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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니까 너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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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딩 때 그냥 집에서 노는거 좋아하는 사람이었어. 그냥 집에서 게임하고 유튜브보고 그런거 좋아하는…나름대로 평범한 사람.

대학 가서도 똑같을 줄 알았거든? 아니더라. 대학에 들어가니까 나 빼고 전부 잘 놀아. 다닥다닥 붙어서 노래하는게 뭐가 그리 즐거운지 모르겠어. 그 술냄새 폴폴 날리는 공간에서 구석에 조용히 짜져있는데 과대표가 같이 놀자고 하는게 너무 어색해. 좋은 의도로 했던 말이고 사람도 좋았는데 이리 와서 놀자는 그 한마디가 너무 싫더라.

술은 왜 그리도 좋아하는지 모르겠어. 사람끼리 만나는데 술이 없으면 안되나? 술집에 가면 노래 시끄럽게 틀어져있어서 귀는 아프고 그 노래소리를 뒤덮는 웃음소리가 너무 싫어. 그렇게나 맛없고 가성비 구린 음식들을 어떻게 활짝 웃으면서 먹는지 모르겠어.

다들 연락처 교환하고 하하호호 웃으면서 떠나는 그 순간이 나한테 너무 안어울려. 완전히 몸에 맞지않는 옷을 입은 듯한 느낌이야. 동기들하고 친하게 지내고는 싶은데 그런 술자리가 매번 다가올까봐 무서워.

다들 어쩜 그리 할 얘기가 많은지도 모르겠어.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기자신이 그 만큼이나 잘났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은지, 아니면 이렇게나 약한 사람이라고 어필하는 건지 너무 헷갈려.

나는 나같은 사람이 우리 과에 1명이라도 있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더라. 강의가 끝나면 혼자서 나가는 사람이 나 말고 아무도 없어. 좀…충격이더라. 나는 내가 외로움은 별로 안타는 성격이라 생각했는데 아니더라. 대학가서 가장 많이 얘기한 사람이 도서관 사서야. '반납하시겠습니까?' 그 한마디가 대학교 캠퍼스 내에서 나에게  말한 유일한 목소리야.

이제는 동기들하고 친하게 지내야하는데 그런 모임들이 너무 어색해. 벌써 4월인데. 곧 중간고사인데. 주위를 둘러보면 아무도 없어. 아무도. 내가 술자리가 싫어서 동기들을 피하는지, 아니면 그냥 사람을 만나기 싫은건지 이젠 구분도 안돼. 그러면서도 카톡방에서 자기들끼리 키득거리는거 너무 부러워.

술자리는 가기 싫은데 대화에는 참여하고 싶은 모순적인 내 마음이 너무 싫어.

고등학교에서는 이렇지 않았단 말이야. 분명히 친구들하고 어울려서 즐겁게 지냈는데. 가볍게 하루 어땠는지 말했는데. 그냥 내 정신이 어른이 될 준비가 안된 것 같아. 아직도 여전히 고등학교에 남아있어.

그냥 새벽감성 돋아서 주저리주저리 써봤어. 새벽 옵붕이들아, 안타까우면 위로라도 남기고 가주라. 제발. 너무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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