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동안 롤을 하며 브론즈부터 플레2 까지 고무줄처럼 서식지를 바꿔가며 게임을 해본 바 티어별로 플레이어들의 성향과 특징에 대해 요약해본다.
아이언 - '내 인생에 중간은 없어 !' 라고 외치는 이들의 종착역
천재와 바보는 종이 한 장 차이일 뿐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이 곳에서 게임을 하는 유저라면 둘 중 하나다. 게임에 통달하여 일부러 패배를 조작할 수 있는 사람이거나, 이 게임이 무엇인지조차 관심이 없는 그들에게 소환사의 협곡이 새로운 모험의 장일 뿐이다.
이 티어는 올해 처음 등장한 티어다. 마그마챌 구간이 최상위 1%의 구간이라면 아이언은 최하위 1%의 구간이다. 그 말은 무엇이냐? 마그마챌만큼이나 우리 주위에 흔히 볼 수 없는 진또배기들이라는 말이다. 나 역시 이 구간에는 가본 적이 없으므로 상황이 어떤지 알지 못한다. 그저 유튜브로 그들의 업적을 전설처럼 전해들을 뿐이다.
이들에게는 qwer을 누르는 것 조차 쉽지 않을 것이며 모니터에 자신의 챔피언이 어디에 있는지, 지금 자신이 어디를 향해 가는지조차 알지 못할 것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게임을 해 본 사람, 컴퓨터를 처음 만져보는 사람 정도의 수준이라고 짐작만 할 뿐이다.
브론즈 - '내가 브론즈라니, 자존심 상해 ! vs 롤 재미없어서 안해'
이 구간의 유저들은 아이언은 면했다. 축하한다. 그들에게도 손가락이 있음을 증명한 셈인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이언이 대체하고 있는 옛 '브5'라는 티어의 심해 구간에 대한 이미지 덕분에 한국인으로 태어나 이 구간에서 롤을 한다는것은 치욕 그 자체다. 이 구간에서 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언제 아이언으로 떨어질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을 터, 그에 대한 심리적 방어인 것일까? 이들이 취하는 방법은 흔히 두가지로 나뉜다. 어떻게든 브론즈에서 벗어나고자 골플 구간 티어 친구들에게 대리를 부탁하거나, 롤 재미없어서 안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그렇진 않지만 브론즈 구간에서 현지 수준이 아닌 실력으로 게임하는 유저들이 정말 자주 출몰하고 있는 점으로 보아 대부분의 유저가 스스로의 실력을 부정하면서까지 브론즈를 벗어나고 싶을 만큼 수치스러운 티어가 분명하다. 그 덕분에 실버와 골드의 생태계가 엉망인 것을 알 수 있는데, 브실골이라는 단어가 탄생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이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두번째로는 롤 재미없어서 안한다며 실제로 오버워치와 같은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 경우는 진짜로 재미가 없는 경우다. 흥미를 느끼지 못해 안하게 되는 경우로 전적을 봐도 친구들과 칼바람나락과 이벤트 모드에서 가끔씩 게임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 어찌 됐든 실질적으로 롤을 정말 못한다고 볼 수 있는 구간이다. 적 챔피언이 보이면 qwer df 전부 다 때려박아도 이 구간에서의 승률을 반반 가져갈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하지만 AOS 장르의 게임이 처음인 사람들과 정말 게임을 잘 못하면서도 즐겁게 게임을 탐구하는 자세로 즐기는 사람들도 있는 곳이다. 승리에 대한 열정이 있고 나아지고자 하는 열망이 있다면 조금의 노력으로 쉽게 벗어날 수 있다.
사실 롤을 못한다기보단, 롤에 관심이 없는 티어.
실버 - '응 ㄴㄱㅁ~'
무식한 사람이 신념을 가지면 무섭다고 했던가, 이들에게 딱 어울리는 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들은 게임적으로도, 인성적으로도 쓸데없는 아집이 있어서 어떻게 보면 브론즈보다 더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는 구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이곳에서 게임을 한다면 게임 시작과 동시에 mute all을 하는 것이 진정, 진정으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될 것이다. 실력은 브론즈와 크게 차이가 없다. 브론즈와 다른 것이 있다면 조금 더 오래 게임을 해서 킬을 해본 경험이 많다는 것 정도. 바로 이 경험이 그들에게 알 수 없는 자신감을 주는 것이 분명하다. 티어를 올리고 싶은 욕심과 자신의 근거없는 플레이에 대한 확고한 믿음은 곧 다른 아군 플레이어에 대한 분노로 이어지며, 흔히 멘탈이 약한 유저들이 가장 많다. 팀운이 안좋다거나, 자신의 실력이 객관적으로 최소 골드는 된다고 말하고 다니는 사람들은 보통 멘탈이 약해서 실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필자가 가장 오래 서식했던 구간이자 필자가 느끼기에 가장 인성 파탄자들이 많이 있는 구간이다. 게임을 잘하면서 정치를 하고 실력을 논한다면 모르겠는데(사실 진짜 게임 잘하는 사람들은 채팅을 안한다), 근거없는 헛소리와 같잖은 플레이를 즐기며 본인의 게임 부심을 조금이라도 건드렸다가는 바로 쌍욕과 어머니 안부를 물으며 채팅창을 지옥불바다로 만들어버린다. 이들의 약한 멘탈은 ㅋㅋㅋ과같은 세 단어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키는데, 이 와중에 채팅을 하지 않는 사람은 곧 골드로 올라갈 사람이거나 채금상태다.
