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트까지 이어진 접전 속에 징동이 T1을 꺾고 2023 MSI 결승 진출을 확정했습니다. 19일 진행되는 젠지와 BLG의 경기가 시작하기 전에, 2023 MSI에서 살아남은 BLG, 징동, 젠지, T1 4개의 팀의 지표를 간단히 알아봅시다.
아래의 데이터들은 플레이인은 제외된 브래킷 스테이지의 데이터입니다. 지표의 그래프들을 시각화하기 위해 평균을 0으로, 표준편차를 1로 만드는 표준화가 적용되어 동일한 수치나 등수라도 평균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느냐에 따라 그래프 상의 면적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먼저, 가볍게 각 진영에서 어떤 챔피언들을 많이 밴했는지 알아봅시다. /작성=곽영효 필자, 편집=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 원딜 잘 무는 바이가 필밴?
레드 진영 밴들을 봤을 때 각 팀에서 마오카이, 애니, 바이, 노틸러스, 크산테 정도를 티어가 높은 픽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바이의 경우 블루 진영에서도 16회라는 가장 높은 밴 횟수를 기록했습니다. 레드에서는 한 번도 밴되지 않은 사이온이 블루에서는 9회나 밴 된 것이 흥미롭네요.
# BLG (빌리빌리 게이밍 핑안은행) / LPL 2번 시드 / 세트승률 6승 4패 60%
(출처: 라이엇 게임즈)
BLG가 1페이즈에서 밴을 한, 밴을 당한 챔피언들
빌리빌리 게이밍의 밴 리스트입니다. 블루 진영에서 케넨 밴이 총 6회가 나왔는데, '빈'을 견제하기 위함인지 그중 BLG를 상대로 나온 케넨 밴이 5회나 되는 것이 눈에 띕니다. 레드에서 노틸러스 밴 횟수가 비교적 높은 것도 눈에 띄네요.
BLG는 바텀의 초반 라인전이 특별히 강한 편이 아님에도 첫 용 획득률이 70%로 1위를 기록했습니다.
탑 라이너 빈을 제외하고, BLG는 전반적으로 초반에 비해 후반으로 갈수록 지표가 하락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원딜 캐리 중심의 단단한 후반 지향 플레이가 메타인 현 MSI에서 후반이 약한 BLG는 메타에 역행하는 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음은 선수별 지표입니다. 먼저 BLG의 에이스 빈입니다. 골드 차, CS 차이에서 1위로 도배되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DPM, DPG도 1위를 차지했죠. 대신 평균 WD(무가치한 데스)가 1.1로 평균보다 높은 5위란 점이 사소한 불안 요소입니다.
정글러 슌은 퍼스트 블러드 관여율 10% 7위, 10분 킬관여 5위, 10분 CS차 2위로 주로 성장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전반적으로는 평균에 못 미치는 지표들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야가오는 10분 CS차는 1위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수치가 감소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빈이 잭스, 그웬과 같은 챔피언들을 선호하기에 팀의 자원이 타 팀 대비 탑 쪽으로 많이 분배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도 DPM, DPG는 각각 2위, 1위인 점이 흥미롭네요.
엘크는 게임을 종종 던진다는 세간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평균 WD는 0.3으로 3위에 해당하는 낮은 수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역시 '결정적인 순간의 실수'가 뇌리에 더 강하게 박히는 걸까요?
온은 정글 인접률, 듀오 인접률 모두 5위로 낮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독자적인 로밍을 자주 시도한다는 뜻이기 때문에 BLG를 상대하는 팀은 온의 움직임을 잘 체크해야 할 것입니다.
# GEN (젠지 e스포츠) / LCK 1번 시드 / 세트승률 8승 4패 67%
(출처: 라이엇 게임즈)
젠지가 1페이즈에서 밴을 한, 밴을 당한 챔피언들
블루 진영의 젠지를 상대하는 팀은 바이, 마오카이, 크산테로 밴카드를 고정한 듯한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특히 바이의 경우에는 젠지의 12경기 중 11경기나 밴을 당함으로써 '피넛 저격밴'에 가까운 모습입니다.
이외에는 젠지의 루시안 밴과 타 팀 대비 높은 노틸러스 밴률이 인상적입니다. 블루 진영에서 노틸러스 밴이 총 7회 나왔는데, 그중 5회가 젠지의 밴이네요.
젠지는 바텀의 비교적 약한 초반 라인전으로 인해 첫 용 획득률이 16.67%로 굉장히 낮은 것이 눈에 띕니다. 이는 브래킷 스테이지의 8팀 중에서도 꼴찌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대신 첫 전령, 두 번째 전령 획득률이 66.67%로 각각 2위, 1위인 것으로 보았을 때 초반에 용보다 전령을 중시하는 의도적인 전략으로 보입니다.
