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못 가게 막는 거야?!"
야스오의 목소리가 학교에 울려퍼진다.
야스오의 외침에 그의 형 요네가 말했다.
"몇번이고 말했잖니 동생아, 너는 이 학교를 지켜야 한다고."
"내가 무얼 위해 수련해왔는데? 아이오니아를 위협하는 적들로부터 지키기 위해서야! 그런데..이제 와서 빠져있으란 거야?"
"야스오!"
요네의 일갈은 야스오에겐 아무 영향을 주지 못했다.
오히려, 불 붙은 불만에 기름이 되어 더욱 타오르게 만들 뿐이었다.
"내가 얼마나 강한 진 누구보다 형이 잘 알고있잖아! 지금도!"
야스오는 저 멀리 떨어진 요네의 검 한 자루를 가리키며 말했다.
"처음엔 나도 이해했어, 이 학교에 녹서스 군이 쳐들어오는 날엔 모든 게 끝장이라고 생각했지."
"..."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플레시디엄의 무희가 저들의 장군의 팔을 베어내고나선, 녹서스는 더 비인륜적인 무기들로 우릴 공격하고 있어!"
비록 전장에 참여하진 못한 야스오였지만, 최전방의 소식들은 알고 있었다.
그 중에선 자신의 분신과 다름없는 검과 사투를 벌인 전우들이 녹서스의 화학 병기에 속절없이 녹아내렸다는 소문도 들려왔다.
고작 소문 따위에 근거하지 않아도, 후방에 위치한 학교에서까지 그 불길한 초록빛 안개는 하늘 높이 피어오르는 것이 보이고 있었다.
"난 수마 원로의 제자야! 나라면 그것들을 쳐낼 수 있어, 수마 원로께 전수받은 바람의 검술로!"
"...그래, 너라면 그 연기들을 바람에 실어 날릴 수 있겠지."
"그래! 그러니까..."
요네의 동의에 야스오는 기쁜 듯 말을 이으려 했다.
"하지만 그 뿐이다."
"...뭐?"
"네 검술이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넓디 넓은 전장에 그 바람을 다 펼쳐낼 순 없어."
"형이 뭘 안다고 내 검술에 평가해?!"
"네가 방금 말하지 않았니? 네 검술이 얼마나 강한 지, 내가 잘 안다고."
"끄...윽.."
야스오는 앓는 소리를 냈다.
"사람은 혼자서 아무것도 이뤄낼 수 없어 야스오. 그래서 우리는 여럿이 뭉치고 싸우는 거다."
"..아냐..난 이 학교의 누구보다도 강해. 전장에 있는 자들보다도! 그런 내가 전장에 간다면...!"
"...대화가 끝나질 않는 구나."
요네는 잠시 눈을 감았다.
생각해보면 야스오는 어릴 적부터 이런 모습이었던 것 같았다.
고집이 강하여, 자신이 원하는 바는 어떻게든 이루려 했고.
그만큼 자존심도 높았기에, 쉽게 포기하는 법이 없었다.
그런 성격 덕에 남들보다 어린 나이에 검을 배우고, 그 자존심만큼 출중한 재능을 눈여겨 본 수마 원로의 의해 바람의 검술을 전수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지금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지금 여기서 야스오를 억누르지 못한다면, 야스오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넘고 말 것이라고.
어쩌면 그 뿐만 아니라 요네 자신과 수많은 아이오니아의 동포들의 운명조차.
그렇기에 요네는 여기서 그의 고집을 어떻게든 꺾어 놓아야 했다.
"..네가 말했듯 넌 이 학교의 누구보다 강할 거다. 그건 직접 너와 칼을 맞대어본 내가 잘 알지."
"..."
"그렇기에 넌 수마원로의 제자가 되었고 그 분께서 바람의 검술을 전수 받았다."
"...형."
야스오는 요네를 불렀다.
그것이 단순한 부름은 아닐 것이다. 갑자기 마음을 다잡은 어투로 말하는 요네는 언제나 자신의 고집을 꺾으려 했기에.
만약 이 다음에 나올 말이 그런 것이라면, 자신은 그것을 따를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이 야스오가 요네에게 표하는 형으로서의 존중이었다.
"그렇기에 너는 이곳에 남게 된 거다. 수마 원로의 제자임과 동시에, 원로님의 호위무사니까."
"..."
야스오는 고개를 떨궜다.
"...이해해주렴 동생아."
그 말을 끝으로 요네는 바닥에 꽃혀있던 자신의 검을 뽑아 전장으로 향했다.
며칠 뒤, 꺾었다 생각한 야스오의 고집과 자만심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 지는 알지 못한 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