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케스파컵 결승전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케스파컵은 스토브리그를 마무리한 뒤 펼쳐지는 대회로, 새롭게 개편된 로스터를 시험함은 물론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의 장이다. 특히 이번 대회에는 중국에서 복귀한 '칸' 김동하와 '피넛' 한왕호 등 스타 선수들은 물론 '베이' 박준범 등 신인 선수들도 다수 데뷔해 많은 팬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번 결승전은 2020 롤드컵 우승팀 담원과 새롭게 로스터를 개편한 농심의 경기가 예정되어 있다. 담원은 롤드컵 디펜딩 챔피언다운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농심은 특유의 끈끈한 한타력을 바탕으로 결승 무대에 섰다. 과연 2020년 마지막 대회를 마무리하고 우승컵을 차지할 팀은 누구일까. 결승전을 앞두고 경기의 전반적인 흐름을 예측해봤다. /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필자, 편집 =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로고 출처: 한국e스포츠협회)
# 탑: 무난한 라인전 예상되지만... 방심은 금물
담원은 핵심 선수였던 탑 라이너 '너구리' 장하권의 빈자리를 '칸' 김동하로 채웠음에도 이렇다 할 흔들림 없이 결승에 진출했다. 너구리의 빈자리를 쉽게 체감하지 못할 만큼 담원과 칸의 경기력은 안정적이었다. 반면 농심은 2019년부터 탑 라인을 책임진 '리치' 이재원이 이번 대회에서도 굳건히 자리를 지켰다.
지표상으로 가장 눈에 띄는 건 KDA다.
칸이 기록한 KDA(8.1)에 비해 리치의 KDA는 2.6으로 상당히 낮은 편이다. 이에 더해 분당 골드와 대미지 등 다른 지표 역시 칸 쪽으로 웃어주고 있다. 다만 리치가 KT와의 4강전 내내 집요한 탑 공략에 시달렸으며, 그럼에도 한타에서는 충분히 제 몫을 해냈음을 감안하면 크게 신경 쓰이는 지표는 아니다. 두 선수 모두 라인전보다 한타에 집중하는 스타일인 만큼, 탑에서는 무난한 라인전 구도가 예상된다.
다만, 칸이 꺼낼 수 있는 공격적인 챔피언들은 탑 라인전의 변수가 될 수 있다.
칸은 한화와의 경기에서 아칼리와 제이스 등 리스크를 동반한 챔피언을 통해 좋은 경기를 선보였다. 특히 아칼리를 고른 경기에서는 '모건' 박기태의 아트록스를 솔로킬 내는 등 탑을 완전히 박살 내며 경기를 주도했다. 또한, 제이스로는 분당 776의 대미지를 뿜어내며 팀의 승리를 이끈 바 있다.
반면 리치는 자신을 상징하는 아트록스로 전승 가도를 달리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 리브 샌드박스, KT 등 만만찮은 팀을 상대로 거둔 전승인 만큼, 결승전에서도 자신 있게 꺼내 들 가능성이 높다. 오른, 그라가스 등 케스파컵 내내 사랑받는 챔피언들에 더해 두 선수가 어떤 깜짝 카드를 꺼내냐에 따라 라인전 구도 역시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무난한 라인전이 예상되지만, 어떤 카드가 등장하냐에 따라 구도가 바뀔 수 있다 (출처: 한국e스포츠협회)
# 정글: '변함없는 세체정' 캐니언과 '역시 넛신!' 피넛의 대결
담원의 '캐니언' 김건부, 농심의 '피넛' 한왕호가 맞붙을 정글은 이번 결승전 승패를 결정지을 격전지로 꼽힌다. 캐니언은 2020 롤드컵 결승 MVP를 수상한 명실상부 담원의 에이스이며, 피넛은 팀의 오더를 맡아 농심의 끈끈한 중후반 한타를 주도하고 있다. 담원과 농심의 중심에 위치한 두 선수가 격돌하는 만큼, 그 어느 라인보다도 치열한 싸움이 펼쳐질 전망이다.
지표를 살펴봐도 두 선수는 케스파컵에 참가한 정글러 중 최상위권에 해당한다.
물론 상대적으로 캐니언의 수치가 '압도적'이긴 하지만, 피넛 역시 이에 크게 뒤지지 않는 지표를 드러내고 있다. 다만, 분당 대미지와 15분까지의 골드 차이에서는 캐니언이 확실한 강세를 보인다. 피넛이 캐니언의 적극적인 카운터 정글링을 어떻게 받아내느냐가 관건이다.
