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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돌아가신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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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 아버지가 해주신 말이다.

"우리 어머니가 돌아가신 날, 그날 어머니는 아침을 만드려고 간장 항아리 뚜껑을 열었다. 그순간, 떨어뜨리지도 않았는데 장독 뚜껑이 깨졌다. 그걸 보고 어머니는 10분정도 멍을 때리시다 퍼뜩 정신을 차리시곤,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 난 당황하여 어머니를 다독였다. 그러자, 어머니는 돌연 울음을 멈추시곤 시장에 갔다오셨다. 장바구니에는 삼겹살과 운동화 한 켤레가 들어있었다. 그 당시 우리 가족은 형편이 어려워 가끔 늙은 닭을 얻어와 백숙을 끓여 먹던게 전부였기에, 삼겹살을 보곤 몹시도 좋아했다. 그 후, 어머니는 수육을 삶으셨다. 겉절이도 만들어 먹이셨다. 흐뭇하게 쳐다만 보시길래 왜 안먹냐 물어봤다. 배가 부르다고 하셨다. 어머니는 자리에서 일어나셔 가마솥에 물을 끓이시고, 몸을 씼으셨다. 옷을 갈아입으시곤 졸리시다 하셨다. 안방 문을 닫곤 종이 팔락거리는 소리가 들린후 어머니는 더는 눈을 뜨지 않으셨다."

할머니는 유서를 남기셨었다. 내용은 이렇다.

"아들아 엄마다. 엄마가 먼 여행을 다녀오려한다. 때가 되면 알게 될거다. 엄마는 너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한 적이 없었다. 미안하다. 너를 강하게 키우려 그랬던거다. 절대 너를 싫어한게 아니다. 운동화를 가지고 싶다길래 가장 비싼걸로 하나 사왔다. 오늘이 생각해 보니까 어린이날이더라. 지금까지 아무것도 못줘서 미안하다. 사랑한다. 아들아."

아버지는 이 말을 한뒤 말없이 담배를 피러 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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