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오브레전드리그오브레전드

온라인 462

야스오에 대한 간단한 고찰

조회수 976댓글 2추천 0

0. 들어가기 전에 본 글은 골딱 서포터 유저가 작성한 글입니다. 티어의 한계로 인해 안목이 좁을 수 있으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1. 왜 야스오인가?

기본스킨에서도 묻어나오는 간지, 스타일리쉬한 플레이, q와 궁극기의 독특한 손맛 등 다양한 이유로 많은 유저들이 야스오를 사랑하고 있다.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또한 많은 유저들이 야스오 공포증을 앓고 있으며 픽창에서 야스오를 보기만 하더라도 욕설을 하거나 심지어 팀원의 야스오를 밴을 때려버리는 경우도 있을 지경이다. 그렇다면 왜, 롤에서 야스오만이 이렇게 극과 극이 갈리는 호불호 챔프의 대명사가 되었나 분석을 해 보도록 하자.

2. 주요 유저층의 비매너 행위들

주말 오후 시간대에서 랭크 게임 도중 야스오를 하겠다고 올려두는 팀원이 있다면, 어렵지 않게 피씨방에서 소음을 일으키며 주변에 피해를 주는 손등에 살찐 12살 즈음의 꼬맹이가 우리 팀이 아닐까 추측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모든 '급식'들이 개념이 없고 남에게 피해만 준다는 뜻은 아니다. 필자도 그러한 시기를 거쳐 성인이 되고 군대를 다녀왔으니 개구리 올챙이 적 모르듯이 마구잡이로 학생 유저층을 비방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승리과 티어 상승이 지상과제인 랭크 게임에서, 비매너 트롤링과 (나이로 인한 숙련도 차이 때문에) 똥싸개 머신의 경계를 왔다갔다하는 유저가 같은 팀원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꺼림직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러한 저연령대 유저군의 대표적인 픽이 바로 야스오인 것이다.

야스오의 챔피언 디자인이 간지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외관이 멋있는 것에 끌릴 수 밖에 없는 어린 나이의 학생 유저들이 야스오에 열광하고 야스오를 자주 플레이하는 것에 뭐라고 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야스오라고 라인전 지는 게 당연하고, 귀신같은 5데스 후 한 쪽 라인의 cs를 축내다가 뒤늦게 나온 코어템으로 한타에서 뭔가를 이루어낸 뒤 팀원에게 '우리 팀 뭐함?' 같은 채팅을 던진다면 그건 잘못된 거다. 야스오가 박살낸 판을 야스오가 성장할 때까지 팀원들이 붙들고 버텨준 상황에 팀원을 탓하는 언행은 사기를 저하시키는 행동밖에 되지 않는다.

3. 기묘한 스킬세팅

야스오의 스킬세팅을 살펴보고 있노라면 챔피언 디자이너가 OP 스킬을 만들어놓고 중간에 깎아버린 흔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Q스킬 '강철폭풍'은 짧은 쿨타임에 딜계수도 높은 편이다. W스킬 '바람 장막'은 출시 당시 투사체를 막는다는 매커니즘이 최초로 적용되어 'W선마 야스오' 같은 끔찍한 혼종이 회자되기도 했다. E스킬 '질풍검'은 '강철 폭풍'보다 더욱 짧은 쿨타임에 이동까지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궁극기 '최후의 숨결'은 공중에 뜬 적을 1초간 더 붙들고 있으면서 딜링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이러한 사기적인 스킬들에 하나씩 족쇄가 채워져있다. Q스킬은 짧은 사거리와 2스택 이후에나 가능한 에어본, W스킬은 끔찍할 정도의 쿨타임과 딜링 스킬 하나를 잡아먹는다는 점, E 스킬은 목표대상에 대한 개별 쿨타임, 궁극기는 에어본이 없으면 아예 발동이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스킬세팅 간 연관성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라서 Q에 붙은 에어본을 이용하여 궁극기를 발동할 수도 있고, EQ로 질풍검에 에어본을 쓸 수도 있다. 문제는 야스오 개인으로는 너무나도 스킬을 활용하기가 어려운 조건이다. 대치가 길어지지 않는다면, 야스오는 상대가 진입하는 동안 Q 3스택이 쌓이는 걸 기도할 수 밖에 없다. 팀원의 에어본 스킬이 없다면 궁극기는 그냥 없는 스킬이다.