이들은 이미 게임의 승패는 안중에도 없으며 그저 습관처럼 랭겜을 돌리며 누가 잘못했는가에 대한 선거를 시작한다. 대통령 선거는 안해도 서렌투표는 반드시 해야하는 구간이다. 이기기 위해 게임을 하기보다, 자기 실력을 인정받고 본인 캐리로 게임이 돌아가야만 하는 자기 중심적인 갓 20살 된 친구들과 같은 정신상태를 보이곤 한다. 이들은 본인이 더 잘하기 위해 공부하고 연습하고 자신의 플레이를 되돌아보는 대신 남의 결점, 특히 아군 플레이어의 작은 실수 하나하나에 물음표를 찍으며 알뜰살뜰 비난하기 바쁘다. 실제로 라인전에서 킬각을 보는 등의 피지컬은 좋은 경우도 있으나, 라인관리, 한타, 운영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기 때문에 킬만 먹고 cs는 엉망인 경우도 많고, 특히 미니맵을 전혀 보지 않고 오직 라인에만 집중하는 경향으로 정글러의 갱에 몹시 취약한 모습을 보인다. 그러다보니 정글러와의 갈등이 크고 ㅈㄱㅊㅇ라는 단어를 거의 매판마다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가뜩이나 약해진 멘탈은 종잇장처럼 얇아져서 누군가 톡 건드리기만 해도 터져버려 트롤짓을 하기 일쑤이기 때문에 게임을 하다보면 잘 하고 있다가도 어처구니 없이 지는 경우가 잦은 구간이다. 이 구간에서의 승패는 팀웍이 아니라, 어느 팀이 먼저 내부분열이 일어나느냐로 갈린다고 봐도 무방하다. 본인 실력이 실버가 아니라면, 멘탈을 챙기기 위해 대화는 물론 핑까지 모두 차단해야할 것이다.
골드 - '골드 정도면 만족해'
드디어 마의 실버구간을 벗어나 골드구간에 입성했다. 작금의 골드 구간은 골드 3~4와 1~2 구간도 실력의 편차가 제법 있는 편이다. 특히 플레부터 상위 10% 안에 드는 점 때문인지 골드 1~2 구간의 유저들은 자신도 조금만 더 하면 플레에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더 열심히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중에서 플레에 발을 들여놓는 사람은 소수. 대부분의 사람은 골드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해 결국 자신의 실력을 인정하고 안주한다. 골드 1~2구간에는 가끔 연패를 하는 플4들도 내려와서 게임을 하는 곳인데, 이런 게임을 보면 플레나 골드나 별 차이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브실골플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것이 아닐까? 사실 사람이 컨디션이나 멘탈에 따라 집중력과 실력차이가 발생하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일정하게 실력을 유지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조건에 따라 실버와 플레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본인처럼)
골드는 대부분 마음의 안정을 얻은 유저들이 많다. 하지만 여전히 실버와 인접해있는 구간이다보니 갓 골드에 올라온 골3~4 구간은 여전히 실버 때 습관을 못버리고 채팅을 치면서 정치를 하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는데, 대체적으로 골드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준의 실력대여서 친구들과 같이 게임을 하기도 하다보니 크게 무시받을 일 없이 무난하게 게임을 하는 편이다.
