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했던 선수가 비판 속에서도 묵묵한 성장을 통해 결국 최고의 선수로 거듭나는 이야기는 늘 스포츠 팬들을 설레게 한다.
이번 LCK 서머 시즌에서도 그동안의 부진을 씻어내고 당당한 에이스로 거듭난 선수가 나왔다. 바로 농심 레드포스의 원거리 딜러 '덕담' 서대길. 작년 서머 시즌만 하더라도 덕담은 리그 최하위 원딜러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번 시즌에서는 완전히 바뀐 모습을 통해 선수, 감독, 기자단이 투표해 선정하는 'LCK All-Pro Team'에서 퍼스트 원딜러로 당당히 선정됐다.
지난 시즌의 모습을 생각하면 상상도 할 수 없던 일. 이에 부진을 이겨내고 롤드컵까지 오른 '고스트' 장용준의 모습을 떠올리는 팬들도 많다. 이번 기사에서는 LCK 퍼스트 원딜러로 선정된 덕담을 돌아본다.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출처 : LCK)
# 정규 시즌 통계로 보는 덕담의 일취월장
2020 서머 정규시즌과 2021 서머 정규시즌 지표를 비교하면 덕담이 여러 방면에서 성장했음을 알 수 있다.
먼저, KDA나 분당 대미지, 팀 내 대미지 비중 등 모든 면에서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농심이 끈끈한 한타력으로 3위라는 성적을 기록했기에 팀 성적 상승에 따른 자연스러운 상승으로 볼 수도 있지만, 분명 한타 단계에서 이전보다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증거 중 하나다.
15분 골드 차이 지표도 매우 개선됐다. 덕담은 챌린저스 승강 후 LCK 무대에서 적응을 어려워하는 모습이었다. 라인전 단계에서부터 CS 차이를 내는 경우가 부지기수. 하지만 이번 시즌 들어 라인전부터 밀리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15분 지표가 최상위권인 것은 아니지만, 농심이 라인전에서보단 한타와 운영 단계에서 강점을 가진 팀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제 몫을 다 해 주고 있는 셈.
특히 퍼스트 블러드를 당하는 확률이 대폭 감소했다. 그만큼 이전처럼 라인전에서 무너지는 모습은 줄어들었다. 이 분야에서는 '테디' 박진성이 0%로 1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덕담이 주전 선수로 모든 경기에 출장했음을 생각해 보면 공동 1등으로 여겨도 손색없는 지표다.
농심의 덕담은 '다르다' (출처 : LCK)
# 아펠리오스 통한 변수 창출 능력, 비원딜 숙련도에 강점
덕담은 2021년 시즌 들어 플레이메이킹에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전에도 '장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아펠리오스에 대한 숙련도가 눈부시다. 상대의 시야가 없는 곳에서 기습해 중력포 연계를 통한 이니시에이팅은 덕담의 시그니처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 이번 아프리카와의 포스트 시즌 4세트에서도 중력포를 활용해 해설진과 관객의 감탄을 자아낸 바 있다.
아프리카와의 포스트시즌에서 보여준 화염포-중력포 연계 (출처 : LCK)
덕담의 비 원거리 딜러 챔피언 숙련도도 주목할 만하다.
덕담은 2020 LCK 서머 시즌에서도 하이머딩거를 2회 선택한 전례가 있다. 비록 성적은 2전 전패였지만, 라인전을 유리하게 이끌어나가고, 포탑 콤보를 활용해 상대방의 이니시에이팅을 받아치기도 하는 등 좋은 숙련도를 보였다. 해당 시즌에는 '데프트' 김혁규가 하이머딩거를 선택하기도 했는데, 라인전부터 무너질 정도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그만큼 하이머딩거는 숙달하기 어려운 챔피언이다.
