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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신의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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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롤 공식이 아닙니다.










타곤 어딘가, 한 무리의 전사들이 의문의 보라색 생명체와 싸우고 있다. 이들은 라코어 부족의 일원. 타곤에는 이상한 일들이 자주 일어난다. 물론 그 사건들에 대한 책임은 윗쪽에 있는 솔라리나 성위들의 몫이지만, 가끔 그곳에서 일어난 위협들이 산 아래까지 내려와 라코어 전사들이 처리해야 할 경우가 있다. 


가끔이긴 하지만 그런 일들이 생겼을 때 가장 먼저 달려와 맞서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 중 이 전사 무리를 만든 이, 소위 대장은 과거 산 위쪽에서 솔라리 성전사인 라호락으로 있었던 사람으로, 솔라리가 가르치는 고결한 정의에 조금 반감을 가지고 라코어족에 합류한 사람이였다. 


대장의 말을 듣고 자경단 같은 무리에 들어온 사람들은 소수였지만, 무력 면에서는 상당히 강한 실력자들이였다. 야생동물이 침입한 작은 일부터 데마시아 또는 녹서스 군대가 침략한 큰 사태까지. 그들은 도움이 되든 안되든 항상 먼저 나타나 위협과 싸웠다.


하지만 요즘들어 그들이 쉽게 처치할 수 없는 위협이 나오기 시작했다. 바로 공허 태생이였다. 그들은 낮밤 가리지 않고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타곤의 위쪽에서 산을 타고 달려온 생명체, 땅을 파고 튀어나온 생명체, 밤하늘을 날아다니는 생명체, 바다에서 헤염처 왔는지 물에 젖어있는 생명체까지. 모두 달랐지만 공통점은 보랏빛이라는 것과 어떤 형태로든 강한 것이였다. 


이 괴물들은 시간이 갈수록 더 잦은 빈도로 라코어 마을에 출현했으며, 이는 갈수록 자경단을 지치게 만들어 원래 라코어 전사들이 오기 전에 웬만한 적들은 사망 혹은 빈사 상태로 만들었던 이들의 무력을 점점 깎아나갔다. 


이 전사 무리는 몇개월 째 이런 생명체들을 쉴새없이 상대해야 했고, 이런 전투를 반복하며 대장은 “이런 상황에 솔라리는 뭐하고 있나” 같은 의구심이 들기도 했고 여전히 태양이 도와줄 것이라며 긍정적인 마음을 잃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그들은 지쳐갔다. 지친 상태에 굳이 먼저 싸울 필요 없다는 지인의 걱정에 최전방 전투를 포기한 사람도 더러 있었다. 결국 그중 가장 열정적으로 싸우며 잠도 못자던 동료가 죽게 되었다.


그들은 친구의 죽음에 진심으로 슬퍼했지만, 공허는 그들에게 장례를 치를 시간을 주지 않았다. 이 무리가 절대 쉬지 않았던 이유는 그들의 의지도 있었지만 가장 큰 건 대장의 절대 죄없는 사람들을 다치게 하지 않으려는 신념이였다. 그 신념이 독이 될줄 누가 알았던가.


근원을 알지 못하겠는 공허의 공격은 지속되었고, 그 과정에서 부상당해 더이상 싸우지 못하는 동료들도 늘어갔다. 남은 멀쩡한 인원이 네댓명 남았던가, 그때 올것이 왔었다. 


공허의 눈, 벨코즈.

공허 태생 중 가장 오랫동안 살았고 다른 괴물들과 다르게 지식에 굶주린 자, 벨코즈. 이 지성체는 전투 태세를 취하고 있는 전사들에게 말을 걸었다. 그리고 그들을 설득했다. 자신은 나쁜 생명체가 아니며, 타곤의 현재 모습은 잘못되었다고. 지친 탓에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한 전사가 벨코즈에게 다가갔다. 그때 벨코즈가 갑자기 태도를 바꾸며 방심한 전사를 공격했다. 그는 벨코즈의 광선에 분해되어 죽었고, 그 모습을 보고 대장을 필두로 모든 전사들이 벨코즈에게 달려들었다. 곧 동료 한 명이 더 죽었고 대장과 전사 한 명만 남아 벨코즈를 처치 직전까지 갔다.


벨코즈가 생물 분해 광선을 마지막 남은 자경단원에게 쏘았다. 그가 고통스러워하며 몸이 가루가 되기 시작했다. 이대로면 죽은 목숨이였지만 대장이 몸을 던져 그를 구해줬고, 대장은 그를 데리고 도망쳤다. 얼마 가지 않아 라코어의 정예병을 포함한 부대가 오고, 벨코즈도 어딘가로 사라졌다. 


