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넥톤은 힘겹게 발걸음을 옮겨 호숫가 내부로 들어갔다.
탑에 있어야할 그가 왜 호숫가로 들어가는지는 묻지 마시라, 지금 그는 인게임상으로는 분노 스택이 0으로 수렴하는 중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화가 나있는 상태다.
소설을 쓰다가 병신같은 앱의 뒤로가기 버튼 배치꼬라지에 의해 막 완성하고 있던 소설이 날아간 소설가처럼, 그는 마지막 이성의 끈을 앞에 두고 줄타기를 하고 있었다.
그때, 채팅이 올라왔다.
[07:50](헤카림):(레넥톤) 점화:준비됨. [07:50](헤카림):(레넥톤) 점화:준비됨. [07:51](헤카림):(레넥톤) 점화:준비됨. [07:53](헤카림):왜 [07:53](헤카림):쳐 [07:54](헤카림):안오세요 씨발련아
레넥톤도 채팅을 쳤다.
[07:54](레넥톤):나 [07:56](레넥톤):라인 당기는데 [07:59](레넥톤):궁을 왜 쳐박아 병신아
그 후 레넥톤은 서둘러 헤카림을 차단했다.
채팅까지 치긴 했지만, 사실 그렇게까지 상황이 여유로운 것은 아니었다.
상대 퀸이 자기네 2차 타워에 지져지면서 달려온 헤카림을 잡고 그 위에서 티배깅 하고 있는 틈이 생긴 덕에 레넥톤은 여기까지 도망 올 수 있던 것이니 말이다.
마음속으로 헤카림의 부모님에게 미아핑을 박으며 레넥톤은 호수의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
콰직-
"에휴, 시벌"
레넥톤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무기를 휘둘렀다.
그러자 꿀열매의 줄기가 레넥톤의 공격에 베어져, 꿀열매가 레넥톤의 손에 떨어졌다.
쫘아악-
그 후 레넥톤은 무기를 내려놓고 양손으로 꿀열매를 죽 잡아 찢었다.
꿀열매의 속은 당장이라도 터질듯이 부풀어 초록빛을 뽐내는 과육이 들어있었다.
그 과육 사이사이에는 똑같이 초록빛을 한 꿀이 달콤한 향기와 함께 흘러넘치고 있었다.
"오오..."
방금까지의 분노는 어디로 갔는지, 레넥톤은 그 광경에 넋을 잃고 바라보다 하마터면 꿀을 바닥에 흘릴뻔 했다.
"그럼 어디..."
본격적으로 레넥톤은 꿀열매에 주둥이를 들이밀었다.
우선 레넥톤은 혀를 낼름거리며 꿀열매 내부의 꿀들을 핥아먹었다.
'달다! 달아!'
어차피 꿀은 주둥이 안으로 흘러내리기에 핥을 필요도 없었다.
레넥톤의 혀는 그렇게 내려오는 정도론 성에 안찬다는 듯, 마음껏 혀를 휘둘러 꿀의 단맛을 즐겼다.
그러나 계속 꿀만 핥다간 느끼해지는 법.
레넥톤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콰득-!
그래서 그는 쉬고있던 이빨로 입 주변에 있던 과육을 터트렸다.
쏴아아…
그러자 마치 댐 터지듯 터져나온 과즙이 입 안으로 흘러들었다.
'청아하다!'
방금 전까지 입안에 맴돌던 느끼함을 출시 초기 갈리오의 q처럼 날려버린 과즙을 즐기며 레넥톤은 이빨을 움직였다.
아삭아삭 씹히는 과육과 입안을 가득채우는 과즙이 한데 뒤섞인 것이, 마치 입 안에서 만들어지는 화채같았다.
"ㅡㅎ헣흐헣ㅎ"
방금까지 화로 가득차있던 레넥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쮸쀼쮸쀼거리는 효과음이 어울릴 순한 인상이 되었다.
협곡의 호숫가에만 위치한 꿀열매는 챔피언들의 화를 식혀주는 고마운 특산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