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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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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롤 공식이 아닙니다.













아주 먼 옛날, 어느 이름 없는 왕국이 있었어요. 그리고 그 안에는 더 알려지지 않은 왕자가 둘 있었어요. 원래 왕이 죽으면서 첫번째 왕자가 왕이 되려 했지만 갑자기 죽어버렸고, 결국 둘째 왕자가 대신 왕이 되었어요. 그 왕에게는 사랑하는 아내가 있었죠. 왕은 가난한 재봉사였던 아내를 왕비로 맞았어요. 그때부터인가, 나라는 갈수록 미쳐 돌아갔어요. 왕은 그녀를 정말 사랑했고, 그 사랑 때문에 왕이 나라에 관심을 주지 않자 이름 없는 나라는 계속해서 무너져갔죠. 


이런 왕의 통치에 진절머리가 난 신하들은 왕을 암살하기로 했어요. 자객은 독 묻은 단검을 삼엄한 경비 속에서 왕에게 던졌지만 실수로 왕비에게 단검을 맞혔어요. 죽어가는 왕비를 위해 왕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어요. 덕분에 나라에는 동전 하나 남지 않았죠. 왕은 축복의 빛 군도라는 곳에 죽은 사람을 살릴 수 있는 물이 있다는 것을 들었고, 즉시 자신을 믿고 따르는 모든 군대를 데리고 그곳으로 떠났어요. 그 이후로 사랑에 미쳤던 왕의 소식은 들을 수 없었습니다.


어느 이름 없는 왕국의 왕이 떠난 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여러 가지 말을 하면서 완전히 무너진 왕국에 대해 토론했어요. 왕은 왕비를 광적으로 사랑했지만, 그에게는 자식도 친척도 없었죠. 


결국 평범한 사람이였던 왕의 멀고 먼 친척을 찾아 그를 새로운 왕으로 만들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왕국의 운명이 바뀌지는 않았어요. 전대 왕이 비워놓은 나라의 금고는 어떤 짓을 해도 채워지지 못했고, 새로운 왕 역시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지 못했어요. 신하들은 예나 지금이나 같잖은 일로 하루종일 싸웠죠.


이렇게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한 신하가 있었어요. 그 신하는 전 왕이 겉치례만 하지 나랏일은 못했던 점을 이용해 부를 쌓았던 사람이였죠. 그리고 그런 신하는 왕실 안에 몇 더 있었습니다. 나라의 재산이 그렇게 빨리 없어졌던 이유는 하나뿐이 아니였죠. 그래서 그 신하들은 전 왕을 좋아했어요. 새롭게 세워진 왕 역시 만만찮게 무능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그 왕을 싫어했어요. 


새로운 왕은 평민 출신이라 그런지 얼떨결에 왕이 되고 처음으로 시도한 것은 국고를 다시 채우는 것이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백성들이 혹사되었죠. 그 와중에 하늘도 백성들에게 고통주는 것을 좋아하는지 그 해에는 가뭄과 같은 많은 자연재해들이 일어나 사람들이 평소보다 많이 죽었어요. 그리고 왕이 내린 최후의 국고 수복 해결책은 바로 돈이 많은 신하들의 재산을 몰수하는 것이였습니다.


그동안 무능한 왕을 믿고 부귀영화를 누리던 신하들은 간담이 서늘해졌습니다. 원래 왕은 적어도 신하들에게는 좋은 평가를 받으며 전대 왕의 잠적 이후로 나름 평화롭게 지내고 있었지만, 나라를 위해 개인의 재산을 몰수한다는 왕의 말도 안되는 판단 때문에 신하들은 불같이 화냈습니다. 어떻게 자신들에게만 이럴 수가 있냐고요.


