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직원 A씨, 화웨이로 이직하면서 반도체 기술유출한 혐의 반도체 관련 자료 3000장 이상 분량…A씨 "기술유출 의도 없었다" 해명
SK하이닉스의 핵심 반도체 기술을 잠재적 경쟁사 중국 화웨이에 빼돌린 혐의로 중국인이 국내 법원에서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화웨이는 선발업체의 핵심 기술을 빼돌리기 위해 고액 연봉을 미끼로 직원에 접근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산업기술유출수사대는 지난 4월 중국 국적 30대 여성 A씨를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검찰은 이달 초 A씨를 기소했고, A씨는 현재 수원지법 여주지원에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2013년 SK하이닉스에 입사해 반도체 설계의 불량을 분석하는 부서에서 줄곧 일했다. 2020년에 중국 법인으로 파견돼 2022년 6월까지 B2B(기업간거래) 고객 상담의 팀장급 직원으로 근무했다. 고위직 임원이 아니어도 중요 정보 접근 권한이 있었다.
A씨는 평소 자신의 연봉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파악한 화웨이가 A씨에게 기존 연봉의 수 배에 달하는 봉급을 제안했고 그는 같은해 6월 화웨이로 이직했다.
A씨는 이직을 준비하면서 회사 보안상 USB(이동식저장장치) 사용이 불가능한 점을 파악해 '핵심 반도체 기술 구현을 위한 공정 문제 해결책' 관련 자료 A4 용지 3000장 이상을 출력해 화웨이에 넘겼다. 해당 기술은 반도체 제조시 불량률을 낮출 수 있는 핵심기술이다.
SK하이닉스는 미국 팹리스 반도체기업 엔비디아에 차세대 반도체인 HBM(고대역폭메모리)을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는 업체이고 화웨이는 HBM 개발에 뛰어든 후발 주자다. 이번에 빼돌려진 기술은 메모리 전(前)공정 관련 기술로 HBM과 관련은 없지만 반도체 제조 경쟁력을 한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기술로 평가된다.
A씨는 2년간 해외 생활을 하던 중 지난달 말 한국에 입국했고, A씨와 관련한 첩보를 바탕으로 수사를 벌이고 있던 경찰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A씨를 공항에서 체포했다. A씨는 회사를 위해 반도체 공부를 하려고 자료를 인쇄했을 뿐, 기술유출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자료) 출력 사실을 인지한 즉시 수사기관에 신고했다"며 "피의자 조사에 필요한 사항을 지원하며 수사와 재판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발 반도체 기술유출 사건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는 지난달 25일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전직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기술팀 부장 김모씨(56) 등 5명을 기소했다. 검찰은 김씨 등이 중국 태양광 회사로부터 투자를 받아 설립한 중국 현지 법인도 양벌 규정(위법 행위 업무 주체인 법인도 함께 처벌하는 규정)으로 재판에 넘겼다.
해외 기술유출 사건은 급증하는 추세다. 경찰청이 지난해 2월부터 10월까지 '경제안보 위해범죄 특별단속'을 실시한 결과 해외 기술유출 송치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75% 증가했다. 경찰은 해외 기술유출 사건을 총 21건 송치했는데 이는 2013년 이후 가장 많았다. 피해기술별로는 디스플레이가 8건으로 가장 많았고, 반도체·기계 3건, 조선·로봇 1건, 기타 5건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