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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숙인 탑 라이너들아, 선체파괴자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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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 오브 레전드>의 아이템은 여러모로 전략적 의미를 지닙니다. 고정된 하나의 트리를 따르기보다 상황에 맞게 여러 가지 선택지를 고려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러한 특징은 간혹 예상치 못한 '뉴메타'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이번 글의 주제 '선체파괴자' 역시 처음엔 흔한 아이템 또는 전략적 선택지에 불과했지만, 몇몇 프로 선수들의 연구를 통해 가치를 인정받아 새로운 메타로 자리 잡은 경우에 해당합니다. 실제로, 최근 LCK 경기를 살펴보면 탑 라이너 중 선체파괴자를 올리지 않는 챔피언이 드물 정도죠. 과연 선체파괴자는 어떤 성능을 가졌기에 메타를 주도하고 있는 걸까요? 선체파괴자가 메타픽으로 거듭난 과정을 살펴봅니다. / 서준호 필자(index), 편집=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챔피언, 아이템 이미지 출처: 라이엇 게임즈)   


  # 선체파괴자는 어쩌다 대세가 됐을까  

선체파괴자는 2,800 골드라는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공격력, 체력, 체력 재생은 물론 근처에 아군이 없을 경우엔 방어력, 마법 저항력, 포탑에 가하는 대미지까지 올려주는 가성비 아이템입니다. 특히 주변에 있는 대형 미니언의 스펙이 올라간다는 점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지휘관의 깃발'을 연상케 하죠.

선체파괴자를 선보인 라이엇 게임즈의 의도는 간단합니다. 스플릿 푸시에 특화된 챔피언을 위한 선택지를 늘려주기 위함이죠. 12.1패치를 통해 14분 이전에는 아군 구조물에만 순간이동이 가능하도록 변경된 점 역시 이러한 가설에 힘을 실어줍니다.

(아이템 이미지 출처: 라이엇 게임즈)  

그렇다면 새로운 순간이동이 탑과 선체파괴자에 미친 영향은 무엇일까요? 

우선 새로운 순간이동은 탑에 상당히 큰 변화를 불러왔습니다. 예전의 탑은 초반부터 스노우볼을 크게 굴릴 수 있는 라인이었습니다. 적절한 순간이동을 통해 다른 라인에 개입할 수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순간이동이 변경된 뒤 다른 라인에 개입하는 게 힘들어짐에 따라 이러한 상황도 크게 달라졌습니다. 

따라서 순간이동이 변경된 뒤 초반 스노우볼의 중심은 완전히 바텀으로 넘어갔습니다. 다른 라인의 개입 능력이 떨어짐에 따라 요새화 효과가 없어 포탑 골드 획득이 쉽고, 두 명의 챔피언이 라인에 서기에 가치가 높은 바텀 고유의 특징이 더욱 빛을 발했기 때문이죠. 아펠리오스, 징크스, 제리 등 성장 기댓값이 높은 캐리형 원거리 딜러가 자주 등장하는 점 역시 바텀 중심의 운영에 힘을 실어주는 요소입니다. 

* 요새화: 초반 받은 피해를 50% 감소시켜주는 효과. 탑, 미드 외곽 포탑 한정  

예전에 비해 영향력이 크게 추락한 상황에서 탑 라이너들은 자신의 또 다른 역할인 '스플릿 푸시'로 눈을 돌렸습니다. 초중반 스노우볼링 영향력이 크게 떨어진 만큼, 타 라이너보다 비교 우위에 서있는 스플릿 운영에서 자신의 가치를 발견했다고 볼 수 있죠. 그 중심에 선체파괴자가 서있습니다.