두 선수의 챔피언 폭에도 눈길이 간다.
캐니언과 피넛은 그레이브즈와 올라프 등 물리 대미지를 뿜어낼 수 있는 정글러를 선호하는 편이다. 실제로 두 선수가 이번 대회에서 가장 많이 활용한 챔피언은 그레이브즈(3회)와 올라프(캐니언 3회, 피넛 2회)였다. 심지어 그레이브즈의 경우, 두 선수 모두 승률 100%를 기록 중이다. 다만, 캐니언의 그레이브즈는 지표는 물론 압도적인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는 만큼 농심의 확실한 대비책이 필요해 보인다.
물론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AP 정글러 탈리야 등 전혀 다른 카드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상대적으로 그레이브즈, 올라프 활용도가 높았던 캐니언과 달리 피넛은 에코, 킨드레드, 헤카림, 니달리 등 다양한 챔피언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깜짝 카드를 기대해볼 수 있는 부분이다.
절정에 올라있는 캐니언과 맞붙을 피넛 (출처: 라이엇 게임즈, 농심 레드포스)
# 걸음마 뗀 베이, 쇼메이커라는 거대한 벽을 넘을 수 있을까
농심의 신인 미드 라이너, '베이' 박준영은 이번 결승전에서 '쇼메이커' 허수라는 거대한 벽을 만났다. 쉽지 않은 싸움이 펼쳐질 수밖에 없는 구도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쇼메이커가 신드라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쇼메이커는 리브 샌드박스를 상대로 미드 루시안을 사용한 걸 제외하면 모든 경기에서 신드라를 활용했다. 강한 라인전을 통해 캐니언 특유의 공격적인 정글링에 날개를 달아주기 위함이다.
반면 베이는 오리아나와 사일러스 등 비교적 한타에 무게를 둔 챔피언들을 플레이하고 있다. 최대한 라인전을 무난히 넘긴 뒤, 농심이 자랑하는 중후반 한타로 팀에 기여하겠다는 취지다. 실제로 베이는 아프리카와의 경기에서 오리아나의 충격파를 4명에게 적중시키는 플레이를 통해 게임을 매조 지은 바 있다.
두 선수가 처음 맞붙었던 케스파컵 조별 예선은 쇼메이커의 압승으로 끝났다.
당시 베이의 트위스티드 페이트는 쇼메이커의 신드라에 완벽히 봉쇄됐다. 라인전은 어떻게든 넘길 수 있었지만, 로밍을 통해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은 신인 베이를 짓눌렀다. 베이가 로밍을 갈 때마다 오히려 농심이 손해를 보는 그림도 자주 나왔다.
결승전에서는 다른 모습이 나와야 한다. 쇼메이커의 라인전은 프로 씬에서도 정평이 나 있다. 따라서 베이는 쇼메이커와 정면으로 맞붙는 대신, 한타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오리아나를 활용하거나 갈리오, 트위스티드 페이트 같은 챔피언으로 로밍 단계에서 성과를 거둘 필요가 있다.
갓 프로 씬에 데뷔한 베이에 쇼메이커는 분명 거대한 벽이다. 따라서 이번 결승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신인의 패기가 절실히 필요하다.
쇼메이커라는 거대한 산을 마주한 농심의 신인 미드라이너 베이 (출처: 라이엇 게임즈, 한국e스포츠협회)
# 눈을 뜬 덕담과 여전한 안정감 뽐내는 고스트
농심의 원거리 딜러 '덕담' 서대길은 이번 대회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선수 중 하나다. 부진한 경기력으로 우려를 샀던 2020시즌과 달리 케스파컵에서 달라진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농심이 거는 기대도 크다.
이는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덕담은 케스파컵에 참가한 원거리 딜러 중 분당 골드 지표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후반 캐리를 위해 원거리 딜러에 빈 라인을 몰아주는 농심의 플레이 스타일이 수치로도 나타난 것이다. 실제로 덕담이 플레이한 챔피언은 카이사, 아펠리오스, 사미라 등 대표적인 하드 캐리형 원거리 딜러였다.
반면 '고스트' 장용준은 케스파컵에서도 진, 미스 포츈 등 안정감 있는 원거리 딜러로 묵묵히 담원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특히 한화와의 경기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단식 세나를 활용해 변수를 만들기도 했다.
