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 맘때쯤이면 팬들은 롤드컵에 참가한 팀에 대한 이야기꽃을 피우곤 하죠. 하지만 오늘 소개할 주인공은 롤드컵과는 다소 '거리가 먼' 선수들입니다. 바로 올해 처음으로 LCK에 승격한 팀 다이나믹스(이하 다이나믹스)의 바텀을 책임진 '덕담' 서대길과 '구거' 김도엽입니다.
두 선수에겐 한 가지 흥미로운 부분이 있습니다. 덕담은 2019년 다이나믹스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지만, 이내 칠레 프로리그에서 임대 생활을 보낸 뒤 다시 친정으로 돌아와 팀의 승격을 이끌었습니다. 반면 구거는 승강전만 무려 6번이나 경험한 베테랑으로 꼽히죠. 비록 다이나믹스가 롤드컵에 진출하진 못했지만, 한 번쯤 이 '독특한' 바텀 듀오와 이야기를 나눠봐야겠다고 결심한 이유입니다.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LCK 무대를 밟은 새파란 신입 원딜러 '덕담', 어느덧 베테랑 선수가 된 서포터 '구거'와 함께 다이나믹스 그리고 LCK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 "인터뷰 내용이 긴 관계로 10월 9일(금요일), 10월 12일(월요일)에 나누어 연재됩니다"
# "T1과의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디스이즈게임: 얼마 전까지 휴가를 다녀온 것으로 알고 있어요. 잘 쉬었는지 궁금합니다.
구거: 서울에 있는 지인들을 만나기도 하고, 요즘 유행하는 <어몽 어스>도 플레이하면서 시간을 보냈어요. 원래는 쉴 때도 솔로랭크를 많이 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완전히 손 놓고 편하게 쉬어보자는 마음으로 휴식을 취했습니다.
덕담: 집에서 친구들 만나고 다른 게임도 하면서 놀았어요. 친구들이 저보고 왜 이렇게 못하냐고 자기가 대신 경기 나가도 되겠다고 핀잔을 주더라고요. (웃음)
코로나로 인해 '언택트'라는 독특한 형태로 리그를 경험하셨는데 어떻게 느끼셨나요?
구거: 아무래도 관객분들이 계셔야 열기도 달아오르고, 그만큼 선수들도 재미있게 경기에 임할 수 있거든요. 이기면 팬 미팅에서 이야기도 나눌 수 있고요. 그런 걸 할 수 없어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덕담: LCK 자체가 처음이라... 언택트 리그도 굉장히 낯선 경험이었어요.
덕담 선수는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LCK를 경험했고, 구거 선수는 정말 오래간만에 LCK를 만끽했습니다. 딱 한 단어로 올 시즌에 대한 소회를 표현한다면 어떨까요?
구거: '아쉬움'으로 표현하고 싶습니다. 이길 수 있는 게임이나, 반드시 잡아야 할 경기를 내준 경우가 너무 많았어요. 그런 것들만 다 잡았어도 중위권이나 플레이오프까지 갈 수 있었을 텐데 말이에요.
올 시즌 다이나믹스는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도 한 끗 차이로 승리를 챙기지 못한 경우가 잦았습니다. 이 경우, 팀 차원에서 멘탈 관리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어땠나요?
구거: 선수들이 대체적으로 밝은 편이에요. 물론 정글에 사는 친구...는 힘들어하긴 하지만요. (웃음) 대부분은 지는 것에 연연하지 않고 밝은 분위기로 시즌을 치른 것 같아요.
시간을 돌려 승강전으로 돌아가 보죠. 당시 너무나도 해맑았던 덕담 선수와 만감이 교차한 듯한 '쿠잔', '비욘드', '구거' 선수의 대조적인 표정이 아직도 생생한데요.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어떤 부분이 가장 많이 바뀌었나요?
