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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공허의 말살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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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롤 공식이 아닙니다.












옛날 이케시아가 슈리마에 대항하기 위해 공허의 힘을 사용했던 날, 여기 한 무리의 시체가 있습니다. 이 시체더미 중 한 구는 초월체로, 과거에는 한번 표적으로 삼은 것은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엄청난 집념을 가졌던 자이지만, 한 강력한 공허 태생을 자신의 부대와 함께 쫓다 그 집념으로 사망했죠. 슈리마는 살아있는 것도 아닌 동료의 시체를 회수하기 위해 저 정체불명의 생명체들 사이로 뛰어드는 모험을 하고 싶지 않았고, 그들의 시체는 이케시아와 함께 버려졌습니다.


슈리마 군대가 물러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초월체의 시체가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몸은 보랏빛으로 변했고, 그가 입고 있던 갑옷은 몸속으로 스며들어 비늘과 비슷한 무언가가 되었습니다. 발톱과 이빨이 더 날카롭게 깎여 다듬어졌고 이미 반쯤 썩어가던 꼬리도 수십 개로 갈라져 사방을 향하게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온몸에 공허의 보랏빛 기운이 혈관처럼 드러나며 완전한 공허 태생이 되나 했지만 그의 변화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초월체가 의식을 되찾고 다시 무기를 잡으며 주변을 둘러볼 때 또다른 변화가 이루어졌습니다. 오로지 자주색과 푸른색밖에 없었던 피부에는 검붉은 색이 곳곳에 생기기 시작했고, 본래 뼈의 기능을 했던 부분들이 다리, 머리, 옆구리 같은 곳에서 튀어나와 마치 뿔같은 형태를 취했습니다. 


원래는 공허의 힘에 물들게 되면 다르킨이라 불리는 타락한 존재들이 되지만, 이 경우에는 공허 태생이 조종하는 시체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공허 태생과 다르킨이 섞인 이상한 모습이 된 것이였습니다. 공허의 힘만 가졌을 뿐이지 밖으로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이후 무기에 봉인당하지도 않았죠.


시체에 들어왔던 공허 태생은 여느 때와 같이 시체를 조종하며 생존하려 했으나 다르킨이라는 변수가 작용하게 되었습니다. 공허로 인해 깨어난 다르킨은 자신의 머릿속에 있던 공허 태생과 싸우게 됐고, 이 싸움에서 다르킨이 승리해 그의 몸에 들어간 작은 공허 태생은 살았는지 알 수 없는 상태가 됐습니다.


그는 자신이 누구였는지 기억해냈습니다. 자신이 이곳에 너무 오랫동안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됐죠.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그는 이케시아를 떠나 자신의 조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달렸습니다. 하지만 슈리마 사막은 너무 넓었고, 그는 슈리마 제국으로 돌아가려고 몇년동안 드넓은 사막을 하염없이 달렸습니다. 긴 세월 끝에, 그는 드디어 조국에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그가 돌아오고 처음으로 본 것은 모래로 잠긴 슈리마 제국의 최후였습니다. 


그가 한참 슈리마의 멸망에 슬퍼하고 있을 때, 근처에 과거 자신의 동료였던 초월체가 지나갔습니다. 그는 곧바로 옛 동료에게 다가가 그동안 슈리마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 물어봤습니다. 초월체가 그를 알아봤을 때 처음으로 내뱉은 말은 질문에 대한 대답도, 그의 상태에 대한 걱정도 아닌 그의 흉측한 몰골에 대한 비웃음이였습니다. 초월체들은 불멸의 존재였기 때문에 슈리마 제국 멸망 뒤에 생존한 자들은 할일이 없었으며, 그 초월체 역시 오랜 세월을 놀면서 지냈습니다. 


슈리마가 어이없게 멸망하고도 거의 모든 초월체가 자신의 눈앞에 있는 자처럼 한심하게 있다는 것을 알고, 다르킨은 화가 머리 끝까지 나 한때 자신의 동료였던 초월체를 죽여버렸습니다. 그는 바로 자리를 떠나 슈리마 제국을 부활시키기 위해 움직였습니다.


그는 슈리마를 되살리기 위해 엄청난 시간을 들이며 그 방법을 모색했지만,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아무리 초월체라고는 하나 그에게는 병력도 없었고, 황제였던 아지르처럼 제국을 부활시킬 명분도 없었으니까요. 결국 그도 자신이 오래 전 죽였던 초월체처럼 수백 년을 아무 목적 없이 떠돌아다녔습니다. 


이 반 공허태생의 삶은 힘들었습니다. 공허 태생은 항상 굶주려 있었고, 항상 무엇이든지 먹으며 끝없는 굶주림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어느 날, 공허 태생은 어디선가 자신을 부르는 듯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오래 전 프렐요드에 갇힌 주시자들 중 하나의 봉인이 약해짐에 따라 외부의 도움을 받으려는 것이였습니다. 수백 년 동안 슈리마를 떠돌며 자신이 기억하던 삶의 목적을 잃어버린 공허 태생에게 이 도움 요청은 자신이 움직일 동기를 만들어 줬고, 오래 전부터 자신을 저버린 슈리마를 잊기 위해 그는 자기 자신이 초월체라는 것을 부정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자기 스스로 자아를 잠들어 있던 공허 태생에게 넘겨줘 목적을 확실히 정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공허 태생은 주시자를 깨우기 위해서는 아직 무언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아직도 공허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훗날 주시자가 깨어났을 때 아무도 그분께 대항하지 못하도록 공허가 마치 없었던 것처럼 그것에 대한 모든 기록을 지우기로 했습니다. 문헌, 공허에 관련된 물질, 그리고 그것을 기억하는 사람까지요. 


공허 태생은 두발로 걷는 것을 포기하고, 하늘을 향해 울부짖었습니다. 슈리마 제국의 군대는 어디에나 있었습니다. 공허 태생은 땅속에 묻혀있던 병사들의 시체를 꺼냈고, 그곳에 자기 몸에서 흘러나온 무언가가 들어가며 그 병사들도 다르킨이 아닌 것을 제외하면 그와 거의 비슷한 모습으로 변했습니다. 그리고 그와 공허의 무리는 슈리마 마을이 있는 방향으로 달려갔습니다. 훗날 주시자가 깨어나는 미래를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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