젠지의 놀라운 점은 10분 골드차, 10~15분 골드차, 15분 이후 골드차가 모두 1, 2위라는 점입니다. 다만, 젠지가 징동, T1과는 달리 동양팀 1번, 서양팀을 2번 만났다는 점을 감안해야 할 필요가 있죠. 다만, 이런 것들을 감안하더라도 높은 골드 지표는 젠지가 여전히 우승 후보에 걸맞은 힘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도란의 경우 전반적으로 준수한 골드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높은 WD가 아무래도 불안요소입니다. LCK 스프링 플레이오프에서는 평균 WD가 0.62로 6팀 중 6위라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현재 MSI에서는 1.42로 1위에 해당하는 굉장히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피넛의 경우 소위 ‘GDB식 밴픽’으로 인해 굉장히 낮았던 LCK 스프링 플렝이오프에 비해서 퍼스트블러드 관여율은 비슷하게 낮지만, 10분 지표들이 최상위권으로 도약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 저는 피넛의 변화도 있었겠지만, MSI에서 많은 팀들이 ‘GDB식 밴픽’의 요소들을 받아들인 점이 더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쵸비도 굉장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정글 인접률이 7위로 낮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바텀의 경우 10분 골드차 5위, 10분 CS차 7위라는 약한 라인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페이즈의 정글 인접률이 12.33%로 꼴찌에 해당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대신 딜라이트의 8위에 해당하는 정글 인접률, 4위에 해당하는 듀오인접률을 봤을 때 원딜 혼자서 초반을 버틴다기보단 봇듀오 둘이서 버틴다는 표현이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 T1 (티원) / LCK 2번 시드 / 세트승률 8승 5패 62%
(출처: 라이엇 게임즈)
T1이 1페이즈에서 밴을 한, 밴을 당한 챔피언들
젠지를 상대로 한 저격밴이 바이라면 티원을 상대로 한 저격밴은 루시안입니다. 총 14회의 루시안 밴 중 13회가 티원을 상대로 나온 밴입니다. 티원의 밴 데이터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이 있다면, 애니와 노틸러스를 밴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점입니다.
T1은 전반적으로 고루고루 뛰어난 초반 지표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만 그에 비해 중후반은 초반에 비해 조금 떨어지는 편입입니다. 퍼스트 블러드 관여율이 7위인 것은 조금 의외긴 하네요.
제우스의 경우 10분 골드 차 대비 10분 CS차가 굉장히 좋지 않습니다. 이에 비해 10분 킬관여율이 1위인 것으로 봐서 초반 교전에 활발히 참가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오너의 경우 지난 LCK 스프링 플레이오프와 비교해 10분 지표들이 하락했습니다. 퍼스트블러드 관여율도 지난 스프링 플레이오프 때는 53.85%였는데, 23.08%로 크게 하락했습니다. 10분 킬관여가 2위임에도 10분 골드차가 4위인 것으로 보아 초반 교전을 활발히 하는 스타일이지만, 이것이 골드 이득으로 잘 연결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페이커의 경우에는 전반적으로 지표가 좋은 편은 아닙니다만, 어떤 챔피언을 픽하느냐도 지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페이커가 노틸러스, 크산테와 같은 챔피언들을 많이 플레이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평균 WD가 0.77로 3위라는 점은 불안 요소입니다. 패자조 결승에서 이를 뒤집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평가가 반등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T1의 상수이자 버팀목은 구마유시입니다. 룰러 다음가는 최상위권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심지어 초반 지표는 룰러보다 뛰어납니다. T1의 용 획득률이 높은 것에 큰 지분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평균 WD도 0.08로 굉장히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점도 고평가 요소입니다. 이를 보좌하기 위해서인지 케리아도 듀오 인접률이 2위로 높은 모습을 보입니다.
# JDG (징동 인텔 e스포츠 클럽) / LPL 1번 시드 / 세트승률 9승 2패 82%
(출처: 라이엇 게임즈)
징동이 1페이즈에서 밴을 한, 밴을 당한 챔피언들
징동은 타 팀들에 비해서 고정된 밴카드 없이 유동적으로 상대에 맞춰 밴을 하는 패턴을 보입니다. 징동의 결승전 상대는 그동안 징동이 각 팀들을 상대로 어떤 밴들을 했는지 고민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진영에 상관없이 노틸러스를 밴한 적이 없다는 점도 특이한 사항입니다.
또한, 징동이 블루 진영에 있을 때는 바이를 크게 견제받는 모습을 보입니다.
징동 지표를 보면서 의외였던 점은 세트승 9승 2패로 가장 먼저 결승 진출을 확정지은 팀치고는 생각보다 초반 지표들이 좋지 않다는 점입니다. 퍼스트블러드 비율은 72%로 2위지만 팀의 10분 킬수는 1.82로 7위, 10분 골드차는 4위에 불과합니다.
심지어 초반 오브젝트 부문에서는 첫 용 획득률 5위, 첫 전령 획득률 7위, 두 번째 전령 획득률 7위라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미드, 원딜이 10분 골드차에서 1위, 2위를 기록함에도 이런 지표를 보여주는 것은 초반에는 성장에 주력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대신, 10분 대비 10~15분 킬관여율이 확 뛰는 것을 보아 10분 기점으로 징동의 팀원들이 일어나기 시작한다고 보여집니다.
369의 경우 전형적인 위크사이드 롤(방치되는 라인)을 맡고 있습니다. 정글 인접률을 보면 11.54%로 1위를 차지한 제우스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5.27%입니다. 10분 킬관여도 7위밖에 안 될 정도로 극단적인 방패 역할을 맡고 있는 것 같네요.
카나비는 10분 골드차 꼴찌, 정글 인접률 7위인 점들이 흥미롭습니다. 특히 평균 WD가 0이라는 점이 인상 깊습니다. 지금까지 모든 카나비의 데스가 어떠한 형태로든 팀에 이득이 되었다는 뜻이니까요.
나이트도 전반적으로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는 가운데, 10분 킬관여율 대비 10~15분 킬관여율이 확 뛰는 점도 재밌습니다.
룰러는 이번 MSI에서 역대급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룰러의 굉장한 점은 정글 인접률 7위, 듀오 인접률 8위임에도 저런 뛰어난 지표들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평균 WD도 0.18로 6위입니다. 굉장히 안정적이죠. 다만, 초반 지표가 좋은데도 징동의 첫 용 획득률이 낮다는 것은 의도된 전략인지 조금 의문이긴 하네요.
미싱은 듀오 인접률이 8위, 정글 인접률이 3위인 것으로 보아 정글과 손을 잡고 돌아다니는 경향이 크다고 판단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