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딩 때 제 2외국어로 일본어를 배우기 시작했다가,
기초만 알고 있는 상태로 군대에 좀 일찍 가서 그 기억이 남은 채로
상병 달 때쯤 너무 심심해서 일본어를 배우기 시작했어.
처음에는 그냥 휴가 얻으려고 친 시험이 JLPT 3급이었는데
이게 180점 정도가 만점인데 172점인가 나오고나서 뭔가
성취감이 들어서 일본어를 시작하다보니 지금은 일본인 친구들이랑
카톡이나 전화를 해도 그다지 막힘없이 가능함.
일본인 친구가, 한국인이고 일본어 잘 못한다면서(난 항상 잘 못하니깐 양해 좀 해달라고 함)
어떻게 일본어로 농담을 서로 주고받을 수 있냐며 신기해함.
맞음. 여기까진 내 자랑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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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전역 후, 회사 복직해서 정신없이 일하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어디 제대로 놀러가보지도 못한 채
통장에 돈만 쌓이고 가장 인생 전성기인 이십대를 낭비한다는 생각이 들었음.
곧바로 여름 옷이랑 바지, 돈 안 아껴가면서 막 써댄 뒤 첫 빨래가 된 시점.
고딩 친구 하나 꼬셔서 일본 오사카로 갔다.
내 친구는 대학 다니는 가난한 알바생이라 돈도 부족했지만.
혼자 첫 해외여행 가는 건 부담스럽기도 해서 돈을 조금 지원해주기로 하고 이녀석도 가고 싶어해서 같이 감.
면세점에서 딱. 써본 적도 없던 비싼 선글라스도 하나 끼고 그대로 일본으로 날랐다.
일본. 특히 오사카나 후쿠오카 같이 한국인들 많이 가는 곳은 한국어로 잘 되어있어서
몰라도 쉽게 쉽게 갈 수 있다고 하는데. 그거 은근히 아닌 경우가 많더라.
일단 간사이 공항에서 난카이 난바로 가야함. 그쪽에 그 유명한 도톤보리가 있고 시내 한가운데라 숙소도 그쪽으로 잡았거든.
근데 자동 판매기 앞에 서니깐 띠용. 한국말 1도 없이 한자로만 가득함.
일본어를 할 줄 아는 나도 순간 당황해서 어버버하다가 뒤늦게 옆에 승무원 있길래 그냥 물어봤다.
인터넷에서는 간단간단하게 설명해주는데, 그냥 얼마짜리 티켓 끊어서 가면 되요 ^^
라는 말이 진짜 갔다 온 사람들이 하는 설명이니 그런거지. 초짜한테는 전혀 아니다.
만약 일본어 1도 모르는 사람들끼리 가면 간사이 공항에서 티켓 발매부터 꽤 골치아프기 시작할 거야.
그리고 간사이공항은 다시 타고 한국 올 때 터미널 1, 2가 있는데 저가항공사는 터미널2로 가야해서 이것도 물어봐야했음.
즉, 어지간히 기본 회화. (화장실 어디에요? 어디로 가야해요? 이거 얼마에요? 고기 1인분이요. 타코야끼 2인분이요. )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하는 게 좋다. 아니 필수라고 본다.
내 기준으로도 제일 많이 쓴 일본어가 그거였어.
~~니 이키타인데스가, 도코니 이레바 이인데스까?
~~에 가고 싶은데 어디로 가면 되나요?
이치넨, 니넨, 히토츠 후타츠 등등
1명이요. 2명. 1인분/1개 , 2인분/2개
무튼 그리 숙소 가서 놀기 시작했지.
뭐하고 놀았는지에 대해선 생략하고 이제 진짜 너희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할 거야.
일단 하루 일정을 마치고 나면, 밤에는 이 범위에서만 놀았어.
왜냐하면 이 범위 밖으로 나갈 필요도 없을 정도였거든.
나는 일단, 도톤보리 기준으로 >>에 보이는 선루트 호텔에서 묵었는데.
꽤 나쁘지 않더라. 개인적으로 추천함. 저렴하고 깔끔하고 괜찮음.
막 엄청 좋은 느낌은 아닌데 난바역이랑 가깝고 횡단보도 하나 건너면 도톤보리 시작임.
무튼
일본 오사카에 밤거리 하면 뭐가 떠오르냐.
