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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나는 네가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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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롤 공식이 아닙니다.












얼마 전까지 ‘페들러’라 불리는 노인이 살았습니다. 그는 노인이 될 때까지 사람들의 기억에 거의 남지 않았던 빌지워터의 평범한 재단사였습니다. 항상 사람들 근처에서 무언가를 해왔지만, 결국 은퇴한 지금 모두에게 잊혀지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살아가는 듯한 노인이였습니다. 


그는 은퇴한 뒤 빌지워터 뒷골목에서 인형 만들기에 취미를 붙였습니다. 가족도 친구도 없는 그에게 인형은 모두 자신이 만들어낸 거짓임에도 불구하고 유일한 친구였습니다. 어느 날, 페들러는 갑자기 새로운 인형의 모습을 생각해내고 70이 넘는 나이에 번개처럼 달려가 목각인형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그 작은 인형에게 ‘키요’라는 이름을 지어 줬습니다.


키요는 작은 줄인형이였습니다. 페들러는 처음으로 만들어보는 인형이였죠. 그리고 그는 의외로 줄인형 조종에 소질이 있었습니다. 아주 가끔 사람들이 페들러의 공방을 발견하고 들어올 때마다, 그는 키요를 이용해 잠깐 공연을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키요는 아주 다재다능한 인형이였죠. 그 덕에 공방에 들어왔던 사람들은 모두 그들의 공연을 즐겁게 보고 떠났습니다. 그동안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였던 페들러는 인생 처음으로 자신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줬다는 것에 기뻐했고, 키요와 페들러는 최고의 친구가 되었습니다.


어느 날, 키요가 선반에서 떨어져 부숴졌습니다. 페들러는 그 모습을 보고 이제 어쩌나 싶었지만, 이내 기막힌 생각을 해냈습니다. 그는 정말 오랜만에 외출을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돌아왔죠. 그는 필트오버까지 나가 어떤 장치를 들고 왔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키요를 만들었죠. 다만 이번에는 무릎까지 겨우 올라오는 작은 모습이 아니라 열살배기 어린아이와 비슷한 크기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키요의 가슴에 있는 구멍에 그 장치를 붙이고 환풍구 문 같은 뚜껑을 닫았죠. 그리고 키요는 되살아났습니다. 진짜로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키요의 몸에 들어간 장치는 마법공학을 이용한 것이였습니다. 페들러는 옛날에 자운에서 마법공학으로 움직이는 골렘들을 기억하고 그것과 비슷한 장치를 가져온 것이였습니다. 그 장치는 초록색으로 빛났고, 가끔 의문의 가스도 새어나왔습니다. 조금 수상한 느낌이 들었지만 페들러는 돈이 없었기 때문에 저렴하고 효과도 유사해 보이는 장치를 사온 것이였죠.


되살아난 키요와 페들러는 몸이 커진 이후 더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아무것도 몰라서 열심히 가르쳐야 하는 것은 흠이여도 새로운 키요는 그와 진짜 대화도 나눌 수 있었고, 가끔 들어오는 손님들 역시 신기해 했습니다. 하지만 페들러는 이 움직이는 거대 목각 인형이 밖에 나가면 사람들에게 괴물이라고 오해받거나 공격받을 것이라고 생각해, 키요를 밖으로 나가지 않게 했습니다. 그리고 항상 나가려는 아이에게 말했습니다. “너는 아직 나가기에 너무 어려.” 


몇 년이 지나고, 페들러는 건강 상태가 갑자기 안좋아졌습니다. 키요가 새롭게 교체된 이후부터 종종 기침을 했지만, 갈수록 기침을 더 자주 하더니 결국 병상에 눕게 됩니다. 키요는 의사를 부르거나 사람을 치료하는 법을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키요가 페들러의 마지막 날, 페들러는 키요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는 이제 밖에 나가도 될 정도로 컸구나. 이제 우리는 서로 볼 수 없게 될 거야.”


“밖으로 나가면, 꼭 내 말을 기억하렴. 호기심은 나쁜 게 아니란다. 궁금한거나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꼭 해보면서 살아라.”


이 말을 끝으로 보잘것 없었던 인형사 노인은 세상을 떠났습니다. 인생 최고로 보람찬 말년을 보내면서 말이죠..