4. 스킬 활용의 난이도와 너무 먼 전진거리

이렇듯 스킬 하나 하나에 제약이 붙어있고 뭔가 디자인하다 만 듯한, 또는 디자인하다가 수정한 듯한 스킬세팅을 가지고 야스오는 게임을 풀어나가야 한다. 당연히 높은 유저의 롤 이해도와 높은 챔피언 숙련도를 요구하게 된다. 바루스 같은 투사체형 궁극기를 장막으로 칼같이 막고, 진입하는 적을 질풍검으로 농락하며 헤집다가 귀신같은 에어본 적중과 함께 궁극기를 써준다면? 당신은 야스오 장인이라도 불려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바람장막의 반응속도가 늦고, 질풍검으로 진입하다가 스턴기 한 방에 쓰러진다면? 당신은 야스오충에 불과하다.

칼날폭풍-최후의 숨결 콤보에 대해서도 따로 언급을 하고 싶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상대 팀 딜량을 맞아가면서 버틸 수 있는 탱커 성향의 챔프를 선호하고, 실제로도 이번 시즌 랭겜에서만 알리스타 200판, 노틸러스와 브라움 각각 70판, 타릭 40판을 플레이했다. 그러고도 겨우 골드5라고 하면 할 말이 없겠으나, 브실골에서 쌓은 전투수련의 경험으로 파악한 것이 있다. 우리 팀 정글/서폿이 cc기나 돌진기를 이용해 이니시에이팅을 할 때, 팀원이 호응 가능한 거리는 생각보다 매우 짧다. 정확히는 알리스타 wq 사정거리나 말파이트의 궁극기 사정거리 정도. 옛날 MIG Frost 시절 로코도코가 클템에게 했던 "이니시는 팀원 위치 보고 들어가는거야"라는 말은 생각보다 매우 어려운 주문이었다.

문제는 팀원이 호응 가능한 최대 거리까지 '물몸 근접 딜러' 야스오가 진입한다는 점이다. 대치 상황 중 야스오가 Q 에어본을 적 2~3명에게 맞추고, 팀원과의 사전조율이나 진입핑 하나 없이 궁극기로 날라간 뒤, 얻어터져서 전광판으로 날아가서는 "우리 팀 호응 수준;" 이라는 채팅을 치기 딱 좋은 상황이다.

5. 괴랄한 성장곡선과 파일럿의 기량에 좌우되는 성능

모든 챔피언이 cs와 경험치를 획득하여 레벨이 오르고 아이템을 사게 되면 성능이 좋아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필자는 시간에 따른 챔피언의 성능 관계를 '성장곡선'이라는 표현을 붙이길 좋아한다. 그런데 치명타 아이템을 모아가는 야스오의 성장곡선은 가히 기하급수적이다. 초반에는 cc기가 있는 브루저에게 꼼짝도 못하던 야스오가 시간이 지날 수록 치명타와 체력회복량을 앞세워 브루저를 오히려 가볍게 찍어누르는 그림까지 나오게 된다. 근접 챔피언이지만 성장 곡선은 차라리 원거리 딜러에 가까운 편이라고 봐야 하나 싶기도 한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고 하면서 라인전에서 몇 번이나 데스를 내줘도 코어템만 나오면 어느새 1인분이 가능해진다. 흥하면 캐리, 망해도 복구가 가능한 챔피언이 롤에서 과연 몇 개나 될까? 그렇다면 야스오는 좋은 챔피언이 아니냐, 하시는 분들은 한 가지 잊어먹은 것이 있다. 바로 파일럿의 기량이다.

야스오 숙련도가 뛰어난 유저는 초반에도 빵꾸난 스킬세팅의 챔피언을 잡고 라인전을 박살낸다. 우수한 성장으로 코어템을 빨리 뽑으니 중후반에는 그야말로 코 파면서 한 손으로 싸워도 제 성능을 낸다. 그런데 파일럿 기량이 어디 가는 건 아니라서 안 그래도 강력한데 유저 컨트롤에 따라 정말로 야스오는 사방팔방을 날아다니며 괴물같은 슈퍼플레이를 성공시킨다. 반면 야스오 숙련도가 미천한 유저는 초반부터 부족한 성능으로 인해 데스를 밥 먹듯이 해댄다. 어찌어찌 팀원이 벌어준 시간 동안 골드를 수급해 코어템을 뽑더라도 부족한 컨트롤은 여전히 발목을 잡는다. 존잘러는 시작부터 캐리가 가능하고, 똥싸개는 넥서스가 터질 때까지 똥싸개란 소리다. 괜히 우스갯소리로 야스오는 '다이아부터 해금되서 쓸 수 있게 해야한다'는 소리가 나오는 게 아니다.

