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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 주도권과 턴 개념(스압, 이론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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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LCK 해설진들의 개인 유튜브를 돌려보며 공통점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밴픽 이론과 인게임에서 라인 주도권과 선턴(턴 관리)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모든 해설자와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었습니다.

그래서 '턴'이라는 개념에 대해 깊이 고민해봤습니다. 기본적으로 제가 알고 있던 턴의 개념은 "이득을 보고 난 뒤 오버턴을 조심해야 한다", "한 번 내가 움직이면 상대도 반드시 반응하게 된다" 정도의 간단한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더 깊게 생각해보니, 롤에는 강제수(강제로 반응을 이끌어내는 수)의 개념이 분명히 존재하고, 우리는 이미 무의식적으로 이걸 사용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예를 들어,

드래곤, 전령, 바론 같은 오브젝트는 강제성을 띄지만 교전 변수가 많기 때문에 단순히 강제하는 것만으로 이득을 보긴 어렵습니다. (특히 성장 차이나 조합 차이가 크지 않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반면 사이드 운영은 매우 강력한 강제수입니다. 상대의 인원 배분을 무조건적으로 요구하게 만들죠.

예를 들어, 상대가 사이드를 커버하기 위해 인원을 보낼 것을 예측할 수 있다면, 우리는 그보다 선제적으로 아군 인원을 배치하거나, 가는 길목을 차단하거나, 반대편 사이드에 투자를 하거나, 그 사이 미드 라인을 밀어 오브젝트를 챙기는 등 다양한 이득을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선턴을 잡는다는 것은 상대에게 강제수를 둘 수 있다는 의미이고, 상대는 이 강제수에 대한 해답을 찾아야 합니다.

라인 주도권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 선턴을 쉽게 잡게 해주는 가장 큰 수단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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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주도권이 있으면 항상 선턴을 잡을 수 있을까요? 주도권이 없으면 그냥 무기력하게 져야 할까요?

결론은 '아니다' 입니다.

주도권을 통해 선턴을 잡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대가 없는 선턴"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유리한 팀은 라인 관리를 먼저 하고 선턴을 잡아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고, 불리한 팀은 라인을 먼저 받고, 클리어하거나 푸시한 뒤에야 행동할 수 있게 됩니다.

이는 턴을 통한 이익의 극대화와 손해의 최소화를 위한 시스템입니다. 그래서 불리한 팀 입장에서도 라인 관리를 포기하거나, 라인을 미리 비워두는 식으로 '라인을 통한 안전장치'를 무시하고 선턴을 잡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때는 필연적으로 라인 손해, 타워 손실, 시야 손실, 골드 누수 등을 감수해야 하므로, '어거지 턴' 이 됩니다. 이 어거지 턴은 굉장히 위험한데, 잘해야 본전이고, 못하면 게임이 크게 터질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상대도 생각이 있기 때문에, 주도권이 없는 팀이 갑자기 사라지면 어거지 턴을 준비 중임을 눈치채기 쉽고, 따라서 저지당할 가능성도 큽니다.

이런 맥락에서, 체급이 낮은 팀이 젠지나 한화 같은 강팀을 만나면 "운영이 안 되고", "뭘 하려 하지도 못하고 쓰러진다"는 평가를 받는 것입니다. 주도권을 통한 선턴을 잡지 못하고, 어거지 턴마저 수비에 저지당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LCK에서는 라인 주도권을 그토록 중요하게 여기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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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불리한 팀은 손해 없이 턴을 잡을 수는 없을까요?

가능하긴 합니다. 다만 굉장히 제한적인 상황에서만 가능합니다.

라인 스왑을 통해 순간적으로 라인 주도권을 무의미하게 만들거나 역전시키는 경우,

교전이나 시야 싸움 중 최초 데스가 발생했을 때,

이 경우, 가장 먼저 죽은 쪽이 다음 턴을 빠르게 가져올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상황을 가장 잘 활용하는 선수가 '베릴' 이라고 생각합니다. 베릴은 '죽었네? 끝.' 이 아니라, '죽었으니까 내 턴이네?' 라고 사고 전환을 빠르게 해서 곧바로 다음 상황을 설계합니다. 이 점이 베릴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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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면,

라인 주도권을 통해 선턴을 잡는다.

선턴을 잡으면 상대에게 강제수를 둘 수 있다.

상대는 우리의 턴을 저지하는 데 턴을 소모하게 되고, 우리는 그 사이 추가 이득을 챙긴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상대는 게임 템포를 놓치고 골드가 누수되며 점점 불리해진다.

결국 정신적 피로도가 상대에게 더 많이 쌓이고, 실수가 발생한다.

우리는 그 실수를 캐치해서 더 큰 이득으로 이어가야 한다.


이것이 롤에서 턴 관리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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