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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푸른 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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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롤 공식이 아닙니다.














예전부터 배신감이란 딱히 복수의 동기가 되기에는 부족했지만 마음속 깊이 쌓아두는 울분이 되었다. 그게 무슨 소리냐고? 이 말에 대해서는 조금 뒤에 설명해 주겠다. 아무튼, 지금부터 우리는 녹서스에 살았던 병사의 작은 이야기를 해주겠다.


녹서스는 모든 것이 힘으로 결정된다. 따라서 힘이 없다는 것은 곧 죄였다. 그리고 이 소년은 아주 어릴 때 부터 큰 죄를 지었다. 꽤나 명망있는 집의 자제였던 그는 기억도 안 나는 어린 시절 부모가 누군가에게 살해당했다. 그들의 시체에서는 붉은 피가 아니라 선명한 푸른색의 상처가 있었다. 하지만 조사 결과 일방적으로 살해당한 것이 아니라 정정당당하게 싸우다 죽은 것으로 확인되어 사람들은 수긍하고 진범을 찾는 일은 빠르게 잦아들었다. 결국 부모를 죽인 무언가는 마지막까지 잡히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이런 죄를 지은 탓에 언젠가부터 길거리에 나앉게 된 그. 그가 10살 되던 해에 그의 모든 것을 바꾸게 된 사람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사람은 카에루 라이트블레이드. 얼마 전부터 녹서스에 갑자기 나타나 적들을 쓸어버리는 유능한 장군이였습니다. 그의 칼은 전투 상태마다 영롱한 푸른빛이 돌았고, 이 상태의 칼은 그 누구라도 베어버렸습니다. 


카에루는 나무 칼을 주면서 손을 내밀었고, 소년은 그를 따라갔습니다. 카에루는 그의 훈련장에서 푸른 검기 없이 검술 시범을 보여줬고, 막강한 무력 탓에 훈련용 허수아비는 한번에 반으로 갈라졌습니다. 그 모습을 보여주며 카에루는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면서 자신에게서 무술을 배우지 않겠냐며 권유했습니다. 소년은 허수아비의 상태를 보고 알수없는 끌림을 느꼈고, 그도 자신의 눈앞에 있는 장군처럼 되고 싶어 수락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들은 몇년 동안 훈련을 했습니다.


이상하게도, 몇년 동안이나 특훈에 가까운 훈련을 했는데도 소년은 아직도 일반 병사와 비슷한 수준의 실력을 가졌었습니다. 지금이라도 훈련을 포기하게 할까 카에루는 생각했지만, 그 시간이 아까워 소년을 각성시키기 위한 행동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마침 성벽 밖에서는 병사들이 데마시아의 부대와 교전 중이였습니다. 그리고 카에루는 그곳에 소년을 데려가 네가 언젠가 저곳에서 싸울 것이라고 했죠. 그리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만약 네가 나중에 나를 이기지 못하는 실력이 된다면, 병사가 되어도 절대 적을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그 말로 소년은 존경심의 이유도 있었지만 또 녹서스 군대에 들어가기 위해 스승을 이기는 것에 더 간절해졌습니다. 


카에루는 장군이라 그런지 변장을 하고 소년을 집에 남기고 자주 떠났습니다. 그때도 소년은 훈련에 열중했고, 거의 매일 그에게 도전했습니다. 사실 도전보단 덤벼드는 것에 가까웠지만.. 몇 번을 도전하든 그는 아주 쉽게 대결에서 졌습니다. 가끔 아파서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힘을 증명하는 것은 전투 뿐이였기에 계속 도전했습니다. 


마침내, 소년은 힘을 증명하는 것을 성공했습니다. 스승과의 대결에서 처음으로 유효타를 준 것이였습니다. 소년은 스승에게 인정받고 녹서스 군대로 그와 함께 갔습니다. 소년이 녹서스의 병사가 되는 것은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장군인 그의 스승이 주는 압박도 있었겠지만, 특유의 전투 방식으로 인해 실력을 정말 화려하게 뽐낼 수 있었던 것도 실력 판단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소년은 실전에 투입되기 전 기록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문서들을 정리하던 중 우연히 자신의 이름을 보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이름이 있는 문서가 무슨 내용인지 궁금했던 그는 몰래 기록을 봤습니다. 그 문서는 자신의 부모에게 일어난 사건에 관한 기록이였는데, 그때 소년은 처음으로 자신의 부모의 이름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들과 엮인 괴상한 일도 알게 됩니다. 하지만 뒷이야기를 보니 이 사건은 빠르게 잊혔다고 했습니다. 다른 기록에서는 그들이 죽은 뒤로 녹서스의 장군이나 고위직 같은 사람들도 같은 모습으로 죽기 시작했다고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소년은 그당시 사건을 본 사람들처럼 범인이 녹서스를 내부로부터 무너뜨리려는 암살자라 생각하고 역시 부모님의 원수인 살해범을 잡고 싶어했습니다. 하지만 기록상으로는 증거가 거의 남지 않아 범인을 특정하기 어려웠죠. 


