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랬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아마 그땐, 그게 서로가 서로를 위한 일이라고 믿었던 것 같다.
돌아갈 수 없는 다리를 건넜고, 우리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걷기로 했다.
‘지구는 둥그니까… 계속 걷다 보면 언젠가 마주치게 될까.’ 그런 터무니없는 상상조차, 지금의 나에겐 이상하리만치 위안이 된다.
하지만 현실은 늘 무심했고, 시간은 우리가 남긴 가능성들을 하나씩 닳게 했다.
상처는 시간이 치료해주지만, 덮어둔 채 두면 결국 흉터가 되어 평생을 따라다닌다. 그리고 그 흉터를 볼 때마다, 넌 그 날들이 떠오르겠지.
우린 그만하기로 했으니까. 발걸음은 반대였고, 마음은 아직 한 곳에 머물러 있었다.
뒤돌아보니 보인다. 그곳에서 나오려 애쓰는 네가,
…괜찮은 거 맞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