이미 알려진 내용이지만, 고스트는 적은 투자에도 확실히 제 역할을 하는 선수다. 지표를 살펴봐도 고스트는 분당 골드 지표에서 하위권을 맴돌고 있지만, 분당 대미지에서는 덕담에 크게 뒤지지 않는 숫자를 나타내고 있다. 또한, 고스트 역시 하드 캐리 원거리 딜러를 잘 다루는 선수다. 그는 농심과의 조별 예선 경기에서 사미라로 화려한 컨트롤을 뽐내며 팀의 승리를 이끈 바 있다.
따라서 이번 결승전, 바텀 싸움은 밴픽에 따라 크게 갈릴 가능성이 높다. 지표만 놓고 보면 덕담과 고스트는 다소 상반된 카드를 플레이해왔다. 하지만 밴픽에 따라 두 선수 모두 하드 캐리형 챔피언을 손에 쥐고 경기에 임할 수도 있다. 구도에 따라 완전히 다른 양상이 펼쳐질 수 있는 셈이다.
원거리 딜러 맞대결은 구도에 따라 완전히 다른 양상이 펼쳐질 수도 있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한국e스포츠협회)
# 로밍의 베릴, 이니시에이팅의 켈린
농심과 담원의 서포터는 확연히 다른 플레이 스타일을 갖고 있다.
먼저 담원의 '베릴' 조건희는 적극적인 로밍을 통해 스노우볼을 굴리는 걸 즐긴다. 따라서 담원의 경기를 살펴보면 고스트는 홀로 라인에서 버티고 베릴이 맵 곳곳을 돌아다니며 변수를 창출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반면, 농심의 '켈린' 김형규는 이니시에이팅과 아군 원거리 딜러 보좌에 능하다. 말 그대로 클래식 서포터에 가까운 선수다.
지표상으로도 평균 킬에서는 베릴이 앞서지만, 시야 점수 부분에서는 켈린이 약소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두 선수의 챔피언 차이도 눈에 띈다. 베릴은 최근 <리그 오브 레전드> 판을 주름잡고 있는 마오카이를 자주 선택했지만, 켈린은 레오나와 라칸 등 아군을 보좌하고 싸움을 열 수 있는 챔피언을 플레이하고 있다.
따라서 서포터 포지션의 관건은 켈린이 베릴의 로밍을 어떻게 견제하고 억제하느냐다. 만약 농심이 베릴이 그리는 큰 그림을 봉쇄하고, 그들이 자랑하는 중후반 한타로 경기를 끌고 갈 수 있다면 켈린의 이니시에이팅과 아군 보좌 능력도 적극적으로 발휘될 수 있다.
베릴의 큰 그림을 막지 못하면, 경기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한국e스포츠협회)
# 담원의 우세 점쳐지지만, 농심의 저력도 무시할 수 없다
케스파컵은 유독 이변이 많았던 대회다. <리그 오브 레전드>가 처음 채택된 2015 케스파컵에서는 아마추어 팀 ESC 에버가 SKT T1, CJ 등 강팀들을 격파하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으며, 이듬해에는 롤챔스 하위권 팀 콩두 몬스터가 KT와 ESC 에버를 꺾고 준우승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지난해 케스파컵 역시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아프리카가 정상에 오르는 이변을 연출했다.
이는 케스파컵 개최 시기와도 연결되어 있다.
케스파컵은 스토브리그가 마무리된 뒤 펼쳐지는 대회다. 그만큼, 선수단이 많이 바뀐 팀일수록 호흡 측면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번 결승전은 너구리를 제외한 주전 라인업을 고스란히 유지한 담원의 우세가 점쳐진다. 농심은 리치와 덕담을 제외한 선수단 전원이 교체된 만큼, 담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호흡이 안 맞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심에겐 끈끈함이 있다. 특히 농심은 예선과 8강, 4강에서 환상적인 한타를 선보이며 모두의 예상을 깨고 결승에 진출했다. 게다가 케스파컵은 그간 수많은 이변이 속출한 대회다. 상대적 열세로 평가되는 농심이 롤드컵 디펜딩 챔피언 담원을 꺾지 말라는 법은 없다.
과연 2021년을 맞아 첫 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릴 팀은 누가될까. 결승전은 1월 2일 오후 5시에 시작된다.
3줄 요약
01. 라인전에서 터지지 않으면
02. 의외로 농심이
03. 킹만할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