키요는 망설임 없이 더이상 사람이 없는 공방을 나와 처음으로 보도에 발을 딛었습니다. 목각 인형은 아무 짐 없이 뒷골목 밖으로 걸어갔습니다. 사람들은 키요를 이상하게 여겼지만 모두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오히려 덕담을 하는 사람도 있었죠. 당연히 키요를 향해 욕하며 물건을 던지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키요는 거리를 배회하며 정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끝내 도착한 곳은 항구였죠. 


항구는 제법 컸습니다. 많은 거대 물고기들이 줄에 잡혀 어딘가로 끌려갔고, 수많은 사람들이 대화하며 거래하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에도 키요는 듣는 모든 것을 기억하며 무엇인가를 배우고 있었습니다. 키요는 거대한 선박이 그 크기에 걸맞는 물고기를 데리고 자랑스럽게 항구에 도착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키요는 그 선박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얼마나 그곳에 호기심이 많았으면 목각 인형의 텅 빈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 것 같았을까요.


키요는 첫 직업으로 선원을 선택했습니다. 항구에서 봤던 그 물고기를 잡는 멋진 상상을 하며 해상생활에 대해서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키요는 다른 사람이 한 모든 말과 행동을 따라하며 배웠고, 주변 사람들에게 도플갱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흉내내기는 그의 취미이자 특기였습니다. 


선원으로 살 때 키요는 참 많은 사람들의 행동을 봐왔습니다. 사람들이 음식을 먹는 것, 잠을 자는 것, 말에 울고 웃는 것.. 하지만 키요는 목각인형이였기 때문에 그 행동들은 배우거나 따라하지 못했습니다. 그럴 수록 그는 인간이 되고 싶었죠. 


그는 거쳐간 많은 사람들에게 ‘인간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했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답변을 받고 키요는 인간은 ‘자신의 생각을 믿고 실행할 수 있는 지성체’ 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키요는 오랜 선원 생활 끝에 배를 조종하는 선장이 되었습니다. 


목각 인형 선장으로써 처음으로 맡은 일은 거대한 물고기인 자울치의 포낭을 채집하는 것을 도와주는 일이였습니다. 그리고 그는 처음으로 바다괴물이라 해도 믿을 정도로 큰 자울치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자울치의 몸에 작살이 꽂혔고, 노련한 사냥꾼이 몸에 밧줄을 달고 자울치의 포낭을 산 채로 수집하기 위해 뛰어들었습니다. 키요가 할 일은 그 밧줄을 잡고 있는 것이였죠. 잘 잡고 있던 도중, 자울치가 잠깐 요동쳤습니다. 키요는 아무리 오랫동안 선원 일을 했다지만 그래봤자 목각 인형이였기 때문에 힘이 빠져 그 밧줄을 놓쳐버리고 맙니다. 사실 과거에 다른 선장이 자울치가 요동칠 때 밧줄을 끊어버린 걸 배워서 위험하다고 생각해 일부러 밧줄을 놓아버린 것도 있지만요. 키요는 자울치가 도망갈 때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물고기는 맛있으니까 사냥꾼이 자울치 뱃속에서 평생 물고기 먹으며 잘 살아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첫 일부터 그런 대형사고를 쳤으니 키요는 바로 선장직을 박탈당합니다. 


다시 선원으로 돌아온 키요. 하지만 인형이라서 그렇게 많이 상심하진 않았습니다. 조금 아쉽다고 느꼈죠. 키요는 그냥 갑판 청소하는 선원으로 강등됐는데, 또 자울치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키요는 전에 만났던 자울치가 살아 돌아갔다는 것을 기억했고, 선원이 살아있을지, 진짜 자울치는 맛있을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키요는 자울치의 입안으로 사냥꾼보다 먼저 뛰어들어갔습니다. 키요는 빨려들어가듯 자울치 안으로 들어갔고, 그 덕에 사냥꾼이 나서기도 전에 자울치는 풀려나 도망가게 되었습니다. 


자울치의 뱃속으로 들어온 키요. 키요는 들어오면서 충격으로 팔 한 쪽이 부러졌습니다. 항구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바다 괴물과 싸우면서 생긴 상처에 대해 얘기한 것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상처가 이 정도로 아플 줄은 몰랐습니다. 