화가 난 신하들은 자신들이 몰래 키웠던 병력을 모아 왕에게 대적하려고 했어요.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성공했죠. 왕의 군대는 전 왕이 대부분을 군도로 데려간 뒤 돌아오지 않아서 전보다 훨씬 약해진 상태였고, 그나마 남아있는 병력은 받는 봉급도 없이 일하고 있어서 싸울 의지가 없었어요. 결국 무능한 왕은 싸움에서 지고 어디로 도망갔고 왕국은 궁을 점령하는데 도움을 준 신하들에게 점령됐어요.


신하들의 통치 아래 왕국은 전보다 더 혼란스러워졌어요. 전에는 왕 혼자서 나라를 다스렸지만, 이번에는 신하 여러명이서 했기 때문에 서로 싸우면서 겨우 일이 해결됐어요. 지난번에는 신하들이 화가 나 왕국을 점령했지만, 이번에는 신하들의 폭정에 화가 난 백성들이 왕국을 전복시키려 했어요. 이번에는 반대로 신하들이 자신들의 군대로 막으려 했지만, 몇 남지 않은 병사들로는 화난 백성을 막을 수 없었어요. 얼마 되지 않아 궁전이 백성들에게 둘러싸였죠.


그때, 정말 이상한 일이 일어났어요. 어디선가 검은 안개가 나타나 왕국을 덮기 시작했고, 그곳에 닿은 사람들은 모두 끔찍한 유령으로 바뀌었어요. 자기 몸 지키기에 바쁜 신하들은 이 소식을 모르고 있었고, 결국 성난 백성들에게 둘러싸여 죽을 위기에 처했을 때에야 그 안개에 직접 당하며 알게 됐어요. 


안개는 그곳에 있던 모든 백성과 신하들에게 공평하게 영향을 줬어요. 모든 사람들의 몸이 초록색 또는 검은색으로 변했고, 이내 형체가 없어졌는데.. 조금 이상했어요. 글쎄, 이들의 몸이 안개에 닿자 형체가 완전히 없어지는 게 아닌 다른 사람과 붙기 시작하더니 그들 모두가 똑같이 강해졌어요. 눈은 열댓 개로 늘어나 누가 어디에 있든 볼 수 있게 됐고, 손발은 대충 마흔 개가 넘게 많아져 얼마나 많은 물건이든 한 번에 집을 수 있게 됐어요. 체구 역시 아주 커져 집채만한 덩어리처럼 변했어요.


이 존재는 너무 많은 사람들의 기억을 한 번에 얻었어요. 그래서 한걸음 걸을 때마다 무언가를 잊어버렸죠. 오늘 아침에 뭘 먹었더라, 내 집이 어디더라, 내 이름이 뭐더라 등등.. 그중에서 그 존재가 가장 헷갈려 했던 것은 바로 전 주군에 관해서였어요. 그 존재는 전 주군이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잘 기억나지 않았고 어쨌든 가장 기억에 오래 남는 사람이였기 때문에 중요한 사람으로 알고 찾는 길을 나섰어요.


존재는 문이 너무 작았기에 힘겹게 궁전을 빠져 나왔어요. 밖은 검은색의 안개가 왕국을 덮어 꼭 지옥을 현실에서 보는 것 같았죠. 존재는 별로 신경쓰지 않고 왕이 누구였는지, 마지막으로 한 말이 무엇이였는지 떠올렸어요. 그리고 처음으로 기억난 장소가 바로 축복의 빛, 군도였죠. 이 순간에도 그는 마치 연료를 쓰는 것처럼 기억들이 조금씩 없어져 갔어요. 그리고 그 순간에도 유일하게 제대로 기억나는 왕은 그 존재에겐 삶의 의미로 받아들여졌죠. 


존재는 바로 달리기 시작했어요. 축복의 빛 군도에서 왕을 만나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또 자신의 존재와 기억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그는 모르고 있어요. 유일하게 기억나는 왕에게서 느껴지는 감정이 무엇인지. 아직까지 찾지 못하고 왕을 찾으러 방황하고 있죠. 만약에 그 감정을 느꼈다면, 그것은 자신도 기억하지 못하는 일에 대한 감사가 아니였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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