벨코즈의 공격으로 그는 지친 몸에 병상에 눕게 되었다. 대장은 죽어가는 그를 보며 죄책감에 삼켜졌다. 그동안 평범한 인간이였던 동료들과 너무 무리하게 싸운 것, 자신의 신념 때문에 그들이 죽은 것을 모두 후회했다. 생각에 잠긴 그는 짐도 챙기지 않고 어딘가로 떠났다.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자신의 만용으로 인한 책임을 지는 행동이였던 것이였다.


한편, 벨코즈와의 전투에서 살아남은 전사는 그 공격 탓인지 엄청나게 많은 지식을 알게 되었다. 이는 벨코즈가 가지고 있던 지식의 극히 일부였지만, 이것은 그가 싸웠던 것에 대한 모든 것을 설명하기에 충분했다. 오래 전부터, 우주 제국인 타곤은 그들에게 위협적이였던 공허를 막았고, 룬테라 역시 마찬가지였다. 


가장 큰 배신감이 들었던 사실은 성위들이 그렇게 고귀한 목적을 가지고 있던 게 아닌 그저 형체가 없는 존재들이 신으로 살고 싶어 사람에게 깃들었다는 점, 그리고 자신을 포함한 라코어가 믿던 태양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빛은 절대 소멸하지 않는다는 것. 따라서 라코어의 전사들이 태양의 빛이 꺼질 때를 대비해 만들어졌다는 것은 거짓말이였다는 것이였다.


대장도 잠적해 사실상 해체된 자경단과 자신이 안 많은 사실 때문에 그는 허탈감으로 며칠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종종 이전에 전투를 포기해 살아남은 동료가 와 위로했지만, 그는 그것마저 빈말로 느끼고 아무 반응을 하지 않았다.


싸움에 대한 의욕이 떨어진 그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그 눈알 괴물이 거짓 정보를 집어넣어 분열을 일으킬 목적이 아니였을까. 그는 신을 믿을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을 쥐고 신을 보기로 했다. 신을 직접 보기 위해 그가 한 생각은 간단했다. 그들이 사는 곳으로 가는 것. 소문에 따르면, 타곤산의 정상에 올라가면 그곳에 천상의 존재들이 산다고 했다. 그는 상처가 치료되고 곧바로 타곤을 올랐다.


타곤을 오르는 것은 역시 힘들었다. 버티기 위해 가져온 음식은 금세 사라졌고, 오르는 중 먹을 것이 없어 산을 오르는 것을 실패한 누군가의 시체를 먹어야 하는 상황도 있었다. 그가 가장 고통스러워했던 것은 현실적인 무엇이 아닌 정상의 신들이 방해하기 위해 만들어낸 환영이였습니다. 전에 만났던 동료들과 대장의 환영이 그를 붙잡았고, 그것 때문에 그는 험준한 타곤의 지형에서 몇달간 헤메야 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타곤을 오르던 그는 마침내 타곤의 정상에 오르게 되었다. 그는 드디어 진실을 마주할 수 있게 된 것이였다. 소문대로 천상의 문이 열렸고, 그는 그곳으로 발을 딛었다. 천상의 세계로 오고 처음으로 본 것은 매우 아름다운 신전이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누군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 목소리가 말하길 자기는 신이며 자신의 대행자인 성위를 하지 않겠냐는 제안을 했다. 


전사는 신에게 대답을 하기 전 질문을 했다. 성위의 목적은 무엇이며, 왜 싸우던 우리를 도와주지 않았는지. 신은 대답했다. 그들은 형체가 없는 존재로, 이 세계에 현신할 수 없었기에 이 세계에 간섭하기 위해서는 성위가 필요했다. 신의 도움에 대해서는 답이 없었다. 신의 말이 어쨌건 그는 도움에 대한 답이 없었다는 것이 신은 그저 몰랐던 것으로 해석했다. 그리고 그런 성위들은 무능력한 창조주의 욕심을 위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이런 결론을 내렸으니 그는 당연히 신의 제안을 거절했다. 그리고 아름다운 풍경을 뒤로 하고 돌아갔다.


돌아오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신이 다시 붙잡아 놓으려 여러 꾀를 부려 보았지만 전사는 모두 아랑곳하지 않고 넘어갔다. 자신이 그렇게나 믿어왔던 신에 대한 배신감과 증오에 과거의 슬픔과 가슴아픈 기억이 모두 묻혀버렸다.


그는 다른 타곤의 정상을 오른 자들과는 다르게, 밖으로는 무엇 하나 달라진 것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그런 힘 대신 하나의 불변할 의지가 생겼다. 신의 시대는 저물 것이고, 모든 성위는 죽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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