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렉사이 원챔. 누군가는 말하지. 원챔 하는 얘들은 티어를 두 세 단계는 내려야 한다. 왜 근데 그런 말이 나오는지 모르겠는데.
나는 롤을 시작한 게 2019년도 초였음.
당연히 2019년도면 얘들 수준 상향 평준화 되기 시작할 즈음이라 나 같은 뉴비는 브론즈에서 쳐박힐 수밖에 없었음.
브론즈 + 일겜을 대략 1년 가까이 돌리고 돌렸으나 매번 돌아오는 건 패배와 욕설 뿐이었음.
라인전이 너무 힘들었던 나머지 나름 정글로 바꾸고 실버까진 찍었는데 결국 스킨을 주던 골드를 못 찍겠는 거임.
알잖아. 이 게임에서 정글은 욕 받이 포지션이라는 거.
잘해도 알아주지도 않고, 못하면 욕만 오지게 먹는 정글. 그럼에도 내가 라이너는 너무 못해서 갈 수가 없었음. 그렇다고 이 게임만큼 가성비 게임이 없는데 이걸 접기에도 너무 아쉬웠고.(당시 옵치는 핵이 난리쳐서 반쯤 나락가고 있었음.)
그러다 2020년 즈음인가, 신화템이 나옴과 동시에 내가 렉사이라는 꿀챔을 찾음.
처음엔 조작도 어렵고 시야 어두컴컴해서 못 쓰겠다 싶었지. 그래도 렉사이는 게임 내내 센 데다가, 자발이라는 템이 나오는 순간 말도 안 되는 파괴력을 보여주는 거임. 무엇보다도 내 대가리 박는 성향과 정말 잘 맞았음.
그렇게 되고 가장 좋았던 건 일단 욕을 먹는 횟수가 줄었다는 거였지.
게임이 뭔가 풀리는 거임. 승리의 공식을 알겠는 거임.
그러면서 정글 영상도 찾아보고 플레 찍고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그대로 쭉쭉 성장해서 지금 다이아 문턱은 그냥 밟을 수 있는 수준이 됨.
하지만 문제는 티어를 올리기 위해 렉사이만 미친 듯이 한 나머지 렉사이는 가히 무의식적으로도 플레이할 수 있는 반면, 다른 정글챔이나 라인은 브론즈 그대로였던 거임.
누군가는 말할 지도 모르지.
렉사이 미친듯이 하면서 정글 기초 정도는 알 거 아냐? 그럼 다른 챔프들에게 적용 시키면 되잖아.
맞아. 보통 사람들은 그렇지.
근데 나는 말 그대로 '티어를 올리기 위해서' 지름길을 선택했음.
그 대가는 아이언에게도 라인전을 지는 트롤러고.
나는 롤을 늦게 시작했음. 그러다 보니 일찍 시작한 유저들보다 실력이 안 좋을 수밖에 없지. 하지만 너희, 그런 거 이해해? 아니잖아. 욕 다들 하잖아. 니가 뉴비인 게 무슨 상관인데, 내 점수가 떨어지게 생겼는데.
나는 그런 승부욕 넘치는 친구들 이해해.
그렇기 때문에 지름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어.
원챔 유저들은 대부분 그럴 거야.
단순히 그 챔프가 좋아서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같은 경우는 '그것 밖에 못하니까' 원챔을 하는 거야.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이 완전히 그 챔프에게 맞춰진 거야.
그럼 이렇게 말하겠지?
'그것밖에 못하는 주제에 티어 올리고 싶어서 원챔 했으면 욕 먹는 것도 감수해야지.
원챔 유저들은 티어 몇 단계 내려도 돼~'
근데 이 말에는 동감을 못하겠어.
내가 원챔러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애초에 원챔러라는 건 그 누구보다 승리를 추구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야.
너희처럼 이 게임을 막 15년도 13년도에 시작했던 고인물들이라면 이거하고 싶을 때 이거 하고, 저거 하고 싶을 때 저거 하고 해도 이 시간 쯤 되면 대부분의 챔들에 숙련도가 쌓였을 거란 말이지.
근데 나처럼 늦게 시작한 사람들은 너희를 따라잡으려면 이런저런 거 다룰 여유가 없어.
하나를 극한으로 깎아서 오직 승리만을 바라보는 게 원챔러들이야.
그러니까 누구보다 티어를 올리기 위해서 노력한 사람들인데, 그 티어를 깎는다? 그럴 거면 게임 왜 해.
사실 이렇게 나불나불 사연 말 안 하고 아주 간단하게 요약할 수 있는 비유가 있어.
수능 수학 만점, 나머지 등급 9등급인 친구가 있어.
대학을 좋은 데는 못 가겠지.
근데 그 친구가 나중에 성공 못할 것 같음?
내가 보기엔 다른 과목 죄다 5등급맞는 친구보다 진로가 명확할걸?
수학 학원 강사도 되고, 안 좋은 대학이더라도 이과 관련 학과 가면 다 씹어먹을 성적이잖아.
근데 그런 얘들 나중에 잘되고 나면 '수학 밖에 못하는 q신'이라고 욕해? 아니잖아.
뭐 그런 거지.
......그냥... 이따위 전적 보면서 괜히 이런 생각이 들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