는데 다음판에 내가 피오라를 하면서 1렙솔킬을 내버려서 또 탈주하게 만든 기억이 남는다. 표현은 안했지만 나름의 소심한 복수였었고 그 후에 "다시는 이런 말 듣지 말아야 겠다" 는 생각을 하면서 롤에서 가장 핵심적인 라인 미드로 포변을 결정한다. 몇번의 시행착오는 있었지만 롤을 처음했을 당시 로테였던 아리가 생각났고 아리를 주챔으로 아니 거의 원챔으로 하면서 그냥 열심히 했다. 열심히 한 결과인건가 나는 마스터도 가게 되고 더이상 친구들도 내가 버스가 아닌 실력자로 인정해주기 시작하면서 굉장히 뿌듯했었다. 최종 티어는 다이아 2였지만 이 때 게임을 하면서 내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고 프로게이머라는 꿈을 생각해보게된 그런 시기였다.
- 고1 [시즌8]
확실한 꿈도 없이 특성화고에 가는 것은 에바라고 생각했던 나는 자연스럽게 형, 누나를 따라 일반고로 진학하였고 왠지 모를 책임감에 모든걸 끊고 공부에만 전념하는 시간을 잠깐 가졌었다. 사실 이 때 공부한 시간만큼 성적이 나오지 못해 아쉽기는 했지만 이 순간만이라도 없었으면 지금의 나는 불량아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도 해본다. 그렇게 여름방학의 방과후가 아예 끝나버리면서 나에게 14일 정도 시간이 생겼고 "오랜만에 롤좀 해볼까?" 하는 심정에 매점 안가고 모아둔 돈으로 피방에 가서 프리시즌+3월달까지 연구를 했던 빙결아리를 다시 사용하면서 미친 연승을 달렸다. 일주일이 지나고 마스터에 안착했으며 2주가 지나면서 마스터 200점까지 찍었었다. 나는 내 등수가 500등인걸 보고 프로게이머의 벽이 얼마나 높으지도 모르면서 다 잊고 공부를 하고자 했던 삶에서 나만의 진지한 프로게이머 도전을 시작했다. 그 때 내 목표는 챌린저.. 즉 도전자 였고 내 닉네임을 '도전자도전하는자'로 바꾸면서 올라가고자 하였으나 날이 갈수록 성적은 떨어지고 티어또한 떨어지면서 결국 최종티어는 다이아1이였다. 그렇게 고1을 마치면서 겨울방학에 지금 내가 가고있는 방향에 대해서 의문이 들었고 수많은 고민을 했었지만 내 가슴속 깊이 있는 공허함을 깨닫고 빈 마음을 채우고자 다시 한번더 도전을 야기했다. 이번에는 후회하지 않기로 다짐하면서..
- 고2 [시즌9]
고2 초반 나는 엄청난 우울감에 휩싸였었다. 마음을 새로 먹어봤는데 시간과 노력을 많이 들였는데도 포인트는 패치때문에 쥐똥만큼 오르고 티어또한 올라가지 않았으며 겨우 다이아 1에 있는 나를 보면서 나는 나 자신을 잃어버린 것 같았고 친구들은 나를 잘 알지도 못한채 나를 남들앞에서 자랑하고 치켜 세워주는데 너무나 부끄럽고 미안했었다. 그런 나날을 보내던중 여름방학 전 교생선생님고 우연히 상담을 하면서 약간의 위안을 얻은 동시에 각오를 하게 되었다. 각오의 처음은 마스터에 무조건 가기 더이상 주저 앉아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꺼내지 않던 아리를 사용하면서 다시한번 용기를 내서 도전을 시작했다. 결과는 대성공, 마스터에 다시 올라가면서 나름의 자존감을 회복했고 두번째 각오를 이행하기 위해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아빠를 찾아갔다. '아빠 제가 지금 이 게임에서 1200등인데요. 제가 여름방학동안 300등안에 들지 못하면 게임을 접겠습니다.' 아빠는 흔쾌히 수락하였고 지금까지 시간이 마치 무한한거 처럼 살던 나에게 시간의 유한함을 느끼게 된 순간이였다. 그렇게 열심히 하다보니 어쩌다 13연승을 하면서 순식간에 그랜드마스터로 갔다. 이후 세번째 각오를 시행했다. 꼭 대회에 참여해보기 다행히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급식리그도 나가보고 경기KEG 지역 본선에도 참가할 수 있었다. 대회 결과는 마냥 좋지는 않았지만 나에게는 잊지 못할 순간들을 만들 수 있었고 나의 첫번째, 세번째 각오는 완벽하게 마무리 되었다.
남은건 두번째 각오 300등안에 들기 그 때 당시에도 지금 생각해도 변하지 않는 생각은 내가 미친놈이였다는 것이다. 나는 두번째 각오를 이행하면서 한번 빼고 매순간을 후회했다. "이 븅신아 300등은 무슨 300등이냐 아... 500등으로 할걸" "게임 접는건 너무 오바했나..?" 그리고 지금 이 돌이켜 생각하는 이순간에도 그 때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미친놈이 맞는 것 같다.