구거: 저에 대한 이미지가 워낙에 안 좋아서 그런 걸 좀 바꿔보고 싶었어요. '구거 진짜 못해'라는 반응을 '그래도 뭐 나쁘지 않네' 선까지라도 끌어올리는 게 개인적인 목표였습니다. 조금만 더 잘했으면 그걸 이룰 수 있었는데... 이번 시즌에도 많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덕담: 챌린저스 코리아에서 뛰던 시절에 비해 챔피언 폭에 있어서 조금 성장했다고 생각해요. 기존에 잘 쓰지 않았던 챔피언을 평균 수준까지는 다룰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만감이 교차했던 승강전 (출처: 라이엇 게임즈)
다이나믹스는 생각보다 '빨리' LCK 첫 승을 신고했어요. 당시 상대가 스프링 시즌 플옵에 진출한 KT였음에도 승리를 거뒀는데, 심지어 덕담 선수는 LCK 데뷔전에서 '야스오'를 픽했습니다. 준비된 픽이었나요?
덕담: 경기장에서 손 풀고 있는데 감독님께서 야스오 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실제로 야스오를 플레이하게 됐죠. (웃음)
구거: 시즌 전 스크림이나 연습 과정에서 세나를 포함한 여러 가지 바텀 조합을 시도했었거든요. 야스오도 그중 하나였고요. 개인적으로는 꽤 괜찮은 카드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안 하게 됐어요. 그러다가 밴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야스오가 필요한 순간이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실제로 KT 전에서 그런 상황이 나와서 대길이한테 야스오 할 수 있겠냐고 물어보고 픽하게 됐죠.
덕담: 할 수 없었어도 했어야 했... (웃음)
그렇다면 올 시즌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무엇인가요?
덕담: 아무래도 T1과의 경기가 제일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구거: 이긴 경기 중에서는 T1전을 꼽고 싶고, 그 외에는 아프리카와의 경기에서 패한 것도 기억에 남네요.
사실 다이나믹스와 T1의 경기는 단순한 업셋을 넘어 'T1 파훼법'을 찾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임팩트 있는 경기로 꼽히는데요. 어떤 식으로 밴픽을 준비하게 된 건지 궁금합니다.
구거: 감독님과도 이야기를 많이 나눈 부분인데요. T1 선수들은 특정 챔피언을 잡으면 아주 특출난 기량을 선보이면서 게임을 주도적으로 만들어갑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페이커 선수의 트페, 아지르와 테디 선수의 칼리스타였어요. 그래서 일단 그 챔피언들을 잘라야 그나마 해볼 만하다고 판단해서 밴 했는데, 잘 먹혔던 것 같습니다.
덕담 선수는 그 경기에서 LCK 첫 번째 POG를 받기도 했잖아요. 당시 경기 막판 바론 둥지 위쪽으로 상대의 추격을 피해 도망갈 때는 좀 아찔했을 것 같기도 해요.
덕담: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어느 순간 제가 T1 선수들한테 쫓기고 있더라고요. 위험하다 싶어서 팀원들에게 도와달라고 하고 도망치고 있는데, T1 선수 4명이 한꺼번에 달려들었어요. 그래서 한편으로는 잘하면 여기서 게임 끝낼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잘 맞아떨어진 것 같습니다.
다이나믹스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하지만 T1전 이후 다이나믹스는 조금은 '긴 연패'에 빠졌고, 특히 덕담 선수는 엄청난 비난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구거 선수는 주장으로써 덕담 선수에게 어떤 조언을 해줬나요?
구거: 대길이는 워낙 성격이 좋은 데다가 근심 걱정도 없는 친구에요. 사람들이 욕을 해도 웃어넘기는 스타일이죠. 그래서 특별히 조언해주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저도 뭐 나이만 많을 뿐이지 모든 선수와 편하게 친구처럼 지내고 있거든요. 덕담 선수가 알아서 잘 넘긴 것 같네요. (웃음)
보통 신인 선수가 그러한 상황에 놓일 경우 속절없이 무너지는 상황도 발생합니다. 그런데 덕담 선수는 오히려 시즌을 거듭할수록 급격히 폼이 좋아졌어요. 자신감도 넘쳐 보였고요. 한편으로는 '왜 이제야 올라오지'와 같은 아쉬움도 남았을 법한데요?