기록을 확인하고 몇주동안 그는 좋은 모습을 보이며 실전 병사로 투입해달라는 요청이 받아들여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스승과 함께 처음으로 실제 전투에 나가게 되었죠.


전투에서 그의 첫 공격은 적 병사의 몸에 묵직한 소리를 내며 꽂혔습니다. 대검의 무게가 실린 공격은 적 전사의 갑옷까지 뚫고 깊은 상처를 냈습니다. 물론, 스승인 카에루도 엄청나게 강했습니다. 이번에는 이상하게 적극적으로 싸우지 않았죠. 데마시아 전사 한 명이 그녀에게 달려들자 그녀는 검기가 돌고있는 칼을 가볍게 휘둘러 반격했습니다. 푸른색의 잔상이 적의 몸을 가로지르자 적은 거의 두 동강 나다싶이 큰 피해를 받고 죽었습니다. 


그때가 소년의 행복하기만 하던 인생을 크게 바꾼 순간이 되었습니다. 죽은 적은 상처에서 붉은색이 아닌 선명한 푸른색의 피를 흘렸습니다. 그것을 보고 소년은 그동안 카에루가 했던 모든 행동이 들어맞게 되었습니다. 시체의 모습이 기록상 부모님의 모습과 일치하는 것으로 카에루는 부모의 원수였고, 매번 잠시 밖으로 나갈 때마다 굳이 변장을 했던 이유도 녹서스의 중요인물을 암살시도하기 위해 그랬던 것이였습니다. 


의심을 넘어 확신이 든 소년은 어딘가로 가는 스승을 따라갔습니다. 카에루는 데마시아 접경지역으로 이동했습니다.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죠. 그리고 소년이 따라가 본 것은 데마시아의 장군으로 보이는 하얀 갑옷을 입은 사람이였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곧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이쯤이면 암살 작전도 거의 다 끝난 거 같은데, 그만 데마시아로 돌아오지 그래?”


‘“그래. 이 이상은 무리인 것 같아. 며칠만 주면 정리하고 돌아갈게.”


대화는 짧았지만 소년의 의심이 아주 간단하게 사실로 드러나게 된 내용이였습니다. 소년은 지금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습니다. 소년은 여전히 죄를 모두 씻지 못한 사람이였고, 만약 지금 모습이 밝혀지면 카에루는 자신의 정체를 들켜 진지하게 싸울 것이였습니다. 그러면 소년은 당연히 죽었겠죠. 그는 겨우 이 대화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게 아닐 거라고 생각하고 더 숨어있기로 했습니다. 


역시, 그들은 대화를 계속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작전 관련된 것이 아닌 소년에 대해서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너, 녹서스에서 애도 키우더라? 그놈은 왜 주워온 거야?”


“걔는 나중에 내가 데리고 갈거야. 취미를 가지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잖아? 데마시아에 가면 좋은 전사가 될 수도 있고..”


“지난번에 아이오니아에서도 그랬었지. 낳지도 않은 가족이 죽은 게 그렇게 잊기 힘들었던 거야?”


“그럴 수도 있는 거지.. 아무튼 준비해 둬.”


그들의 대화는 그렇게 끝났다. 그러고 데마시아 장수가 인기척을 느끼고 소년이 있는 곳을 봤지만 가까스로 시선을 피했다. 그리고 소년은 카에루보다 먼저 멀리 떨어져 숨어서 고민했다. 언제나 그의 우상이였고, 모든 것을 가르쳐 줬으며 녹서스의 위대한 장군일 줄 알았던 자신의 스승이 배신자였다는 사실에 자신의 모든 것이 부정당한 느낌이였다. 대놓고 드러내진 않았지만, 그 배신감은 마음에 커다란 흉터로 남았었다.


몇일 뒤, 카에루는 어딘가로 멀리 떠나야 한다고 말하고, 소년에게 함께 따라가지 않겠냐고 물어봤습니다. 밖에는 전쟁 말고도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일이 많다고.. 하지만 전에 그 말을 엿들은 소년은 더이상 스승을 믿지 않았습니다. 겉으로는 나중에 스승처럼 멋진 장군이 될 거라는 핑계를 대면서 동행을 거부했죠. 결국 스승.. 아니, 원수는 떠났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소년은 이 일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잠깐동안 이름을 날렸던 장군이 적국의 암살자라는 사실을 알리기에는 소년의 죄가 너무 컸고, 그저 묵살하는 것이 소년이 녹서스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이였으니까..


긴 시간이 지나고, 병사는 자신이 바라던 대로 장군이 되었습니다. 스승같이 보여주기식 활약이 아닌 진짜로 온 룬테라의 적군들을 학살하며 말이죠. 이제 장군은 기나긴 시간동안 청산하지 못했던 죄를 끝내 씻게 되었습니다. 죄를 지우게 된 장군은 이제 외면하고만 있었던 사실을 모두에게 말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리고 어딘가 있을 자신의 원수를 위해 말했습니다.


내 삶의 모든 것을 배신한 너를 반드시 찾아서 죽일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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