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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에 가고싶다면, 확실한 에이스 '쵸비'를 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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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달 만에 전 시즌 대비 '10승'을 더 올린 LCK 팀이 있습니다. 심지어 이 팀은 얼마 전 농심 레드포스를 꺾고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 진출, 담원기아와 맞붙게 됐죠. 슬슬 감이 오시나요? 이 팀은 한화생명e스포츠입니다. 사실 한화생명e스포츠는 올 시즌을 앞두고 강도 높은 리빌딩을 진행, '데프트' 김혁규를 비롯한 여러 선수를 영입했는데요. 그중 핵심은 미드 라이너 '쵸비' 정지훈이었습니다.

물론 쵸비 하나로 인해 성적이 올랐다고 단정 짓긴 어렵습니다. 다른 선수들도 제 몫을 해냈기에 가능한 성과였죠. 기자 역시 원맨캐리로는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없다고 굳게 믿는 사람입니다. 최소한 그간 보고, 플레이했던 <리그 오브 레전드>는 그랬습니다. 하지만 쵸비는 조금, 아니 많이 다릅니다. 어쩌면 한화생명e스포츠는 모든 팀이 바라는 진짜 크랙을 보유한 걸지도 모릅니다. /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이 영입이 한화생명e스포츠의 운명을 바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출처: 한화생명e스포츠)

 






# 위기의 순간, 에이스는 빛난다
 
지표를 살펴보기에 앞서 그간 쵸비가 소화한 경기 중 가장 임팩트 있었던 순간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하는데요. 2018년부터 LCK에 참가한 쵸비가 가장 빛났던 건 지난해 서머였습니다.

스승 김대호 감독을 따라 DRX에 합류한 쵸비는 데프트를 제외하면 물음표에 가까웠던 팀과 함께 스프링 3위, 서머 2위, 롤드컵 8강이라는 성과를 올리며 성공적인 한 해를 보냈습니다. 특히 2020 서머 플레이오프 2라운드 젠지와의 경기는 쵸비가 왜 '해결사'로 꼽히는지 확실히 드러낸 경기였죠. 


벼랑 끝에서 만난 두 팀의 경기는 말 그대로 '혈투'였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사실 당시 DRX의 분위기는 썩 좋지 않았습니다. 2라운드 들어 데프트와 '케리아' 류민석의 폼이 무너짐에 따라 성적도 떨어지고 있었거든요. 게다가 플레이오프 상대는 가장 강한 바텀듀오를 가진 젠지였습니다. 롤드컵 진출권이 걸린 중요한 경기였지만, 많은 이는 젠지의 승리를 예상했습니다.

경기는 5세트까지 가는 접전으로 진행됐고, DRX의 승리로 막을 내렸는데요. 그중 쵸비의 활약은 말 그대로 눈부셨습니다. 4세트에 선보인 에코에 이어, 벼랑 끝에서 꺼내든 사일러스는 초반 라인전이 약하다는 약점을 딛고 슈퍼캐리롤을 완벽히 수행했죠. 역대 LCK 포스트시즌에서 한 명의 선수가 선보인 퍼포먼스 중 가장 화려했다고 평가해도 무방할 만큼 멋진 경기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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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체절명의 순간, 쵸비의 플레이가 불을 뿜었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사실 쵸비는 젠지를 상대로 '상성'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프로 생활 내내 극강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많은 분이 기억하고 계실 '갈리오 점멸 도발' 역시 젠지를 상대로 나온 장면이었죠. 이에 관한 내용은 올해 초 한 차례 기사로 다룬 바 있으니, 조금 더 디테일한 상황이 궁금하시다면 해당 기사를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듯하네요.


 
# 그냥 1위가 아니다. '압도적' 1위다
 

올 시즌 쵸비가 기록한 지표는 경이로운 수준입니다. 초반 라인전은 물론, 경기 전체를 기반으로 산출되는 대미지 부분에서도 높은 숫자를 기록했기 때문이죠. 더욱 인상적인 건 쵸비의 지표가 단순히 '상위권'에 위치한 게 아니라, '1위가 아닌 걸 고르는 게 어려울 정도로' 압도적이라는데 있습니다. 그만큼 쵸비는 기억에 남을 만한 무시무시한 시즌을 보냈습니다.

조금 더 파고들어 봅시다. 쵸비는 경기 초반 구도를 짐작할 수 있는 15분까지 골드, CS, 경험치 차이 부분에서 미드 라이너 1위에 올랐습니다. 그것도 압도적인 1위죠. 2위권에 위치한 담원기아의 '쇼메이커' 허수나 T1의 '클로저' 이주현, '페이커' 이상혁과 비교하면 더 와닿으실 텐데요. 특히 15분까지의 CS는 2위와의 격차가 거의 2배에 달합니다. 



