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의 인공지능 언어 모델 ‘챗GPT’가 연일 화제다.
각종 언론의 헤드 라인에도 "쳇GPT에 OOO를 물었더니..."와 같은 기사가 연일 올라오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챗GPT를 e스포츠에서도 활용해 볼 수 있을까? 쇠뿔도 단김에 뺀다고, 아이디어가 떠오르자마자 챗GPT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던져 봤다. 상당히 인상적인 답변을 얻을 때도 있었지만, 아직은 많은 데이터 학습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 "최고의 <롤> e스포츠 선수는 누구야?"
먼저, 챗GPT가 <롤> e스포츠에 대해 알고 있는지, 사람들이 주로 하는 질문은 무엇인지 물어 보며 대화를 이끌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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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롤> e스포츠에 관해 알고 있어?
A. 네. e스포츠는 프로 플레이어들이 조직된 토너먼트와 이벤트에서 서로 경쟁하는 비디오 게임의 한 형태입니다. <롤>는 가장 규모가 크고 권위 있는 e스포츠 이벤트 중 하나인 <롤> 월드 챔피언십을 포함하여 전 세계에서 수많은 프로 리그와 토너먼트가 개최되는 등 번성하고 있습니다. <롤>의 경쟁적인 성격과 게임에서 뛰어난 실력을 발휘하는 데 필요한 기술과 전략은 e스포츠 선수와 팬 모두에게 인기가 있습니다.
Q. 사람들이 너에게 주로 하는 질문은 뭐야?
A. 가장 자주 묻는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 <롤> e스포츠에서 최고의 선수는 누구인가요? - 현재 <롤>에서 메타 챔피언은 누구인가요? - 특정 경기나 토너먼트에서 누가 우승할까요? - <롤> e스포츠에서 순위 시스템은 어떻게 작동되나요? - <롤>에 존재하는 역할군은 무엇이며, 어떻게 구분되나요?
전반적으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롤>의 경쟁 장면과 최고의 선수, 팀, 전략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어 합니다. 또한, 많은 팬들이 <롤> e스포츠 세계의 최신 발전과 결과에 대한 최신 정보를 얻고 싶어 합니다.
Q. 그러면 누가 최고의 <롤> 선수라고 생각해?
A. 최고의 <롤> 플레이어를 결정하는 것은 주관적이며 다양한 토너먼트와 이벤트에서의 성과에 따라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고로 널리 인정받는 몇몇 선수는 다음과 같습니다.
T1의 페이커(이상혁): 많은 사람들이 역대 최고의 <롤> 선수로 꼽는 페이커는 여러 차례 세계 챔피언십에서 우승했으며, 미드 라이너로써 꾸준히 최고의 활약을 펼쳤습니다.
로얄 네버 기브업의 우지(지안지하오): 세계 최고의 원거리 딜러 선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우지는 여러 국제 토너먼트에서 우승했으며 바텀 라인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활약해 왔습니다.
G2 e스포츠의 캡스 (라스무스 뷘터): 고도로 숙련된 미드 라이너인 캡스는 여러 차례 우승을 차지했으며 세계 최고의 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 왔습니다.
이는 몇 가지 예시에 불과하며, 이외에도 <롤> e스포츠에서 이름을 알린 재능 있는 선수들이 많이 있습니다. 또한, 현 메타 및 특정 시점에 가장 효과적인 플레이 스타일에 따라 최고의 플레이어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짚어 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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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질문을 할 때마다 페이커를 제외하면 선수가 계속해서 바뀌었다. 이에 대해 질문하자 챗GPT는 "사람마다 어떠한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냐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가 선정한 선수는 커뮤니티에서 최고라고 인정받고 있으며, 가장 큰 무대에서 실력과 능력을 입증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추가로 질문을 해 봤다. 학습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내놓은 원론적인 답변일 가능성도 있지만, '정신력'을 이유로 들며 답변했을 때는 꽤나 정확하다고 느껴졌다.
Q. 왜 사람들은 페이커가 최고의 선수라고 생각할까?
A. 그 이유에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대회에서의 성과: 페이커는 여러 차례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우승했으며, 국제 토너먼트에서 꾸준히 최고의 성적을 거두며 세계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으로 명성을 굳혔습니다.