7. 탱커의 부재와 팀 단위 케어를 요구

롤에서의 라인과는 별개로, 각 챔피언이 맡을 수 있는 역할이 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탱커/AP딜러/AD딜러/유틸리티 의 4분류로 나눈다. 예를 들어 알리스타의 경우, 팀의 탱커이면서 cc기와 시야석을 활용해 유틸리티 역할을 맡을 수 있다. EU 메타가 정착되면서 각 라인에 상식적으로 기대하는 역할도 정해지기 시작했다.

탑 라인이라고 해서 무조건 탱킹이 되는 챔피언만 가야 된다는 것은 아니다. 케넨이나 라이즈 같은 AP 딜러를 보낼 수도 있고, 뚜벅이 탱커들을 겨냥해 퀸이나 티모 같은 챔피언을 전략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쨌든 탑에 야스오를 보내게 될 경우 상대방의 딜량을 받아줄 탱커 역할을 기대할 팀원이 1명 빠지는 셈이다. 아니면 그 딜량만큼 야스오가 목숨으로 갚거나.

코어템 의존도가 매우 높고 성장까지 시간이 걸리는 야스오는 팀 단위의 케어가 필요한 챔피언이다. 성장곡선이 멈추지 않도록 지속적인 갱킹, 역갱, 사이드라인 cs 몰아주기 등의 관리가 필요하고 챔피언 픽에서도 속박이나 기절보다는 에어본이 있는 챔피언들이 더 시너지가 좋다. 이러한 팀 단위의 케어가 필요한 챔피언을 팀원과의 사전 조율도 없이 꺼내는 것은 팀에게 민폐를 끼치는 행위나 다름없다. '내가 야스오를 하고 싶으니 너네는 탱커와 에어본과 탑갱을 준비해라'라는 주문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비슷한 챔피언으로 베인을 꼽을 수 있겠다. 야스오와 비슷하게 베인 역시 팀 단위 케어를 요구하고,성장에 긴 시간을 필요로 하지만 조건이 갖춰졌을 때의 캐리력은 뛰어나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래도 베인은 주요 라인이 바텀이라서 그나마 나은 편이다. 일반적으로 바텀에게 기대하는 역할은 딜러이지, 우르곳 원딜같은 탱커는 아니니까. 탑 베인을 고르셨다고? 당신의 팀원에게 위로라도 해 주고 싶다.

7. 하고 싶은 말들

필자도 오랜 시간동안 실버에 갇혀 있으면서 야스오 유저들에게 많은 고통을 받았다. 한동안 베인과 함께 야스오는 필자의 고정 밴카드였으며 (베인은 지금도 고정밴카드다) 심지어 팀원이 야스오를 가픽을 올려둔 상태에서 팀밴을 때리는 정신병적인 행동을 하기도 했다. 요즘은 오히려 해탈해버려서 팀원의 야스오 가픽이 나오면 오히려 밴카드를 탑에 밀어주는 편이다.

그러니 야스오 유저들이여. 본인들의 야스오 KDA가 2.0을 넘지 않는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솔로랭크는 경험하는 자리가 아니라 증명하는 자리다. 본인이 잘 다룰 수 있는 챔피언을 사용해 실력으로 상대를 꺾고 팀원과 함께 승리를 얻는 게 솔랭이다. 그리고 다음 문장들은 그 동안 봐왔던 야스오 유저들에게 하고 싶었던 말들이다.

라인전에서 3데스 5데스를 갈기고도 복구해서 한타 캐리했으면 그 때까지 버텨준 팀원에게 감사해라.

바텀 라인 비워둔 건 아무도 안 막는 게 아니라 그거라도 먹고 성장하라는 팀원의 배려다.

야스오는 2데스때부터 앞이 막막해지지만 팀원은 픽창에서부터 가슴이 먹먹해했다.

죽음은 바람과 같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시는 분이 왜 본인 목숨이 파리 목숨이라는 건 모를까.

적 챔프가 야스오의 성장을 쉽게 방해하거나, 야스오의 진입을 쉽게 받아칠 수 있거나, 팀원이 에어본 스킬이 없거나, 본인 손가락이 야스오의 성능을 억제하고 있다면 하지 마라.

야스오의 성능을 구하는 공식은 다음과도 같다.

(코어템 상황) x (파일럿의 실력) / (상대의 cc기 갯수) 그러니까 cc기 안 빠졌는데 선진입해서 터지지 마라.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