더욱 재미있는 건 쵸비의 지표가 비단 미드뿐만 아니라, 타 포지션과 놓고 봐도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올 시즌 쵸비는 경기 초반 정위치를 지키는 시간이 많은 원거리 딜러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 중, 15분까지 골드 차이 부분 1위에 해당합니다. 동시간대 CS 역시 T1의 '테디' 박진성(18)에 이은 2위죠. 

이에 더해, 쵸비는 분당 CS와 획득한 골드, 분당 대미지에서도 미드 라이너 1위에 올랐습니다.

또한, 이 항목들 역시 LCK 선수 전원으로 범위를 넓히더라도 순위에는 큰 변화가 없습니다. 분당 CS는 30경기 이상 출전한 선수 중 젠지의 '룰러' 박재혁, 프레딧 브리온의 '헤나' 박증환에 이은 3위입니다. 심지어 분당 대미지는 전 선수 통틀어 1위에요. 원거리 딜러처럼 대미지에만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포지션이 아님에도 이런 지표를 기록한 겁니다.



분당 CS와 골드, 그리고 초반 라인전 지표가 좋으니 다른 라인에 미치는 영향력이 적은 게 아니냐고 폄하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도 아닙니다. 올 시즌 쵸비의 킬 관여율은 65.9%로 40경기 이상 출전한 미드 라이너 중 3위에 해당합니다. 숫자만으로 모든 걸 설명할 순 없지만, 반대로 마냥 이기적인 플레이를 했다고 비난하기도 어렵죠. 

게다가 쵸비가 속한 한화생명e스포츠는 현재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타 팀의 탑, 정글에 비해 상대적으로 상체의 힘이 조금 아쉽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만큼 미드가 활약할 수 있는 폭은 좁고,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요. 그런 환경에서 이런 지표를 기록했다는 게 놀라울 뿐입니다.


쵸비는 실로 놀라운 시즌을 보내고 있다 (출처: 한화생명e스포츠)
 






# 이래서 프로 스포츠팀에는 '크랙'이 필요하다
 

프로 축구를 보면, 갑갑한 상황을 깨뜨릴 수 있는 해결사 또는 에이스를 두고 '크랙'이라고 부릅니다. 상위권 또는 우승을 노리는 팀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존재죠. 멀게는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와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의 손흥민,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는 페이커를 대표적인 크랙으로 꼽을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이 선수들이 오로지 자신만의 힘으로 팀을 이끈 건 아닙니다. 그를 빛나게 해준 다른 선수들이 있었기에 크랙들 역시 자신만의 플레이를 마음껏 펼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팀 스포츠에 있어 '원맨캐리'는 다소 무의미한 단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선수들은 팀의 확실한 '해결사'였습니다. 팀이 어려운 상황에 놓이면 언제든 동료들이 기대를 걸 수 있는 '에이스'였죠. 

지금의 쵸비는 현 LCK 판에서 그러한 타이틀이 가장 잘 어울리는 선수입니다. 실제로 그는 2018년 서머로 LCK에 데뷔한 뒤, 단 한 번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쵸비는 LCK 첫 시즌을 제외하면 소속팀을 꼬박꼬박 롤드컵 본선에 올렸습니다. 일단 영입하기만 하면 최소한 '포스트시즌'에는 갈 수 있으며, 높은 확률로 '롤드컵 본선'에도 진출하게 만드는 확실한 에이스인 셈입니다.


쵸비는 확실한 에이스의 중요성을 보여준 좋은 예다 (출처: 한국e스포츠협회)



흔히들 팀 게임을 두고 '팀을 뒤에서 받쳐줄 선수가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표현합니다. 하지만 이를 반대로 돌려보면 '누군가는 확실한 에이스가 되어야 한다'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겁니다. 성적과 승리가 필요한 팀 게임에서 모든 선수가 언성 히어로(Unsung hero)가 되는 건 썩 좋지 않은 그림입니다. 결국 누군가는 크랙이 되어 갑갑한 상황을 박살 내고 팀을 끌어줘야 하죠. 그것이 '에이스'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어차피 정규시즌은 종료됐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팀들은 남의 집 잔치를 손 놓고 구경해야 합니다. 게다가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로 인해 공백기는 거의 석 달에 달하죠. 다음 시즌, 그리고 더 큰 미래를 그릴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주어진 셈입니다.

만약 서머 시즌 또는 향후 LCK에서 유의미한 성적을 올리고 싶다면, 이 귀한 휴식기 동안 '해결사의 필요성'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확실한 크랙'이 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똑똑히 지켜봤을 테니까요.

3줄 요약
01. 언성 히어로의 대표주자였던 박지성도 필요할 땐 캐리머신이 됐었다.
02. 결국 모든 팀에는 확실한 '에이스'가 필요하다.
03. 아 에이스에 치즈 얹어먹고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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