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오브레전드리그오브레전드

온라인 1,997

"너네 감독 쩔더라?!" 감독 맞바꾼 T1과 담원 기아, 최후의 승자는?

조회수 16,603댓글 22추천 515

2020 LCK 스토브리그,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선수가 아닌 '감독'이었다. 김정수 감독이 T1을 떠남에 따라 국내 최고의 e스포츠 팀, 'T1'의 새로운 감독이 누가 될 것이냐에 대한 설왕설래가 오간 탓이다. 이후 LS 선임 루머 등이 퍼지긴 했지만, T1의 새로운 코칭스태프는 2020 롤드컵에서 담원 기아의 우승을 이끈 양대인 감독과 이재민 코치였다. 그렇게 T1은 스토브리그의 승자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세간의 관심은 자연스레 선장을 잃은 담원 기아로 쏠렸다. 그리고 놀랍게도 담원 기아의 새로운 감독은 T1을 명가로 만드는 데 큰 공을 보탰던 김정균 감독이었다. 이에 따라 T1과 담원 기아는 김정수 감독부터 양대인, 김정균 감독, 이재민 코치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코칭스태프를 맞바꾸는 독특한 인연을 이어가게 됐다.

서로 수장을 교체한 두 팀은 올 시즌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 둥지를 맞바꾼 두 감독이 이끌어갈 T1과 담원 기아의 미래를 예측해봤다. / 김승주 필자(사랑해요4), 편집=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 10인 로스터 택한 T1과 여섯 명으로 시즌 돌입한 담원 기아

  

가장 눈여겨봐야 할 점은 T1이 담원 기아가 활용했던 '이재민 감독 - 양대인 코치 체제'가 아닌 '양대인 감독 - 이재민 코치 체제'로 변화를 꾀한 것이다. e스포츠에서 감독과 코치가 서로 역할을 맞바꾸는 건 꽤 희귀한 사례다. 더군다나 이재민 감독이 지난해 담원 기아의 사령탑이었음을 감안하면 더더욱 이례적인 케이스에 해당한다.

이는 양대인 감독의 선택과도 연결되어 있다. 양대인 감독은 T1 유튜브를 통해 "내가 잘하는, 그리고 내가 가지고 왔던 방향들을 이재민 코치와 융합하면 좋을 거로 생각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그는 여러 인터뷰를 통해 이재민 코치와 합이 잘 맞는 만큼, T1 왕조를 재건해보고 싶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서로에 대한 두 사람의 신뢰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출처 : T1 공식 유튜브)  

T1의 10인 로스터 체제도 주목해야 한다. T1은 서포터에 '케리아' 류민석을 영입한 걸 제외하면 T1 아카데미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제우스' 최우제, '오너' 문현준을 콜업하며 서포터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에 2명 이상의 선수들을 채워 넣었다. 심지어 정글에는 무려 세 명의 선수가 등록되어있다.

T1과 양대인 감독이 1군 로스터에 세 명의 정글러를 등록한 건 정글러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메타 때문이다. 정글러는 지난 롤드컵에 이어 올 시즌에도 <리그 오브 레전드>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게다가 양대인 감독은 담원 기아에서 '캐니언' 김건부를 세계 최고의 정글러로 키워낸 바 있다. 누구보다 정글러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만큼, 다양한 카드를 준비해 시즌을 소화하겠다는 노림수를 던진 것이다. 

반면, 담원은 기존 체제와 큰 차이가 없이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담원은 중국으로 떠난 탑 라이너 '너구리' 장하권의 빈자리를 메꾸기 위해 '칸' 김동하를 영입하고, 2군에서 활동했던 '체이시' 김동현을 콜업했지만 그 외에 정글, 미드, 바텀은 기존 주전 선수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비록 너구리는 떠났지만 큰 변화 없이 시즌을 소화하더라도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한 담원 기아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 자리 맞바꾼 양대인-김정균 감독이 그릴 두 팀의 미래

  

그렇다면 자리를 맞바꾼 두 감독이 그려갈 T1과 담원의 미래는 무엇일까.

먼저 T1을 맡은 양대인 감독의 코칭 스타일에 있어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실수 줄이기를 지양하고 메타와 밴픽에 맞춘 효율적인 승리 패턴을 지향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담원은 양대인 코치가 부임한 뒤, 기존에 고수한 상체 위주의 게임 대신 필요할 때는 바텀에 힘을 주고 게임을 풀어가는 등 유연한 전략 전술을 통해 롤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번 LCK가 2021시즌에 맞춰 개막됐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특히 올 시즌부터는 신화급 아이템이 추가된 만큼, 대회 메타에도 큰 변화가 있을 거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만약 양대인 감독과 이재민 코치가 10인 로스터와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면 T1은 다양한 색깔을 뽐내며 원하는 데로 경기를 펼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10인 로스터를 완벽히 활용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대표적인 예가 전임자 김정수 감독이다. 김정수 감독 역시 10인 로스터를 통해 시즌을 풀어가고자 했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주전 확정에 어려움을 겪으며 롤드컵 진출에 실패했다. 심지어 '구마유시' 이민형은 롤드컵 선발전이라는 중요한 무대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러야 했다. 덕분에 T1 팬 중 10인 로스터에 대한 불안함을 호소하는 이도 적지 않다.   T1은 10인 로스터로 올 시즌을 소화할 예정이다 (출처 : T1 공식 유튜브)  

