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오브레전드리그오브레전드

온라인 1,199

그웬 공방 2편 - 단편 소설

자유19시간 전작은운석
조회수 172댓글 2추천 2

덜컥, 그웬 공방의 문이 열렸다.  ​  그웬은 깜작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빛이 안으로 들어오는 구조라 그웬은 누가 문을 열었는지 분간 할수 없었다.  ​  “누…누구세요…?” ​  “하하! 장난 좀 쳐봤어.” ​  루시안이 호쾌한 목소리로 웃었다. 그웬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러다, 갑자기 자신에게 장난친 게 화났는지 루시안에게 큰소리치기 시작했다.  ​  “루시안! 천천히 문을 열어야 할 거 아니야! 그리고 아직 네 옷 수선이 다 안 됐다고! 3일 뒤에 오라고 한 말을 잊은 거야!” ​  그웬은 말을 끝마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조잘조잘 계속 소리치는 그웬을 루시안은 멍하니 바라보다 이내 그웬의 손을 보게 됐다.  ​  “흠? 뭐지 그웬 그 손가락 사이에 낀 실은?” ​  “어? 아, 마 맞다.” ​  그웬은 휙하고 뒤를 돌아버렸다.  ​  “뭐지? 뭐가 부끄럽기라도 한가?” ​  루시안은 그웬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그웬은 더욱 어깨를 웅크리며 손을 보이려 하지 않았다.  ​  “흐음…그렇게 보여주기 싫다 이 말인가.” ​  루시안은 뒤돌아 턱을 이루어 만졌다. 그러면서 장난스러운 표정을 그웬이 보지 못하게 지었다. ​  루시안은 다시금 그웬에게 바짝 달라붙었다. 그리고 그웬이 어깨를 웅크리면서까지 숨기던 손가락을 보았다.  ​  “응? 이건…실뜨기?” ​  루시안의 말에 그웬은 포기하듯 한숨 쉬었다.  ​  “이런 건…어린애들이나 하는 거지…?” ​  “뭘 말을 그렇게 해? 나도 어릴 때 했던 건데. 추억 돋기만 하는구먼.” ​  “그럼 어린애들이나 하는 거잖아!” ​  루시안은 쿡 하고 웃었다.  ​  “그나저나 그웬 실뜨기는 누가 가르쳐 준 거야?” ​  “…애쉬가….” ​  “애쉬라면…그 프렐요드 여왕?” ​  “맞아….” ​  “흠…프렐요드 여왕이 뭐 하러 이런 후진 곳까지 왔을까.” ​  “야!” ​  루시안은 다시 쿡 웃었다. 전에 와서 골탕먹었던 걸 돌려주려는 듯 루시안은 계속 쿡쿡 웃기만 했다.  ​  “어쨌든. 그 여왕님이 스웨터 짜는 법을 가르쳐 달라 길에 준것 뿐이야. 근데 가르쳐 주시다가 갑자기 어릴적 기억이 난다면서 실뜨기를 가르쳐 주더라.” ​  루시안은 눈살을 찌푸렸다.  ​  “뭐야, 그럼 너 이야기를 두 개 받은 거잖아.” ​  “아…그러네…. 나중에 보답을 해야겠….” ​  “무슨 보답?” ​  루시안의 말에 그웬은 말문이 막혔다. 루시안은 멍한 그웬을 보다 크게 웃었다. 그웬은 자신이 놀림감이 된 게 부끄러운지 뺨을 붉히면서도 이를 악물고 있었다.  ​  “아아! 그만!” ​  루시안은 웃다 나오게 된 눈망울을 손가락으로 슬며 말했다.  ​  “아…그래 알았어. 흠 근데 왜 실뜨기를 혼자 하고 있던 거야?” ​  “아니…그냥 다음에 어떻게 하는지 안 떠올라서…. 아니, 그러면 넌 왜 갑자기 찾아온 건데!” ​  그웬은 바짝 열이 올랐는지 루시안에게 큰소리쳤다.  ​  “아, 맞다. 실 이야기 해주러 왔었지.” ​  “실? 내가 줬던 거?” ​  “그래. 그 실 말이야. 내 유물총을 찾아주긴 했지.” ​  “그래서?” ​  “흠. 궁금한가 봐? 난 아직 받을 게 없는데?” ​  “윽…그런 게 어디 있어. 그냥 알려줘!” ​  루시안은 입꼬리가 올라갔다. ​  “흠. 장사를 받기만 하고 주는 게 없으면 그게 장사는 아니지 않아? 이야기를 받으면 주는 게 있어야지.” ​  그웬은 한숨을 쉬곤 의자에 주저앉았다. 루시안은 그웬이 포기 한 줄 알고 있었다.  ​  “으음…좋아! 내가 네 아내한테 줄 스웨터 짜 줄게 어때?” ​  “흠…그 정도면 뭐 나쁘지 않네. 좋아, 알려주지.” ​  “진짜?” ​  “그렇고 말고.” ​  루시안은 그웬 반대편 의자에 앉고는 주머니에서 말린 실 하나를 꺼냈다.  ​  “내가 아내하고 시간을 보낼지 아니면 실을 이용해 총을 찾을지 고민했거든.”  ​  루시안은 손에 있던 실 말이를 두손가락으로 잡고는 그웬의 눈높이로 보여주었다.  ​  “처음엔 아무런 생각 없이 실 말이를 이렇게.” 하고 루시안은 실을 손가락에 감았다. “감고는 실이 선 방향으로 따라갔거든. 그때가 내가 우리 집 근처였지. 그런데 웬걸, 실이 우리 집 밭으로 향하더군.” ​  루시안은 손가락에 끼웠던 실을 다시 말곤 주머니에 넣었다.  ​  “우리 아내가 작은 밭을 하거든. 음. 정확히는 그냥 막당을 밭으로 갈아놓은 거에 불과한데. 어쨌든. 나는 그 밭으로 향했어.” ​  “응!” 하며 그웬은 신이 난 듯 눈동자가 빛났다.  ​  “알고 보니 실이 향한 방향대로 밭에 내 유물총이 있더군.” ​  “끝이야…?” ​  루시안은 슬그머니 미소를 지었다. 그웬은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겨우 벌써 그리고 이게 끝이라는 생각에 그웬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 “진짜 끝이야…?!” ​  그웬이 재차 묻자 그제서야 루시안은 웃으면서 말했다.  ​  “실 이야기는 끝이지만, 더 할 이야기가 있어.” ​  그웬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다시 장난치는 루시안에게 큰소리쳤다.  ​  “그만 놀리라고!” ​  “하하. 알았어. 그날에 아내랑 시간을 갖게 됐지. 우연이 내가 밭에 있던 걸 보게 된 아내가 갑자기 나랑 밭 가꾸고 싶은 거냐고 물은 거야. 난 더 할 말이 없었지. 하기 싫다고도 하고 싶다고도 할 수 없었어. 선택은 내가 아니라 내 아내한테 있었지. 결국 세나는 나랑 같이 밭일하자고 하더군.” ​  루시안은 그 상황이 떠올랐는지 한숨을 쉬었다.  ​  “진퇴양난이었지. 결국엔 난 세나랑 같이 밭일을 해야 했어. 근데 같이하다 보니 꽤 재밌더군. 아내가 손가락으로 내 얼굴에 흙을 묻히면서 장난을 쳤지.” ​  루시안은 미소를 지었다.  ​  “난 괜스레 미소를 지었어. 발랄하게 장난치는 아내 모습이 귀엽더군. 나중엔 밭에 열려있던 복숭아도 따 먹을 수 있었지. 아내 말로는 나한테 주려고 심었다더군. 복숭아는 달콤했어. 아내랑 함께한 시간 같았지….” ​  그웬은 무언가를 이루어냈다는 듯 흡족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  “끝이야. 됐지?” ​  “좋아. 충분히 좋은 이야기인데? 너한테 실 주길 잘했네.” ​  루시안은 싱긋 웃었다. 그웬의 말이 맞았던 것 같다. 실덕에 우연이 아내랑 시간을 보낼 수 있었으니. 어쩌다 보니 둘 중 하나만을 고르려던 선택이 둘 다 행해져 버렸다.  ​  루시안은 진지한 표정을 짓고는 그웬에게 말했다.  ​  “그웬. 난 사실 네가 처음 그웬 공방을 한다는 말에 사실 한숨이 나왔어. 너도 이제 인간인데, 너무 초라한 걸 하는 게 아닌가. 심지어 받는 게 돈이 아니라 이야기라는 사실에 더욱 한숨이 나왔지.” ​  루시안은 숨을 골랐다.  ​  “근데, 지금 보니까. 넌 나보다 더 가치 있는 일 하고 있는 것 같군.” ​  그웬은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  “별말씀을!” ​  “좋아. 쾌활하니 보기 좋군. 나중에 또 올게. 아, 맞다 내일 와야 하는군.” ​  “내일 또 이야기해줄 거지?” ​  “글쎄다?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다면 말이야.” ​  루시안은 천천히 그웬 공방을 나왔다. 덜컥거리는 문을 미끄러지듯 밀어 닫았다. 집으로 가는 길에 무슨 이야기가 또 펼쳐질까 루시안은 내심 기대했다. 그웬 공방의 가는 이유는 옷의 수선만은 아니란걸 루시안은 깨달았다.  ​  그웬 공방은 옷뿐만 아니라 인간관계도 인생의 활력도 수선해주었다. 운명이든 우연이든 그웬은 그렇게 해주었다.  ​  여전히 눈이 땅을 덮고 있었다. 오늘은 그때와 다르게 하얀 눈이 내리고 있었다. 마치 깃털처럼 천천히 떨어지고 있었다. 수만은 결정이 안착하여 만들어진 눈더미 위에 루시안은 발을 포갰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