플레티넘 - '와 더 올라가기 진짜 힘들다'
브실골에서 티어를 올릴 땐, 내가 잘해서라기보단 상대가 던져서 이기는 경우가 겁나게 많았다. 브실골 게임은 잘하는 것보다 던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과정이었다면, 플레는 던지지 않는 것은 기본이고 상대가 던지도록 유도하거나 각을 만들어내는, 진짜 '잘' 하는 플레이가 필요해졌다. 물론 여전히 던지고 이상하게 게임하는 플레이어들도 많지만 확실히 마구잡이로 던지는 플레이가 많이 줄었다. 브실골 수준에서 게임은 이런 던짐으로 엉망진창 개싸움이 돼서 흘러가는 경우가 많지만, 이 구간은 대부분 라인전, 오브젝트 타이밍, 운영, 한타, 미니맵 시야 등에서 어느 정도 뼈가 굵어서 이런 기본 개념과 원칙을 지키며 게임을 하려는 노력이 눈에 띄게 보인다. 물론, 그것이 능숙하지 않아서 개판이 되는 경우도 정말 많다. 한가지 눈에 띄는 점은 처음 퍼블이 나오는 시점이 평균적으로 많이 느려졌다는 점이다. 라인전에서의 챔피언 상성에 대해 대부분 알고 있다보니 선취점이 빠른 시간에 터지지 않아 게임 시작후 10분 가까이 고요할 때가 많다. 이상하게 선취점 이후부터는 킬이 빠르게 쌓이더라. 이 구간은 미니맵을 자주보고 정글러 위치를 파악하고 상대 스펠에 대해 신경쓰는 모습을 보이며 왠만한 갱에 쉽게 당하지 않는다. 필자는 현재 플2~3을 왔다갔다 하고 있는데, 확실히 플2에서부터 점수를 올리기가 쉽지 않다. 아무래도 필자는 현재 여기까지가 실력적인 한계인 것 같다. 특히 필자는 트타 원챔으로 실버에서 플레2까지 올라왔는데, 칼날비 트타로 라인전 초반 2~3렙 타이밍에 상대가 자기 킬각인 줄 모르고 멍때리거나, 상대 서폿이 cc 빠지면 그냥 앞점프로 뛰어들어가서 딜로 찍어누르면서 바텀 라인을 터뜨리는 식으로 게임을 해왔고 그게 엄청 잘 먹혔었다. 근데 플레 구간 딱 올라오자마자 그게 안먹힐 뿐더러, 상대 서폿이 스킬을 함부로 쓰지도 않아서 애정하는 트타를 집어넣을 수 밖에 없더라. 필자는 딱 이부분에서 한계를 느껴서 원딜 기초 연습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일반 다른 원딜로는 여기까지 절대 못올라왔을듯 솔직하게 내 실력은 그정도는 아닌 것 같다.
마무리 지금까지 게임하면서 항상 생각했던 것은 '나는 언제쯤 상대도 잘하고, 우리도 잘해서 설령 지더라도 재밌었던 게임을 해볼 수 있을까' 였다. 사실 그런 판은 정말 드물었다. 100판을 하면 한 판이 나올까 말까? 대부분의 게임이 시작한지 5분~10분안에 한쪽으로 너무 기울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했고, 그건 내가 티어를 올려도 늘 마찬가지더라 브실에 있을 땐 골드가면 낫겠지 했는데 그것도 아니었고, 플레가면 낫겠지 했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적이나 우리팀이나 대부분 실력은 비슷한데 롤이라는 게임 특성 자체가 한 번 말리면 계속 말리고 만회하려고 무리하다가 터지고 하는 식이다. 내가 무리하지 않아도 팀원의 누군가는 반드시 무리하게 되어있다. 플레에 와서 채팅창도 많이 깨끗해지고, 다들 수준이 있어서 잘하지만 여전히 나는 어느 한 명의 고의 트롤에 자주 고통받곤 한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내 생각에 아마 먼 훗날 내가 다이아를 간다고 해도, 나는 지금과 같이 똑같은 고통을 받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마그마챌에 있는 사람들도 똑같지 않을까? 프로 대전말고 솔랭에서의 게임은 그 사람이 실제로 실력이 뛰어나느냐 아니냐보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멘탈과 자기 할일을 묵묵히 하는 플레이가 가장 중요한 승리의 덕목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자기 할 일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고 해내냐 못해내냐가 실력차이긴 하지만.
전략적으로 티어를 올리고싶다면 내가 했던 칼날비 트타처럼, 자기가 잘할 수 있는 거 하나로 자기 라인을 확실히 터뜨릴 수 있는걸 해보기를 추천함. 나는 원딜 기본 소양인 생존, 포지셔닝, 타겟팅 이런거 진짜 잘 못하는데도 그냥 칼날비 트타 하나로 we 평평평 (칼날비) r평 으로 상대 원딜 라인전부터 계속 녹이고 다니니까 한타는 할 필요도 없더라.. 브실골은 대부분 자기 킬각도 모르고, 상대 킬각도 모르거든. 그냥 너 한대 나 한대, 스킬 한 두대 맞추다보니 어? 죽을 것 같은데? 싶으면 점멸 점화 박고 개싸움 하는거지.
자기가 겜하면서 내 라인을 터뜨릴 수 있다 ! 내 맞라이너가 cs도 못먹게 할 정도로 압도하고 내가 쟤랑 싸워서 언제 이길 수 있는지 없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다는 판단이 안서면 티어 올리는건 불가능한 것 같아
아무튼 긴 글 읽어줘서 고맙고 내용에 공감 못해도 그냥 그런가보다 생각해줘라. 단순히 내 생각일 뿐임 나도 아직 갈길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