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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긴 우주 속의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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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고 있는 원룸 가까이에 온천천이라는 이름을 가진 하천이 하나 흐르고 있다.


지하철 노선과 겹쳐있기 때문에 하천 위로는 도시철도가 지나는 고가도가 있지만 그 아래 하천은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가 갖춰진 긴, 아주 기이인 공원이다.



이 글은 얼마 전 새벽, 잠시 바람쐬러 나갔을 때 흐르는 냇물을 보면서 느낀 것들을 마구잡이로 내놓는 것이다.

시간.

시간의 시작은 아마 우주의 시작, 빅뱅이겠지.

아주 까마득한 옛날, 빅뱅이론에 따르면 약 137억 년 전... 태초가 점에서 시작했을 때, 시간은 흐르기 시작했다.

그 점은 폭발했고, 수소와 헬륨을 만들었다. 그리고 또다시 몇 십억 년이 지난 후, 우주의 어느 변두리에 현재 '태양계'라는 이름으로 불리우는 작은 항성계가 나타났다.



태양계의 유일한 항성, 태양으로부터 약 1억 5천만km 떨어진 곳에 행성이 하나 생겨났다.



그 행성은 아주 뜨겁고 불타올랐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또 흘러 뜨겁던 행성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식어갔고, 어느정도 크기를 갖춘 행성은 중력과 함께 대기를 생성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수증기가 모였고, 그 행성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는 계속해서 내렸다. 내리고, 또 내려 행성은 물로 가득 채워졌다.



모든 면이 물로 채워진 이 곳 행성에서 태초의 생명이 발생했다.



아주 미세한, 조그마한 생물들이 생겨났고, 광합성을 하여 산소를 내뿜었다.




그리고 그 산소로 호흡하는 생물들이 점차 생겨났고, 육지가 나타남과 동시에 생명은 육지와 바다에 공존하게 되었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네 발로 걷던 원숭이가 두 개의 뒷발로만 일어서게 되었고, 나머지 앞발로 도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굽어있던 허리는 점점 꼿꼿하게 펴졌으며, 원숭이들은 생각을 소리로, 그림으로, 물건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행성에는 빙하기가 주기적으로 찾아왔고, 원숭이들은 환경에 적응하며 계속 생존해나갔다.


그렇게 떠돌아다니던 원숭이들은 스스로를 인간으로 칭하고, 행성 곳곳 네 군데의 강에 자리를 잡고 터전을 꾸려나갔다. 그 곳은 훗날, 고대 4대 문명으로 불리는 곳이었다.



인간들은 수천년간 살아오며 서로 싸우고, 화합하고, 또 싸우기를 반복하며 현재까지 이어졌다. 그러면서 이 행성의 이름도 정해주었다.


인간은 자신이 밟고 있는 이 행성을, '지구'라고 부른다.


지구 시간으로 서력 2021년 11월, 인간은 전세계 곳곳에서 70억 이라는 어마어마한 개체수를 가지고 있다.

자 그럼 다시, 냇물로 돌아와서...

태초부터 지금까지의 시간을 냇물에 덧씌운다면 우리는 어디에 존재할까?


137억 년이라는 시간 사이에서 인간의 수명은 끽해야 100년.


우주의 시간으로 봤을 때는 찰나나 다름없는 시간이다.


인류는 기껏해야 2만 년을 살았다. 그래봤자 우주의 나이의 0.0001%도 안되는 짧디짧은(?) 시간이다.


인류는 자신들의 흔적을 우주에 남기고자 했다.


진심을 다해 우주에 남기고자..


우리의 삶은 이 길고 긴 우주의 시간속에서 아무런 의미를 갖지 않는 그저 보이지 않는 찰나의 시간이다.


우리가 우주의 시간에 흔적을 남기려고 하는 것은,



냇물에 돌을 던지는 것과 같다.


아주 잠깐 큰 파동이 있었다가 잠시 후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잠잠해진다.


우주의 시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길고 긴 이 시간 속에, 나나 당신같은 인간은 그저 흘러가는 먼지와 같다. 그런데도 왜 그렇게 치열하게 사는가.

나는 알고 싶다.


왜 모두가 이토록 치열하게, 그리고 악착같이 사는지.


왜 흘러가는대로 사는 것이 아닌, 어떻게든 악을 쓰고 저항하는지.


왜일까.


자기 자신을 갈고 갈아서 이 우주에 흔적을 남기고자 하는 것인지,


아니면 우주가 우리에게 명령을 하는 것인지.



우주는 우리를 이끄는 것인지,

아니면 

우리가 우주를 만들어가는 것인지.



인류는 능동적인 것일까.

아니면

우주가 바라는대로 수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일까.


우리가 느끼는 이 '인간의 의지'는 정말, 능동적인 것일까?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인식하는 것이, 정말 우리를 인식하는 것일까?

우리 인간이 동물을 사육하듯, 누군가 미지의 존재가 우리를 지구라는 곳에 사육하는게 아닐까?


신은 존재하는가?

신이 존재한다면 그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의 인생과 삶 자체가 '오징어게임'인것은 아닐까?

인간보다 더욱 고차원적인 존재들이 고작 3차원의 세계의 미물들을 보며 쾌락을 즐기는 것일까?

과연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 맞는가?


우리가 느끼는 감정들은 왜 존재하고 왜 느낄 수 있는가?

오늘도 나는 그저 잔잔히 흐를 뿐인 냇물을 보며 쓸데없고 고차원적이며 엉뚱하고 하찮은 생각을 하며 다시 집에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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