키요가 생각하던 것과 반대로, 자울치의 뱃속에는 먹을 게 없었습니다. 키요가 생각하던 물고기는 없고 자울치가 먹다남긴 사람이랑 물고기 뼈밖에 없었죠. 키요는 반가운 작살을 발견했습니다. 어제 죽었던 사냥꾼의 시체였습니다. 키요는 시체가 사람이 잠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페들러도 죽은게 아니라 오랫동안 잠든 것이라고 알고 있었죠. 키요가 사냥꾼에게 인사했지만 사냥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대답하지 않는 사냥꾼을 보고 키요는 조금 삐진 상태로 앉아 있었죠.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르는 사이에 키요는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살 궁리를 하고 있었죠. 원래도 음식이 ‘입’에 안 맞긴 했지만 이대로면 굶어 죽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은 오랫동안 음식을 안 먹으면 죽을 것 같다고 했기 때문이죠. 키요는 옆에 놓아져 있는 사냥꾼의 작살을 보고 기가 막힌 생각을 했습니다.


키요는 사냥꾼의 은으로 만든 작살을 자신의 부러진 팔에 끼웠습니다. 작살은 키요의 몸에 딱 맞았습니다. 그리고 키요는 자신의 남은 오른쪽 팔을 도끼처럼 날카롭고 단단하게 깎았습니다. 조금 아팠지만 키요는 정말 강력한 무기를 두 개나 얻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키요는 그런 무기로 자울치의 뱃속 벽을 세게 내려쳤습니다. 몇분쯤 지나고, 자울치의 고기벽이 갈라지면서 피와 함께 살점이 드러났습니다. 키요는 호기심에 자울치의 살점을 입에 욱여넣어서 처음으로 음식을 먹어봤습니다. 자울치는 고래 고기맛이 났습니다. 키요는 고래고기를 먹어 본 적이 없었지만, 뭔가 고래 고기는 그런 맛이 날 것 같았습니다. 처음으로 음식을 먹어 본 키요는 갑자기 극심한 배고픔을 느꼈고, 그후 이틀동안 자울치의 뱃속을 마음대로 찢어버렸습니다. 


3일 뒤, 키요는 배고픔을 채우기 위해 자울치의 내장을 피투성이로 만든 뒤 자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랜만에 빛을 보게 되었죠. 연안에서 상태가 이상한 자울치를 사냥꾼들이 목격했고, 그 자울치의 포낭을 채취하기 위해 들어왔던 겁니다. 키요는 빛을 보고 처음으로 기쁨을 느끼며 구조됐습니다. 자신이 세운 인간이 되기 위한 노력과 페들러에게서 배웠던 행동을 동시에 지키면서 말이죠. 


키요가 3일동안 실종된 탓에, 그는 선원에서 제외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바다를 떠나 육지에서 살 수 있게 됐죠. 그는 마음으로나마 친구를 맺었던 선원의 집으로 왔습니다. 하지만 그 선원은 키요를 기억하지 못했죠. 바다생활 중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을 동료로 만납니다. 그 모든 사람들을 기억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죠. 죽은 동료는 특히 기억에서 빨리 사라지기도 했고요. 키요는 그래도 웃으면서 그 사람의 집에서 나갔습니다. 자울치의 뱃속에서 그랬던 것처럼요. 집에서 나오면서 그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키요는 여전히 할 일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선원에서 짤린 이후에는 페들러와 했던 것처럼 사람들 앞에서 공연을 하거나 사람들에게 거짓말로 장난을 치며 살았습니다. 속은 사람들의 반응을 보는 건 늘 즐거웠죠. 가끔 속은 것을 눈치챈 사람들은 모두 그에게 거짓말은 나쁘다며 훈계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키요는 그때마다 이렇게 반문했습니다.


거짓말이 왜 나쁘죠? 사람들은 항상 거짓말을 하잖아요.


이 말을 들은 모든 사람은 더이상 키요에게 말을 할 수 없게 됐습니다. 만약 당신이 빌지워터에 가게 된다면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키요는 처음 당신을 보게 된다면 무엇이든 자신이 배운 것을 당신에게 보여주려고 할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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