(스펠 이미지 출처: 라이엇 게임즈)


  # 인상적인 승률 보여주는 선체파괴자, LCK에서도 대세로 떠오르다   

선체파괴자가 LCK에 모습을 드러낸 건 1월 27일이었습니다. 당시 리브 샌드박스의 '도브' 김재연이 피오라의 스플릿 푸시 강점을 살리기 위해 선체파괴자를 구매한 것이 출발점이었죠. 이후 선체파괴자는 LCK에서 잠시 모습을 감춘 뒤 2월 10일 선체파괴자 그레이브즈가 조명받으면서 확실한 메타 아이템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선체파괴자 그레이브즈는 프레딧 브리온 챌린저스 팀에서 탑으로 활약 중인 '소보로' 임성민이 사용하면서 본격적으로 알려진 빌드인데요, 그레이브즈의 상성인 AP 챔피언 대처법을 찾는 과정에서 탄생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지금은 상황을 가리지 않고 등장하는 대세 아이템이 됐지만요.

실제로, 최근 LCK를 보면 피오라나 그레이브즈 등 예전부터 선체파괴자를 적극 사용한 챔피언 외에도 트린다미어, 레넥톤, 아크샨은 물론이고 제이스와 같은 챔피언까지 앞다퉈 선체파괴자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2월 10일부터 19일까지 진행된 LCK 45경기 중 선체파괴자가 나온 경기가 무려 26번이나 될 정도죠. 이정도면 메타를 주도하는 대세템이라고 해도 전혀 무리가 없는 수준입니다.

LCK의 선체파괴자는 피오라로 시작해 그레이브즈에서 꽃을 피웠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솔로 랭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24일 오피지지 아이템 통계에 따르면 선체파괴자는 트린다미어, 피오라와 좋은 합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선체파괴자를 활용한 트린다미어(아이템 픽률 8.68%, 승률 51.68%)와 피오라(아이템 픽률 6.11%, 승률 53.89%)가 좋은 승률을 기록 중이니까요. 그중에서도 트린다미어는 선체파괴자-돌풍-나보리의 신속검 빌드로 상당히 좋은 숫자(픽률 22%, 승률 55%)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솔로 랭크에서의 스플릿 운영이 결코 쉽지 않다는 걸 감안하면 무척 인상적인 흐름이죠.

그렇다고 해서 선체파괴자가 '슈퍼 울트라 초특급 만능 아이템'인 건 아닙니다. 특히 LCK에서는 피오라(3승), 그레이브즈(5승 4패), 트린다미어(4승 2패) 정도만 선체파괴자로 재미를 보고 있는 상황이죠. 다른 챔피언의 선체파괴자 활용 시 승률은 2승 7패에 불과합니다. 대세 아이템인 건 분명하지만, 엄청난 사기 아이템이거나 대처가 불가능할 정도는 아니라는 걸 어느 정도 알 수 있는 셈입니다.

선체파괴자를 활용한 트린다미어의 승률은 꽤 인상적이다 (출처: 오피지지)  


  # 고개 숙인 탑 라이너의 마지막 희망 '선체파괴자'  

담원 기아에서 활동 중인 '캐니언' 김건부는 "선체파괴자는 스펙이 좋고 사이드 푸시력이 강해지기에 돈으로 상대를 찍어 누르는 느낌"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농심 레드포스 아카데미에서 활동 중인 '칼릭스' 신현빈 역시 "선체파괴자는 상대가 대처하지 못하면 가치가 치솟는 아이템이다. 문제는 이를 막는 게 너무나도 어렵다는 것"이라고 강조했고요.

선체파괴자는 극도로 입지가 줄어든 탑 라이너의 마지막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스플릿 푸시에 대한 효율이 워낙 뛰어나기에 순수 라인전만으로도 팀에 큰 기여를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일각에서는 "선체파괴자를 구매하는 것만으로도 스노우볼이 시작된다"라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따라서 선체파괴자는 당분간 지속적으로 많은 프로 선수와 소환사의 선택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과연 선체파괴자는 훗날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요? 지휘관의 깃발을 이은 제2의 밸런스 파괴 아이템과 탑 라이너의 마지막 희망 사이에 놓인 선체파괴자의 앞날을 흥미롭게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2줄요약 01. 잃어버린 탑 라이너의 자신감 02. 선체파괴자가 지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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