덕담: 뭔가... 여기서 더 져도 상관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 경기에 임한 것 같아요. 아무래도 연패가 길어지다 보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고 부담감도 덜해졌달까.
# 덕담 "담원과 붙어보면 확실히 '스피드'가 느껴진다"
LCK 팬들에겐 너무나도 익숙한 '스브스' 배지훈 감독과 첫 번째 LCK를 소화했습니다. 혹시 챌린저스 코리아 시절과 승격 이후, 감독님의 지도 방침에 변화가 있었나요?
구거: 감독님께서는 선수단을 강압적으로 리드하시기보다 항상 친한 형처럼 편하게 대해주세요. 그래서 딱히 지도 방침에 있어서는 큰 변화를 느끼지 못했던 것 같아요.
여담이지만, 감독님께서 그렇게 커피를 잘 타신다고 하는데... 드셔보셨나요?
덕담: 어... 드립 커피가 아니고 일반 캡슐 커피 머신을 잘 활용하십니다. (웃음)
배지훈 감독은 한때 바리스타를 꿈꾼 바 있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승강전을 치루기 직전과 시즌을 끝낸 지금, 서로에게서 가장 많이 달라진 점을 하나씩 꼽아본다면 무엇인가요?
덕담: 음... 뭐가 있을까요? 딱히 없는 것 같은데요. 특출나게 변했다고 할 만한 게 없어요. 한결같이 밝은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선수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남겠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롤드컵이 시작됐는데요.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구거: 플레이-인 스테이지는 몇 경기만 챙겨봤어요. 실질적인 롤드컵은 '그룹 스테이지'부터 아니겠습니까. (웃음)
덕담: 저는 담원 경기밖에 못 봤어요. (웃음) 징동전은 진짜 같은 선수가 봐도 너무 잘하더라고요.
올해 들어 LCK가 공격적인 스타일로 변했다는 이야기가 많아요. 특히 미드 시즌 컵을 기점으로 이런 흐름이 더 가중됐다는 의견도 적지 않죠. 챌린져스 코리아에서 지켜본 LCK와 직접 부딪혀본 LCK에는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덕담: 사실 처음 LCK에 승격했을 때는 아펠리오스-이즈리얼 구도가 많이 나온 시기라, 후반을 가는 경기도 꽤 많았어요. 그래서 딱히 '빠르다'는 생각은 안 들었어요. 반면 담원이랑 붙을 때는 확실히 느꼈어요. 경기하면서도 '왜 이렇게 빠르지?' 싶더라고요.
구거: 저는 메타에 대한 이해도랄까... 그런 부분들이 팀이나 리그별로 달라서 발생한 상황이라고 생각해요. LPL이라서 빠르고 LCK라서 느리다기보다 LPL에서도 특정 팀은 빠르고 느린 것처럼, LCK에서도 팀별로 속도가 다르거든요. 각 팀의 메타 이해도 차이가 그렇게 비춰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좋은 소식이 있었죠. 다이나믹스가 2021 LCK 프랜차이즈 우선 협상 대상에 포함되면서, 프랜차이즈 자격을 얻을 확률이 높아진 상황인데요. 선수로써 어떤 부분을 기대하고 있으신가요?
구거: 당장 크게 체감되는 부분은 없지만, 조만간 더 좋은 숙소와 연습실로 옮긴다고 해서 굉장히 큰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덕담: 프랜차이즈가 시행되면 2부 리그가 바뀐다고 들었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돌아갈지 관심 갖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농심에서는 어떤 부분을 지원해주고 있는지도 궁금하네요.
구거: 컵라면이나 음료수 등 기본적인 부분에서 많은 지원을 해주고 계세요. 원하는 메뉴가 있으면 제공해주시기도 하고... 덕분에 정말 잘 먹고 있습니다. (웃음)
다이나믹스와 손잡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농심 (출처: 다이나믹스 SNS)
- 10월 12일(월요일), 칠레로 임대를 떠난 덕담과 조금 더 선수생활을 이어가고픈 구거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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