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오브레전드리그오브레전드

온라인 499

명품인줄 알았더니 짝퉁 악어가죽? 레넥톤의 추락

조회수 25,920댓글 10추천 662

"우리 애가 연습 때는 잘하는데, 실전만 들어가면..."

스포츠 경기에서는 '연습경기 깡패'라는 말이 있습니다. 연습에서 활약한 팀이나 선수가 정규 시즌에서는 기대받던 모습만큼을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를 말하죠.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습니다. 평가도 나쁘지 않고, 밴픽률도 매우 높지만 정작 '실 성적은 나쁜' 챔피언이 있죠. 최근 기이하게도 이 사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챔피언이 있습니다. 바로 레넥톤입니다. 

현재 레넥톤은 LCK, LPL 등 다수의 리그에서 높은 밴픽 선호도를 보여주고 있지만 정작 승률은 매우 나쁩니다. 순수 밴픽률로만 따지면 티어권 챔피언으로 볼 수 있지만, 정작 경기에 등장했을 때의 활약상은 너무나 초라한 상황이죠. LCK가 5주차로 접어든 지금, 레넥톤에 대한 이모저모를 돌아봅니다.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필밴 카드 레넥톤. 알고보니 필패 카드?


# '무자비한 포식자'의 롤백으로 상승한 티어... 하지만 대회에선 함정 카드?

  지금까지 레넥톤은 LCK 픽 밴 리스트에 총 79번 얼굴을 비췄습니다. 이 중 72회 밴을 당했으며, 픽 된 횟수는 7회에 불과합니다. 사실상 필밴 카드라고 볼 수 있죠.

레넥톤이 얼굴을 자주 비추치 못했던 2021년 시즌 끝자락과는 다르게, 이번 시즌 레넥톤의 평가가 다시 상승한 이유는 11.22 패치에서 받은 W '무자비한 포식자'의 너프 롤백, 텔레포트 너프로 인해 리그 초기 바텀 중심의 스노우볼링 메타가 유행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 덕분에 전 세계 프로 리그에서 전통의 탑 라인 '국밥 챔피언'인 레넥톤의 평가가 상승했죠.

그러나, 정작 경기에 등장했을 때는 1승 6패로 '필패 카드'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습니다. 미드로 두 번, 탑으로 다섯 번 나왔지만 레넥톤 장인으로 평가받는 '모건' 박루한이 탑 레넥톤으로 달성한 1승을 빼고 모두 패배했습니다.

밴 횟수는 많지만, 경기 내용은 좋지 못하다


경기 수가 적다고 단순히 넘기기도 어렵습니다. 경기 내용이 기존에 언급됐던 레넥톤의 단점을 고스란히 보여줬기 때문인데요. 바로 초중반에 큰 이득을 보지 못하면 후반부에 큰 힘을 못 쓰는 '유통기한' 문제가 발생한단 것입니다.

먼저, 챔피언 지표만 보아도 어느 정도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레넥톤의 15분 평균 CS 차이는 +13, 골드 차이는 +477입니다. 15분 경험치 차이도 +380으로 확실히 레넥톤을 픽하면 초중반 게임에서 이점을 가져가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승률은 낮죠. 초중반에 얻은 이득이 승리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로 추측됩니다.

대표적인 예로 담원 기아와 T1의 경기가 있습니다. '쇼메이커' 허수가 미드 레넥톤을 픽해 '페이커' 이상혁의 르블랑을 솔로 킬하고 지속적으로 상대 원거리 딜러를 잘라내며 활약했지만, 레넥톤이 강한 타이밍에 경기를 매듭짓지 못하자 중반 이후 싸움에서 무기력한 모습만을 보여주며 패배하고 말았죠.

또한, 레넥톤의 '단짝'으로 불리는 '니달리'의 부진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이번 시즌 니달리는 1승 4패로 좋지 못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고, 밴픽 선호도도 높지 않습니다. 외에도 '다이애나'를 제외하고는 AP 정글러를 선택하기 쉽지 않은 환경과 첫 전령의 중요도 감소도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입니다.

KT가 DRX와의 경기에서 레넥톤-니달리 콤비를 오래간만에 선보였지만, 결국 패배했다 (출처 : LCK)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면 조금 다른 모습이 나타납니다. LCK 챌린저스 리그에서는 7승 4패로 레넥톤이 상당히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인데요. 챌린저스 리그에서는 레넥톤이 선호하는 교전 구도가 보다 자주 발생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외에도 담원 기아 챌린저스의 '타나토스' 박승규가 레넥톤으로 2전 전승을 달성했단 점도 눈여겨볼 부분입니다.

이에 직접 선수들에게도 레넥톤에 대한 평가를 문의해 봤습니다. 먼저 농심 레드포스 아카데미에서 활동하는 '칼릭스' 선현빈은 "레넥은 선체파괴자가 어울리지 않는 챔피언이라 후반에는 트린다미어나 그레이브즈 같은 챔피언을 (스플릿 푸시 면에서)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LSB 아카데미에서 미드 라이너로 활동하는 '윈터' 문정환은 "요즘은 첫 전령보다 용 스택이 더 중요한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캐럿' 남대근은 "그래도 라인전과 다이브가 좋고, 8분 대 전령 싸움에서의 강점도 있어 계속해서 기용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 물 건너에서도 부진한 레넥톤

 

그렇다면 기존부터 레넥톤을 잘 사용한다는 평가를 받았고, 레넥톤이 좋아하는 초중반 '난전'을 선호하는 LPL에선 다를까요?

놀랍게도 레넥톤의 부진은 LPL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밴만 85번을 당하며 밴 리스트 순위 2위를 달성했지만 성적은 5승 12패로 초라합니다. 게다가 탑 레넥톤은 2승 10패로 명백한 함정 카드 수준이며, 2승마저도 높은 레넥톤 숙련도로 유명한 '줌' 장신란이 홀로 기록한 성적입니다.

그나마 체면 치레를 한 라인은 미드입니다. 3승 2패를 기록했죠. '도인비' 김태상이나 '루키' 송의진과 같은 선수가 '코르키'와 '빅토르'를 상대로 각각 1승을 달성했습니다. 레넥톤이 승리한 경기에는 대부분 단짝 친구인 '니달리' 정글이 등장했단 것도 주목할 만합니다.

LCS와 LEC에서는 어떨까요? LCS에서는 LCK와 비슷한 모습이 나오고 있습니다. 15분 골드 차이 평균이 +1235일 정도로 초반 지표는 좋지만, 성적은 1승 5패로 결코 좋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다행히 LEC에서는 10회 등장해 5승 5패를 거둬 어느 정도 체면치레를 한 느낌인데요. 성적과는 별개로 15분 CS 차이는 -1.8, 15분 골드 차이는 +98로 초반 지표가 크게 돋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흥미로운 대목입니다.

이처럼 전통의 '대회 국밥' 챔피언으로 여겨지는 레넥톤은 대부분 경기에서 밴을 당하는 현 위상에도 불구, 실전에서는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에 LCK 애청자들 사이에서 함정 카드가 아니냐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기도 하죠.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어느 순간 레넥톤도 필밴 카드 자리에서 내려올지 모르는 일입니다.

또 다른 대회 국밥 챔피언인 라이즈는 부진한 성적에도 "그래도 쓸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레넥톤은 관심조차 사라져 가는 모양새입니다. 이번 주차에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3줄요약 01. 레넥톤은 02. 금똥왁왁, 눈가루 03. 모건만 쓰는 걸로?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