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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실화주의) 해파리 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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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필자는 홍대 젊음의 거리에서 국룰이라 불리우는 지로우 라멘을 면 추가까지 얻어먹었는데, 부른 배를 잠재우고 교정기에 낀 좃같은 파 조각들을 걸러내기 위해 나는 카페에 가자는 제안을 던졌다. 일행은 교정기 동지이기에 나의 의견에 적극 찬성했고, 본인보다 홍대 경험이 월등히 많은 일행이기에 내게 아쿠아리움 카페의 장점을 설명하며 귀여운 해파리 보기 위해서 아쿠아리움 카페에 가야만 한다고 설득했다. 본인에게의 아쿠아리움 이라고는 살면서 접해온 아쿠아리움의 이미지 컷들과 미취학 아동일 때에 유일하게 접해본 아쿠아리움의 이미지 뿐이었으므로 그 단어가 주는 강렬함에 사로잡혔고, 유리 돔 아래에서 부드러운 커피 한 잔을 즐기며 해파리와 손을 마주 흔드는 상상만이 뇌리를 가득 채워 이성을 잃고 아쿠아리움 카페로의 여정을 떠났다. 그것이 비극의 서막이었다. 아쿠아리움 카페로의 길은 항상의 주말 홍대처럼 붐볐고, 지나가면서 눈에 들어오는 900원 짜리 아메리카노 카페들에 마음 속으로 코웃음치며 저런 원두 찌끄레기 커피와 비교도 안 되는 퀄리티의 커피를 즐길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곧이어 일행이 다 왔다는 신호를 알렸고  나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돔으로 이루어진 거대 건물은 온데 간데 없고 허름한 음식점 건물에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만 같은 철제 계단을 따라 3층에 있는 출입문에 보이는 카페 간판만이 눈에 들어왔고, 계단 아래에선 치렁치렁한 악세사리를 달고 있는 12한국남자 짤에서 방금 튀어 나온 것 같은 사람들이 뿜어대는 담배연기만이 매캐하게 시야를 가리고 있었다. 그 때라도 도망쳐야 했지만 나는 희망으로 가득 찬 VR기기를 뒤집어 쓴 꼬맹이에 불과했고, 10분의 1도 경험하지 못한 비극으로는 아직 상황 파악을 못 하고 있었다. 담배 연기를 피해 카페 입구로 들어서면서부터, 푸른 빛의 수족관은 커녕 암흑으로 둘러싸인 내부에서 나는 암순응에 허우적대며 현실을 직시하기 시작했다. 서 너개의 어항만이 보였고, 그 안에는 모빌마냥 그저 어항 속을 빙글빙글 돌며 코피를 쏟아내고 있는 백상아리 두 마리와, 스트레스가 가득 쌓인 나머지 서로를 뜯어먹어버려 꼬리가 너덜너덜해진, 동족상잔의 아픔을 겪고 있는 금붕어 예닐곱 마리, 그리고 본인들의 배설물을 주워먹고 있는 구피 네댓 마리 뿐이었다. 나는 그 곳에서 지옥을 보았다. 인간으로 따지자면 나치의 홀로코스트보다도 더 악랄한 곳이 아닌가? 끔찍한 행태를 애써 무시하면서, 카페가 커피 먹는 곳이지, 하며 나는 계산대로 향했다. 그 때 부터는 나의 일행의 상태가 점점 이상해지는 것을 느꼈다. 카페 모카로 노랫말을 붙여 부르며 먹을 메뉴를 자랑하던 사람이 갑자기 나는 카페.. 에선 아메리카노를 먹어야지.. 하는 것 아닌가? 메뉴판을 확인한 나는 곧이어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카페 모카 뒤의 따라오는 글자에 그 메뉴에는 절대 어울리지 않는 7이라는 숫자가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경악했다. 나는 카페의 들어와서부터의 모든 감각이 '내가 마치 20세기 초의 흑인 동물원에 입장료를 지불하는 원숭이가 된 기분이라'는 하나의 생각으로 합쳐졌다. 그 때 내가 카페 점원의 죽통을 후리고 창문으로 도망쳤다면 내 허무함이 나아졌을까?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의 대금인 거금 만 원을 지불하는 나의 손은 덜덜 떨렸으며, 시선은 이미 냉채가 되어버린 듯 전혀 보이지 않는 해파리를 애써 찾고 있었다. 오천 원 짜리 커피의 끝맛은 마치 할머니의 등짝 후려침을 전수 받은 듯 구수한 장조림의 향이 입안을 가득 채웠으며, 나는 허탈한 눈빛으로 수족관 바닥 자갈에 머리를 쳐박는 백상아리를 동정하는 것 이외의 행동은 더 이상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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