야키소바? 타꼬야끼? 뭐 이런 거 떠올리는 놈들은 쿰척쿰척이거나 정신이 건강하거나.
근데 그게 아니라면? 뭐... 클럽이라던지? 여자와 유흥? 같은 게 생각난다면
축하해. 너는 한창인 혈기 왕성한 남자야. ...라기보단 변태겠지.
나는 일단 전자였어. 번화된 일본 밤거리를 걸으면서
이것저것 먹어보고 이자카야도 가보고 하다가 글리코상 사진도 찍고 그랬거든
그러다가. 조금 더 왼쪽으로 갔더니 슬슬 이상한 게 보이더라고.
맞아. 유흥업소였어. 아, 이때쯤엔 친구가 지치기도 하고 일본어도 못하니깐
슬슬 재미없다고 먼저 호텔에서 쉬고 있었어.
처음에는 야시시한 간판이 보이고 무슨 40분에 17만원 거리길래 뭐지 싶어서
기웃거렸는데. (비싼 고베큐 스테이크도 10만원은 안 넘더라)
직원이 쫓아와서 호객행위하면서 안으로 들여보내려길래
딱 직감했지. 들어가면 야쿠자 엔딩 아니면 경찰엔딩이구나. 곧바로 스미마셍 외치면서
그렇게 도망쳤다가, 왠 작은 붉은 다리가 있었는데. 여기는 글리코상이 있는 에비스 다리 기준으로 조금 더 서북쪽으로 올라가는 방향이었어.
여기서는 왠 중년 마담? 삐끼로 보이는 사람이 또 호객행위를 하더라. 알고보니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신사이바시 거리쪽에 내가 있었던거지...
일본은 도톤보리 에비스 다리 근처에 클럽들이 많아.
뭐 인터넷에 이런저런 소개글이 있으니깐 편하게 읽어보면 될 것 같고.
문제는 그 다리 가기 전과 후, 후미진 골목에는 유흥업을 하는 풍속점들이
대거 보였다는 거야. 특히 1시간에 1만엔 넘어가는 곳들은 다 그렇다고 보면 돼.
무슨 마사지라고 하거나 헬스라고(일본 헬스는 한국 헬스와 다른 개념) 하면
어지간하면 피하는 게 좋을거야. 실제로 길거리에서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들은
일본 법을 어기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가급적 하지 않기를 바래.
물론 그래도 프로의 실력(?)을 느끼고 싶은 용자라면 말리지는 않을게.
그래서 어디 있냐고?
도톤보리로 들어가면 움직이는 꽃게 간판 바로 옆에 도톤보리라 적힌 커다란
조명 장식이 달린 입구가 있어. 거기를 쭉 들어가다보면 왼쪽에 캡슐 호텔이 하나 나와.
아리스톨?이라는 이름의 캡슐호텔인데. 거기를 지나쳐서 5분 정도 걷다보면 슬슬
분홍빛에 노란 글씨가 적힌 간판들이 보이기 시작할거야. 특히 내부가 벽으로 막혀서
좌우로 돌아서 가게 안으로 들어가는 곳은 더더욱 그럴 가능성이 높지.
이제 도톤보리 길가를 벗어나서 도톤보리 시내 기준 우측으로 강 넘어가면
직진 - 우회전 좌회전 하면 세븐일레븐이 하나 보이는데
그 주변도 싹 다 유흥업소더라.
사실 이렇게 설명하면 길 눈 밝은 사람들은 다 찾아가는데
아닌 사람들은 못 찾아갈 거야.
그럼 그냥
뭐... 구글에는 막히는 게 없잖아. 업소 이름은 검색해도 나오고.
아니면 아까 준 키워드 있지? 헬스라던지. 대놓고 그냥 풍속점이라 쳐도
붉은 점이 수십 개 나오는 거 보고 지렸다.
체험해보고 싶은 나쁜 옵붕이 있다면 뭐... 참고하던지.
내부에 들어갔다 나온 친구의 경험담도 하고 싶지만,
하면 옵지를 정지당해서 안될 것 같구만 허허허
무튼, 대도시라고. 해외 관광객이 많다고 해도 역시 성진국은 성진국이다라는 걸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
반응 괜찮다 싶으면 이번에 못다한 이야기도 곁들여서 해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