그렇게 사실 못할 줄 알았다. 내 주위 친구들도 내 두번째 각오를 듣고 왜 그딴 선택을 했냐면서 나를 다그쳤는데 이상하게도 운이 좋았다. 그냥 좋은게 아니였다. 상상도 못했던 운 아니 상상으로만 가능할줄 알았던 운이 실제로 내 눈앞에서 펼쳐졌다.
그마에서 챌린저를 가는데 10연승을 총 3번했다. 연승이 아닐 때도 매일 5승2패, 4승2패, 3승 1패 이런 성적을 뽑아내면서 정말 순식간에 챌린저를 가게 됐다.






챌린저를 가고 나는 정말로 기쁨을 느꼇다.
밑바닥 브3부터 가장 위에 있는 티어인 챌린저는 나에게 큰 의미였다.
챌린저만 가면 인정받을 줄 알았고
챌린저만 가면 내 꿈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았고
그렇게 모든게 끝이 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
누가 생각이나 해봤을까 실력자들이 모이는 챌린저 티어에서 운으로 챌린저 간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나는 그저 아리라는 원챔으로 메타 꿀을 빨아서 올라간 거품이였으며
진짜 재능은 따로 있었다.
챌린저를 가고 운좋게 테스트 기회를 얻어서 아빠에게 여쭤봤는데 아빠는 '그래서 테스트를 합격하면 학교는 어쩔건데?', '자퇴는 절대로 안된다.'
결국 개학 후 학교를 갔는데 친구들은 나를 제대로 알지도 못한채 나보고 대단하다고 칭찬해주고 누군가는 나에게 저주도 한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조언을 듣고서 챔프폭 연습도 해보는데 승률은 엉터리에 솔랭에서 만나는 사람에게 욕만 뒤지게 쳐먹고 그들 또한 나를 저주하더라.. '님 다이아1임? 그러다 진짜 다이아 1가요.' '님 몇번 만나봤는데 실력적으로 믿음이 안가요.'
나도 알았다. 내가 지금 분수에 맞지도 않는 곳에 있으며 지금의 상황이 나에게 주어진 축복이면서 남들에게 내려진 저주란 것을 그걸 잘 알지만 나는 쉽게 이 환상적인 꿈에서 깰 수 없었다. 달달한 영화의 슬픈 엔딩따위는 더욱 보고싶지 않았다. 그래서 처절히 저항했고 나에게 저주를 내리는 남들을 탓하면서 나 자신을 위로했는데 끝내 저항할 힘은 남아있지도 않고 사실 나를 망치는건 남의 저주 따위가 아닌 나 자신이였단걸 깨달은 순간 스스로를 망치는 나 자신이 정말로 밉게 느껴졌다. 재능도 없고 나를 망치는 나에게 사랑이라고는 주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더 철저하게 망가져서 다시는 못 쓰게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내가 가장 의지하고 가장 존경하는 아빠가 나의 꿈을 거부하신다. 처음에는 아빠가 그저 미웠다. 그런데 나도 알고는 있다 이게 아버지의 잘못은 아니란걸 하지만 그 때 부터 떠나지 않는 의문만 남아있다. "나는 무엇 떄문에 게임을 하는거지?" "내가 왜 이겨야 하는거지?" 승리하면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이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적하고 싸우는 와중에도 머릿속에 내가 왜 이걸 하는지 왜 이겨야 하는지 의문이 드는게 얼마나 X같은지 사람들이 알기나 할까.. 나는 내가 이겨야 하는 이유가 사라졌다.
부정적인 생각들이 겹치면서 최근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처음부터 운이 없었다면 헛된 희망 따위는 품지도 않았을텐데"
그래서 글을 쓰기로 했다. 정확히 말하면 끝을 보기로 했다. 운도, 실력도, 욕망도 잃어버린 나에게 지금 이 순간이 정말 마지막일 수도 있지만 나는 마지막 용기를 내서 이 글을 써본다. 끝이 끝이 아니기를 바라며 끝을 통해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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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써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네요. 글 쓰는 것을 마냥 쉽게 생각하기만 했던게 부끄럽습니다.
사실 쓰다보니 뭘 말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는데 그럴 수록 제 마음에 있는걸 적나라하게 드러내보자는 생각으로 적어봤습니다. 사실 글이 되게 어두울거라 예상이 되고 읽으시면서 왜 읽고있는지 생각하게 될거에요. 그도 그럴게 사실 이 글은 굉장히 이기적인 글입니다.
오로지 저만을 위한 글이죠. 저의 여정을 자랑하면서 저의 고통을 남에게 나눠주는 아주아주 이기적인 글이지만 이상하게 민폐인걸 알면서도 쓰고 싶더군요. 염치없게도 부탁하나 드리자면 제가 가진 비관적인 생각들이 다 잘못된 거라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세상을 탓하면서도 사실은 잘못본거라고 세상은 따뜻하다고 믿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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