하지만 양대인 감독과 이재민 코치가 1년의 노력 끝에 담원 기아를 세계 최강 팀으로 만들어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양대인 감독은 LCK 개막을 앞두고 "저희 모두가 더욱 강력한 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며 "최고 수준의 10인 로스터로 경기 준비 및 전략 구상에 있어 유연성을 가질 수 있게 됐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실제로 T1은 13일 펼쳐진 LCK 개막전에서도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구마유시와 '클로저' 이주현, '엘림' 최엘림 등 파격적인 라인업을 들고나온 T1은 강력한 한타력과 공격적인 운영으로 한화생명e스포츠를 격파했다. '커즈' 문우찬, '테디' 박진성, '페이커' 이상혁 등 팀을 대표하는 선수 없이도 좋은 경기를 펼친 것이다.

그렇다면 담원 기아는 어떨까.

담원 기아의 사령탑을 맡은 김정균 감독은 SKT T1 시절 세세한 피드백으로 많은 명성을 쌓은 인물이다. 경기가 끝난 뒤, 수첩을 들고 부스에 들어간 김정균 감독이 선수들과 피드백을 하는 장면은 늘 화제가 됐고 급기야 김정균 감독의 닉네임인 '꼬마'와 '회초리'를 합친 '꼬초리'라는 별명이 생기기도 했다. 이러한 김정균 감독의 세세한 피드백은 SKT T1이 절대 왕조를 세우는데 큰 원동력이 됐다.

김 감독의 피드백은 SKT 왕조건설의 최대 원동력이 되었다 (출처 : 라이엇 게임즈)  

다만, 김정균 감독은 경기 중엔 엄격하지만 그 외적인 부분에서는 선수들과의 친화력이 매우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금껏 그의 손을 거친 선수들은 항상 김정균 감독의 조언과 격려가 큰 힘이 됐다고 언급하며 감사를 표하곤 했다.

담원 기아는 이미 지난해 롤드컵 우승을 통해 세계 최고의 프로 e스포츠 팀으로 거듭났다. 따라서 담원 기아의 전력에 김정균 감독의 세세한 피드백과 친화력이 조화를 이룰 수 있다면 새로운 메타와 시즌에도 특유의 경기력을 뽐낼 수 있으리라 사료된다. 실제로 담원 기아는 케스파컵에서도 건재한 모습으로 다른 팀을 격파하며 손쉽게 우승을 차지했다.

케스파컵을 우승한 담원 (출처: 한국e스포츠협회)   

# 마지막에 웃을 팀은 어디일까


  앞서 말했듯, 담원 기아와 T1은 과거 한 차례 코칭 스태프를 맞바꾼 바 있다. 2018년 담원 기아(당시 담원 게이밍)를 이끈 김정수 감독이 T1으로 자리를 옮긴 반면, T1의 이재민 코치가 김정수 감독을 대신해 담원 게이밍의 사령탑을 맡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 트레이드의 결과는 어땠을까. 먼저 미소지은 건 T1이었다. 

김정수 감독은 신인이었던 '칸나' 김창동을 과감히 주전으로 발탁한 가운데 T1의 스프링 시즌 우승을 이끌며 승승장구했다. 반면 담원 게이밍은 '고스트' 송용준이 합류하기까지 불안한 경기력을 노출하며 4위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최후의 승자는 담원 게이밍이었다. 담원은 서머 시즌과 롤드컵까지 들어 올리며 2021년의 승자로 자리매김했다. 스프링 시즌 우승을 차지하고도 롤드컵에 진출에 실패한 T1과는 대조적인 결과였다.

그리고 2021년, 공교롭게도 두 팀은 또다시 코칭 스태프를 맞바꿨다. 과연 2021시즌이 끝날 무렵 마지막에 웃는 팀은 어디일까. 감독을 맞바꾼 두 팀이 어떤 결과를 맞이할지 지켜보는 것도 2021 LCK를 즐길 수 있는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3줄 요약 01. 어찌보면 참 기묘한 인연입니다. 02. 서로 코칭스태프를 맞바꾸는 게 수 년째 이어져오고 있기 때문이죠. 03. 최후의 승자는 과연 누가 될까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