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두살에 만나서 스물여섯 현재까지
사귀고 있는데
요즘 자꾸 결혼문제로 싸웠단 말이지
뇌피셜로는 얘만큼 나 좋아해주는 사람
못 만날거고 이미 일상이 되버려서 얘가
없어진다면 정말 마음이 텅빈 것 같을거다
라고 생각은 했는데
만날 생각하면 그래 뭐 또 영화보고 밥먹고
사진이나 좀 찍고 걷다가 대실하거나
걍 카페서 시간이나 죽치다 가겠지
이런 생각이 드니까 좀 귀찮았어
만나봐야 또 결혼시기 얘기하면서 들들 볶을거고
자기 닮은 딸 갖고 싶다는 얘기 또 들을거고
4월 중순에 회사 때려치고 혼자 여행도 다니고
헬스장도 다니고 롤도 하고 좀 인생에서
쉼표 찍는 시간 갖고 있는데 결혼=돈 인데
부담스럽기도 했던 것 같다
놀만큼 논 것 같애서 헤드헌터한테 의뢰넣고
오늘 진탕 술마시면서 차마 상처받을까봐
못했던 말들 쏟아부었는데 후련하기도 하고
그 와중에도 얘기 잘 들어주고 의견 맞춰주려고 하는
얘가 문득 너무 좋은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일 다시 구하고 적금 넣은거 만기되면 결혼시기
잡아야겠다 딸도 하나 낳아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