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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수녀들 보고왔다(내용 많음/스포 많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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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스포가 들어있으니 영화를 아직 안 봤는데 보러갈 의향이 있으신 분들은 뒤로 가주세요.

[주의] 스포가 들어있으니 영화를 아직 안 봤는데 보러갈 의향이 있으신 분들은 뒤로 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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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스포가 들어있으니 영화를 아직 안 봤는데 보러갈 의향이 있으신 분들은 뒤로 가주세요.

일단 미안합니다. 오늘 영화를 보고 와서 어디다 썰을 풀고싶긴 한데, 제가 하는 커뮤니티가 여기밖에 없어서...또 친구들한테 이렇게 주구장창 떠들기는 좀 그래서 여기다 씁니다. 원래 롤 유저들은 다들 건강한 문화인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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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운이 가시기 전에 머릿속에 떠오르는 불만들을 몇 가지 정리해보겠음.

1. 수녀가 어떻게 구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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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수녀가 구마를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어색했음. '여자라서 할 수 없다' 이런 뜻이 아님. 천주교 신자거나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사제직과 수녀/수사직은 양성 과정도 다르고, 배우는 깊이도 다르고, 종교 안에서 수행하는 역할도 다름. 어떠한 의식, 제사를 주도하고 집전하는건 오로지 사제의 몫이고, 수녀는 그 영역 밖의 다양한 잡일을 함. 단순히 미사를 놓고 보면 그냥 제대 아래에 앉아있는 일반 신도들과 같은 신도임. 수녀라면 "주님, @@이 몸속에서 악마를 물리쳐주소서" 하고 손모아 기도는 할 수 있지만 작정하고 구마하는 의식과는 아예 다르지.

그나마 비유하자면 장교와 부사관 같은? 부사관이 아무리 짬이 높아도 장교들처럼 부대 지휘관이 될 수는 없는 것과 비슷함.

근데 아무리 상황이 어쩔수 없다 한들 수녀가 구마의식을 직접 거행한다? 뭔가를 제대로 알고 있긴 할까 싶은 생각이 드는거임. 아니나다를까 어설프고 막무가내였음. 1편의 사제들이 보여준 구마의식은 천주교 규율 안에서 정해진 순서에 맞게 진행된다는 느낌을 줬는데, 2편의 수녀들이 보여준 구마의식은 '어 옆에서 보니까 신부님이 대충 이렇게 하던데....왜 안 되지 이거?', '아 모르겠다 일단 성수 부어봐' 하는 느낌이었음.

작중에서도 주교가 "님 미쳤음? 수녀가 무슨 구마임???"하고 이악물고 반대하는데 이게 다 이유가 있는거였다....

2. 대체 무속신앙과 타로는 왜 넣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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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은 모든 의식을 오로지 천주교 안에서 준비하고, 거행함. 물론 굿하는 장면은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천주교 사제와 무당의 우호적인 관계' 정도로만 보이게 했고, 굿에 참여한 모든 여자들이 하혈을 하는 장면은 악마가 만만치 않은 놈이구나 싶게 만드는 좋은 설정이었음.

그런데 2편은 수녀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척 하다가 갑자기 무당이 튀어나옴. 잠깐 스쳐가는 설정인가 했더니 웬걸ㅋㅋㅋ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중간중간 끼어들어옴. 수녀라는 사람들이 "으앙 안 되겠어요 도와줘요 무당님" 하고, 최후의 구마 과정에서도 굿을 함. 물론 아주 이상한 설정은 아님. 현대 천주교 자체가 타 종교와 상생을 중요시 여기기도 하고 특히 우리나라 천주교는 더 그런편임. 그치만...그치만....

또 갑자기 타로카드가 튀어나옴. 수녀의 영적인 능력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였던 것 같은데 굳이 꼭 타로였어야 할까 싶은 생각이 듦. 그냥 '귀신이 보여서 천주교 신자가 되고 수녀가 됬다' 설정이면 충분할텐데, '나는 사실 무당 사주를 타고나서 타로점을 개잘함' 설정이 들어오니까 당혹스럽기 그지 없었음. 심지어 그렇게 위험하고 중요한 의식을 치르기 전에는 수녀 둘이 앉아서 타로카드로 점까지 쳐봄(혼자 뽑아보고 풀이한 것이긴 함).

감독은 천주교와 무속신앙의 크로스, 어벤져스 어셈블을 원했던 것 같음. 하지만 까보니까 저스티스 리그였던것. 왜ㅋㅋ 그럴거면 개신교, 불교, 원불교 다 함께 해보지ㅋㅋㅋ

3. 악마가 너무 ㅈ밥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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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도 뭐 당연히 쎄겠지. 그치만 1편에 나온 마르베스는 구마하러 온 이탈리아 사제들을 죽이고, 도망치기 위해 소녀를 투신시키고, 구마의식 중에는 피를 토해서 결계를 깨는 지능적인 모습도 보여줌. 또 6개월동안 10명이 넘는 보조 사제가 병에 걸려 도망쳤다는 설정+오늘 처음 온 강동원의 온 몸에 매독을 퍼트리는 모습, 심지어 구마에 성공해서 한강으로 가는 사이에 온갖 천재지변을 일으키면서 강동원을 죽이려는 모습에서 마지막까지 압도적인 힘을 가진 대악마임을 느낄 수 있었음.