지배적인 플레이 스타일: 페이커는 공격적인 플레이 스타일과 미드 레이너로서 경기를 주도하는 능력으로 유명합니다. 그는 폭넓은 챔피언 풀을 보유하고 있으며 다양한 챔피언을 높은 수준으로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정신력: 페이커는 정신적으로 강인한 선수로 유명하며, 이는 그가 압박이 심한 상황에서도 높은 수준의 경기를 펼칠 수 있게 해줍니다. 그의 성공의 핵심 요소이며 다른 선수들과 차별화되는 점입니다.
(출처: LCK)
그 외에 사람들이 많이 하는 질문인 <롤>의 현재 메타에 관한 질문이나, 경기의 승패 예측에 관한 질문을 했을 때는 유의미한 답변을 받기 어려웠다. 메타에 대해서는 "나는 언어 모델 AI이기에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렵다"라고 답변했으며 승패 예측에 관해서도 동일하게 답변했다.
챗GPT에게 '나는 분석가'라고 인식하게 한 후 최근 LCK 경기의 팀별 승패 데이터를 알려주고 결과를 물었을 경우에는 어느 정도의 답변을 내놓긴 했지만, 이 경우에도 "최근 기세 좋은 팀이 이길 것"과 같은 어디에서나 통용될 수 있는 원론적인 답변만을 받을 수 있었다.
# 전체적으로는 맞는 답변이지만...
이에 챗GPT는 2021년까지의 정보만 학습된 것으로 알려진 만큼, 2021년 진행된 롤드컵에 관한 정보를 물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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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2021년까지의 정보만을 학습했다고 했지, 그러면 2021년 롤드컵에 대해서도 알고 있어?
A. 네, 2021 <롤> 월드 챔피언십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2021년 9월과 10월에 중국에서 열린 국제 대회로, 전 세계 최고의 팀들이 월드 챔피언 타이틀을 놓고 경쟁하는 대회였습니다.
2021 월드 챔피언십은 <롤> e스포츠 일정에서 가장 기대되는 이벤트였으며 팬과 관중 모두의 많은 관심을 끌었습니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가장 큰 무대에서 실력을 뽐내며 역대 가장 경쟁이 치열하고 흥미진진한 월드 챔피언십 중 하나로 꼽혔습니다.
토너먼트는 더블 엘리미네이션 형식으로 진행되었으며, 각 팀은 5전 3선승제로 경기를 치렀습니다. 결승전에서는 한국 팀 담원 기아와 중국 팀 로얄 네버 기브 업이 치열한 접전 끝에 3-2로 승리하며 2021년 월드 챔피언으로 등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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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스러운 답변이었다. 2021년 롤드컵은 아이슬란드에서 진행됐으며, 10월 시작해 11월까지 진행됐다. 결승전에서는 담원 기아와 EDG가 맞붙었다.
알려진 정보에 따르면 2021년 롤드컵은 본래 중국에서 개최되었을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아이슬란드로 개최지가 변경됐다. 따라서 정보를 혼동한 것으로 보인다. 실수를 지적하자 챗GPT는 미안하다며 시간을 내어 수정해 줘 감사하다고 전했다.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고 재차 물어봤을 때는 2021 롤드컵에 관해 정확하게 답변했다. 이에 추가적으로 당시 활동하던 선수들에 관해 물어 봤다. Q. 그러면 그 당시 EDG에 소속된 선수는 누구였어?
A. 당시의 로스터는 다음과 같습니다.
탑: '클리어러브' 밍카이
정글: '하로' 첸 웬 린
미드: '스카웃' 이예찬
바텀: '아이보이' 후셴자오
서포터: '나이트' 통 리
미드 라이너를 제외하면 모두 오답이었다. 서포터로 꼽은 '나이트'에 관해서는 완전한 착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징동 게이밍의 미드 라이너 '나이트' 줘딩과 헷갈린 것으로 보이는데, 이름마저 틀렸다. 또한, 정글러라고 답변한 '하로'는 2017년 입단해 2019년 EDG를 떠났다.
