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전부 껍데기 밖에 없더구나.
하지만 설마 그럴리가 있겠니? 그냥 내 눈이 아주 나쁜 거겠지.
그래서 나는 상상으로 채웠단다. 그 껍데기 속에 알맹이가 있다고.
멋대로 사람을 믿고 나를 속이고 한 치 앞도 못 볼 정도로 눈이 멀었다.
어찌 이렇게 무책임할 수가 있나? 몽매하고도 방종하기 짝이 없지.
그렇게 나는 내 죄의 값을 치렀단다. 수많은 껍데기가 내 알맹이를 가렸지.
그럼에도 나는 한발을 더 내딛었고 마침내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단다.
아이야. 너는 너를 꼭 믿어주어라. 너를 가장 잘 아는 건 너 하나 뿐이란다.