근데 2편에 나온 뭐시기는 끽해야 소년의 엄마를 투신시키기? 성당 십자가 떨어트려서 위협하기? 구마의식 못하게 책장 무너트리기? 건물에 불지르기? ㅋㅋㅋㅋ 말돌리면서 질기게 버틴다 싶긴 했지만 12형상 치곤 너무 허무하게 구마 되어버림. 2시간 동안 끊임없이 겁을 주면서 대악마인척 소개를 하는데, 막상 까보면 되게 심심한 악마였음.

4. 제발 떡밥 회수는 철저히 해주세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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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에선 전여빈이 자신의 영적 능력과 관련해서 남들에게 말하지 못할 과거가 있다고 나옴. 그냥 가볍게 나온것도 아니고 러닝타임을 꽤나 잡아먹는 회상씬이 있음. 하지만 과거에 수녀원에 같이 살던 그 친구가 대체 누군지, 어떤 이유로 죽었는지, 그게 전여빈의 능력과 무슨 관계인지 뭐하나 제대로 알려주질 않음.

1편에서도 강동원의 과거와 얽힌 사건이 있긴 했지만 아주 가벼운 떡밥에, 곧바로 회수도 철저히 함. 그리고 오히려 그 과거로 인해 구마의식 씬이 더 다이나믹해졌었음. 2편은 상술했듯 전여빈의 영적 능력을 부각시키기 위한 장치일 뿐인데 지나치게 거창했다고 봄.

5. 그래서 이진욱은 왜 나온거죠?

속임수 

이 아저씨는 오징어게임도 그러시더니 검은 수녀들에서도 핵잠수함을 타심. 오징어게임이야 쟁쟁한 배우들이 많이 나오니 그렇다 쳐, 검은 수녀들에서는 이름값만 놓고 보면 송혜교 다음에 오실 분인데 대체 비중이 왜 이렇게 없는걸까? 수녀들의 구마의식에 반대하는 이성적이고 지성적인 의사겸 신부님 역할까진 좋았음. 근데 정말 눈에 안 띔. 얼굴을 주인공처럼 많이 비추는 것도 아니고, 극의 흐름에 영향을 주는 그 어떤 행동도 하지 않음.

또다시 예측해보자면 아마 '같은 신부라도 종교가 아닌 이성을 믿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걸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음. 실제로도 의사로서 활동하고 있는 신부님들도 계시니까 ㅇㅇ 근데 그게 이 영화 속에서 크게 드러나지 않음.

송혜교와 날카롭게 끝까지 대립하면서 제대로 된 방해를 하다가 끝에 가서 극적으로 협력하는 그런 역할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간호사가 환자를 빼돌려서 지방으로 튀는데 그걸 담당 주치의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는게 말이 안 됨. 영화 내내 "아 그건 좀 아닌것 같은데"만 연타하다가 진짜 악마가 있는걸 보고는 진심으로 개쫄아서 고분고분 말 잘듣는 신부님 역할이 다임. 이럴거면 이진욱 왜 썼냐 진짜ㅋㅋ

정리하면

시도는 좋았음. 카톨릭 교회 안에서 수녀의 본래 역할이 아닌 구마를 시도한다는 자체는 굉장히 참신했다고 생각함. 하지만 구마의식과 관련한 디테일한 설명이 너무 부족해서, 반대로 쓸데없는 설정과 설명은 너무 많아서 몰입이 힘들었음.

송혜교가 연기한건 미카엘라 수녀가 아니라 '담배피는 문동은'에 가까움ㅋㅋㅋㅋㅋㅋㅋ 악마한테 협박하고 위협하는데 그 모습이 더글로리의 'ㅈ됬어 연진아~' 씬이랑 겹쳐보임.

컨저링 같이 무섭무섭무섭무섭한 영화, 곡성처럼 찝찝찝찝찝찝한 영화를 기대하는 사람이라면 3000% 실망할 영화임. 원래 검은 사제들 자체가 그런 영화랑은 결이 다르지만, 2편은 1편 특유의 무거운 분위기, 엄숙한 분위기도 없음. 그냥 무섭지도 않고 몰입도 안 되고 이해도 구석구석 잘 안 되는 이상한 오컬트 영화임.

망작...은 아닌것 같음. 또 좋게 생각해보면 그정도로 혹평할 영화는 아닌것 같은데 그냥 아쉬우신거지~

그리고 이건 어디까지나 내 관점, 내 생각이라 다른 사람들은 재미있게 볼 수도 있음. 내가 지식이 부족해서 제대로 즐기지 못했을 수도 있으니 그냥 적당히 보고 넘겨주시면 감사하겠음.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또 ㄳㄳ

강동원

아 그리고 강동원은 어떻게 10년이 지났는데 검은사제들 때랑 똑같이 생겼냐ㅋㅋㅋㅋ 개잘생겼네 ㄹ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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