혹시 챗GPT가 스스로 정보를 수정할 수 있는지 알아보려 오류를 수정해 줄 것을 부탁해 봤지만, 미드 라이너 '스카웃'을 제외하면 계속해서 오답을 제시했다. 담원 기아의 로스터를 물어봤을 때는 대부분 정확했지만 정글러에 '클리드' 김태민이 소속됐다거나, 원거리 딜러로 '데프트' 김혁규가 소속되었다고 답변했다.
다른 정보에 관해 질문했을 때는 이외로 정답에 가까운 답변을 남기는 경우도 있었다.
Q. 첫 번째 롤드컵에 대해 알고 있어?
A. 네, 첫 번째 <롤> 월드 챔피언십에 대해 알고 있습니다. 제 1회 <롤> 월드 챔피언십은 2011년에 개최되었으며 팀 프나틱이 우승했습니다. 토너먼트는 <롤>의 개발사 라이엇 게임즈가 주최했으며, 총 10만 달러의 상금을 두고 경쟁했습니다. 이 대회는 e스포츠로써 <롤>의 시작을 알렸으며, 이후 세계에서 가장 크고 인기 있는 e스포츠로 성장하는 발판이 되었습니다.
Q. 당시 프나틱의 미드 라이너는 누구야?
A. '엑스페케' 엔리케 세데뇨 마르티네스입니다.
Q. 엑스페케는 어떤 사람이야?
A. 스페인 프로 <롤> 선수이자 전 미드 라이너입니다. 그는 프나틱에서 2011년 첫 번째 <롤>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팀의 핵심 멤버로 가장 잘 알려져 있습니다. 엑스페케는 공격적인 플레이 스타일과 혁신적인 전략으로 유명합니다. 그는 당대 최고의 미드라이너 중 한 명으로 널리 인정받았으며 <롤> e스포츠 현장에서 역대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으로 계속 기억되고 있습니다.
프나틱 이후에는 다른 여러 팀에서 뛰었고 성공적인 커리어를 보냈습니다. 은퇴 이후에도 <롤> 커뮤니티에서 여전히 인기 있는 인물입니다.
Q. 은퇴 후엔 무엇을 하고 있어?
A. 2021년에 단절된 제 데이터에 따르면, 은퇴 이후 엑스페케는 e스포츠 조직 '오리젠'(Origen)의 창립자이자 소유주가 됐습니다. 또한, 그는 스트리머이자 콘텐츠 제작자였으며 계속해서 게임을 플레이하며 경험을 사람들과 공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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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젠은 2017년 경 매각되어 '아스텔라스'(Astralis)로 이름을 변경했고, 엑스페케는 여전히 주주 자리에 올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에 완전히 틀린 정보는 아니다.
'백도어'의 대명사로 손꼽히는 1세대 미드라이너 '엑스페케' (출처: 아스텔라스)
# 아직은 시기상조지만... 데이터만 잘 학습해 낸다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챗GPT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질문의 수준과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한 사전 학습을 시키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아직 관련한 많은 데이터가 입력되지 않은 이상, 단편적인 질문만으로는 유의미한 답변을 얻기 어렵다.
물론, 데이터를 알려 주고 답변을 받을 수도 있지만, 챗GPT는 언어 모델인 만큼 대부분은 의미 있는 분석이라기보단 어디에나 맞출 수 있는 원론적인 대답을 남기는 어쩔 수 없는 한계가 보였다.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에 가장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MS가 자사의 검색 엔진 '빙'(Bing)에 이를 탑재할 것이라 밝힌 만큼 정보를 얻는 창구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롤> e스포츠와 관련한 정보가 인터넷에 있긴 하지만, 단편적으로 흩어진 정보가 많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구체적인 정보를 얻기 위해선 많은 시간을 써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가령 '누가 특정한 대회에서 우승했을까'의 정보는 얻기 쉽지만 '왜?' 혹은 '당시 우승한 선수는 지금 뭘 하고 있지?'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선 약간 수고스러운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챗GPT가 학습해 알려주는 정보는 전체적으로는 맞았지만, 세부 정보를 틀리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