이번 시즌에는 메타픽 중 하나로 떠오른 '바텀 직스'를 능수능란하게 다루고 있다. 덕담은 직스를 5회 선택해 4승 1패를 기록했다. 바텀 직스를 선택한 선수 중 가장 좋은 지표다.
반대로 상대가 직스를 픽한 경우엔 루시안-유미 듀오를 활용해 직스의 부족한 생존력을 파고들어 솔로 킬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여줬다. 덕담의 현 메타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하다고 볼 수 있는 부분. 외에도 징크스, 카이사, 미스 포춘 등 다양한 챔피언을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루시안-유미 조합을 통해 직스-레오나를 압살했던 덕담과 켈린 (출처 : LCK)
# 긍정적인 의미의 '바덕대전'이 기대된다.
덕분에 롤드컵에서 다시 '바덕대전'이 성사될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도 팬들 사이에서 솟아오르고 있다.
'바덕대전'은 2020년 서머 당시 한화생명e스포츠의 원거리 딜러를 맡았던 '바이퍼' 박도현과 덕담을 두고 나온 롤 e스포츠 팬들의 신조어다. 당시 바이퍼와 덕담이 속했던 한화와 팀 다이나믹스는 하위권을 전전하고 있었고, 두 선수의 폼도 아쉬웠다.
바이퍼는 한화 입단 당시 받았던 큰 기대에 비해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리그 초반에는 반짝했지만, 무너지는 팀의 성적과 함께 폼이 떨어졌다. 덕담 역시 해외 리그 경험을 바탕으로 활약하는 모습이 예상됐지만, 기대치를 밑돌았다. 코르키의 특별 배송 폭탄 위에서 대미지를 넣다가 사망하는 장면으로 인해 많은 유저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린 적이 있을 정도로 크게 흔들렸다.
코르키의 특별 배송 폭탄으로 생성된 장판 위에서 대미지 딜링을 넣는 애쉬. 결국 사망했다 (출처 : LCK)
그러나 부정적인 용어로 사용되었던 바덕대전은 이제 긍정적인 의미의 용어로 바뀌어가고 있다. LPL로 이적한 바이퍼는 압도적인 지표와 함께 2021 LPL 서머 시즌 올 프로 퍼스트 원딜러로 선정되고, LCK에 남은 덕담 또한 눈부신 활약으로 서머 시즌 퍼스트 원딜러로 선정되었기 때문. 바덕대전의 어원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이에 환골탈태한 두 선수가 롤드컵에서 맞붙는 모습을 상상하는 팬들도 있다. LPL로 이적한 바이퍼 또한 과감한 플레이메이킹 능력과 한타에서 딜을 쏟아붇는 능력이 출충한 만큼, 두 선수가 맞붙으면 원거리 딜러의 활약에 따라 승패가 결정지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두 선수의 플레이스타일에 비슷한 부분이 있을지라도, 바이퍼의 공격성이 더욱 높기 때문에 덕담이 어떻게 대처할지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LPL과 LCK에서 나란히 '최고 원딜러'로 선정된 두 선수 (출처 : LPL, LCK 플리커)
아직 포스트 시즌은 한창 진행 중이며, 롤드컵 진출 팀도 확정되지 않았다. 농심과 덕담이 어떤 결과를 맞이할지도 속단하기 힘들다. 분명 그렇다 하더라도, 2021년 변화한 덕담의 모습을 보면 세체원 후보 중 하나로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모습이 자꾸만 떠오른다.
과연 롤드컵에서 바이퍼와 덕담의 대결을 볼 수 있을지, 부진을 씻어내고 롤드컵 우승까지 오른 고스트의 모습을 덕담이 보여줄 수 있을지 e스포츠 팬들의 귀추가 주목된다.
3줄 요약
1. 1년 전으로 돌아가
2. 바이퍼와 덕담이 각자 LPL과 LCK 퍼스트 원딜러로 우뚝 설 예정이라고 했다면
3. 믿는 사람이 있었을까요? 가슴이 웅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